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주말이면 서울역·용산역 등에선 양손 가득 성심당 쇼핑백을 든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대전을 찾은 이들 사이에서 성심당 빵은 꼭 사야 하는 필수 기념품으로 자리 잡았다. 작은 동네 빵집에서 출발한 성심당은 전국구 베이커리 브랜드로 성장했다. 이곳을 찾는 MZ(밀레니얼+Z)세대 발길이 끊이지 않으면서 ‘대전은 곧 성심당’이라는 인식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관련 게시물이 30만건을 넘을 만큼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 안국역 인근에 본점을 둔 런던베이글뮤지엄도 SNS에서 핫한 곳이다. 식당 예약 플랫폼 '캐치테이블' 조사에 따르면 런던베이글뮤지엄은 2023년에 이어 지난해도 대기 건수가 가장 많은 브랜드 1위에 올랐다. 베이글을 사러 주말은 물론 평일 오전에도 길게 줄을 선다. 올 초 창업자 이효정 씨가 출연한 한 방송에서 매장의 연 방문객 수가 1000만명에 달한다는 내용이 소개돼 이목을 끌기도 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젊은 세대 중심으로 K베이커리의 소비 흐름이 ‘먹는 빵’에서 ‘경험하는 빵’으로 변하고 있다. 성심당, 런던베이글뮤지엄처럼 독특한 콘셉트와 강한 브랜드 정체성을 내세운 베이커리가 업계의 새로운 주류로 떠올랐다. 단순히 빵을 사기 위해서가 아니라 공간에서 느껴지는 고유한 분위기와 브랜드 스토리를 경험하기 위해 매장을 찾는단 얘기다.
전국 어디서나 비슷한 메뉴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존 프랜차이즈 빵집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SNS 인증 문화와 맞물려 긴 대기 줄조차 브랜드 경험의 일부로 여겨지면서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 사이에서 K베이커리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수치가 성장세를 입증한다. 성심당을 운영하는 로쏘의 지난해 매출은 1937억원으로 전년 대비 56% 급증했다. 영업이익 역시 478억원을 달성하며 같은 기간 52% 증가했다. 런던베이글뮤지엄(법인명 엘비엠)은 지난 9일 처음으로 제출한 감사보고서를 통해 작년 매출 796억원, 영업이익 243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2023년 대비 매출은 약 120%, 영업익은 약 90% 증가한 수치다. 당기순이익도 204억원으로 전년 대비 81% 늘었다.
젊은 세대가 이들 베이커리에 열광하는 이유는 브랜드의 고유성에 있다. 런던베이글뮤지엄은 유럽의 빵집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이국적인 분위기가 특징이다. 매장 입구에 돌을 깔아 유럽 특유의 골목 느낌을 살렸고, 내부는 고풍스러운 인테리어와 빈티지 소품으로 꾸며져 베이커리라기보다는 전시 공간에 가까운 인상을 준다.
이 같은 공간의 디테일은 빵을 사는 행위를 넘어서 브랜드가 계획한 세계관을 체험하게 해 '인증샷'을 부르는 포인트가 된다. 온라인 기반으로 입소문 나다 보니 최근에는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꼭 들러야 하는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성심당은 대전 지역 외에는 매장을 열지 않는 희소성이 통한 케이스다. ‘직접 대전에 가야만 맛볼 수 있는 빵집’이라는 인식이 생교 지역 특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특히 딸기, 망고 등 성심당에서 계절 한정으로 선보이는 시루 케이크는 출시될 때마다 ‘오픈런’ 행렬이 이어질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소비 행태 변화는 경험적 가치를 중시하는 젊은 세대 특성이 반영된 것이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MZ세대의 경우 브랜드가 가진 차별적인 요소들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매장만의 특별한 맛, 특별한 분위기 등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가치를 보고 소비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풀이했다.
이어 “기존 소비가 돈을 지불하고 제품을 획득하는 것에 그쳤다면 요즘은 정보를 찾고 계획을 세우고 구매 후 자신의 감상을 SNS에 공유하는 것까지가 소비의 과정이 됐다”며 “소비 과정에서 설렘이나 즐거움 등을 느낄 수 있는 경험적 측면이 중시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