점심 한 끼 가격이 부담스러울 만큼 물가가 고공 행진하자 만 원 이하 식당만 추천해주는 플랫폼 ‘거지맵’이 2030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자 젊은 층 사이에서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짠테크’가 하나의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플렉스 대신 초절약 트렌드 확산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거지맵의 누적 이용자는 94만 명으로 출시 3주 만에 10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뒀다. 식당 제보도 늘고 있다. 단기간 이용자가 급증한 것은 값싼 식당 정보를 찾는 수요가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초기 취업 준비생과 사회 초년생 등 생활비 부담이 큰 계층이 주요 이용층이었는데 최근 젊은 층을 비롯해 점심값을 아끼려는 중장년층까지 확산하며 새로운 생활형 플랫폼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거지맵은 만 원 이하 메뉴를 갖춘 식당 정보를 지도 형태로 모아 보여주는 서비스다. 이용자가 직접 식당을 등록하고 후기를 남긴다. 메뉴 가격과 음식 종류, 추천 이유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어 혼자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직장인과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이 서비스의 출발점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거지방’이다. 개발자 최성수 씨는 식비를 아끼려는 사람들이 흩어져 공유하던 정보를 한 곳에 모아보자는 취지로 채팅방을 개설했다. 생활비 절약 팁 가운데 누구나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식비 줄이기라고 보고 이를 서비스로 구현했다. 이후 지난 달 초 웹 형태의 지도 서비스인 거지맵을 출시했다.
기존 외식 플랫폼과 비교해 거지맵의 차별화 포인트는 ‘가격’이다. 기존 맛집 서비스가 분위기나 리뷰, 유명세 중심이었다면 거지맵은 ‘오늘 점심을 어디서 싸게 먹을 수 있느냐’란 질문에 초점을 맞췄다. 예컨대 4000원짜리 돈가스, 6900원짜리 육회비빔밥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2030세대는 한 끼 식사 비용을 줄여 저축이나 다른 소비에 쓰려는 경향이 강한 만큼 이런 서비스에 더 열광하고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비스 운영 방식도 흥행 배경으로 꼽힌다. 정보 제공의 주체가 사업자가 아니라 이용자다. “여기 싸고 괜찮다”는 경험이 곧바로 지도 위 정보로 축적돼 플랫폼이 빠르게 커지는 구조다. 이용자가 늘수록 데이터도 쌓이고 다시 이용자가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됐다.
◇“디지털 네이티브의 문제해결 방식”
거지맵의 인기가 높아지며 광고 제휴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운영진은 유료화나 서비스 외연 확장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여러 명이 가기 좋은 식당이나 카페 필터를 추가해 달라는 요청도 있지만 ‘1인 식사를 건강하게 해결할 수 있는 정보’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고물가가 지속되자 과거 ‘플렉스’ 등 2030 과시형 소비 트렌드가 ‘짠테크’ 등 불황형 소비 트렌드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거지맵 이용자들은 “하루 식비 5000원으로 버티는 사람에게 최고의 공간” “건강하게 절약하는 분위기가 좋다” 등의 반응을 보인다.
거지맵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문제를 해결하는 전형적인 방식을 보여준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각자도생의 시대지만 같은 고민(식비 절약)을 하는 타인과 정보를 나누며 집단지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느슨한 연대를 이룬다. 업계 관계자는 “거지맵의 흥행은 청년 세대가 고물가라는 외부적 압박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놀이’와 ‘연대’를 통해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거지맵은 스마트한 생존 지도”라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6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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