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초 만에 200명 마감→사상 첫 성비 역전' 확 달라진 KBO 기록강습회, 10년 넘게 다닌 찐팬도 느꼈다 [건대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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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주 씨가 18일 2025년 KBO 기록강습회에 참여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200명의 수강생이 18일 2025년 KBO 기록강습회에 참여해 경청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지난해 뜨거웠던 야구 열기는 2025년 새해에도 이어졌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8일 서울특별시 광진구에 위치한 건국대학교 새천년관에서 지난 16일부터 3일간 열린 2025년 KBO 기록강습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기록강습회는 야구 공식기록법의 보급과 이해를 통한 저변 확대를 목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중지된 2021~2022년을 제외하고는 리그 원년인 1982년부터 꾸준히 개최됐다. 강습회 종료일인 이날은 전체 강습 과정의 이해도를 가늠할 기록지 작성 테스트가 실시됐다. 기록지의 종합적인 완성도를 놓고 4개의 등급으로 분류, 성적 우수자에게는 수료증이 발급됐다.

지난해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의 단일 시즌 1000만 관중 시대를 연 KBO 리그 인기를 대변하듯, 기록강습회를 향한 열기도 뜨거웠다. KBO에 따르면 8일부터 선착순으로 200명을 모집했는데 올해는 36초 만에 마감했다. 구성원에도 변화가 있었다. 20대가 전체 수강생의 70%가 넘는 145명으로 많았고, 최근 KBO 현장 관계자들이 실감한 여성 팬들의 뚜렷한 증가세도 재확인했다. KBO 기록강습회는 지난해까지 단 한 번의 예외 없이 남성 수강생이 많았다. 그러나 올해는 여성 수강생이 105명으로 남성 수강생(95명)의 숫자를 역전했다.

어린 시절부터 야구를 좋아해 10년 넘게 꾸준히 참여한 이희주(26) 씨는 기록 강습회의 진짜 팬(찐팬)이라 할 만하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이희주 씨는 "야구는 알면 알수록 어려운 스포츠라는 걸 느낀다. 하지만 또 그만큼 재미있고 배우고 싶어 중학교 때인 2014년부터 시간만 되면 거의 매년 참여하고 있다"며 "야구장만 가도 여성 팬들이 엄청나게 늘어난 걸 느낀다. 주변에서도 야구를 보기 시작한 친구들이 많다. 기록강습회도 확실히 어릴 때 왔을 때는 남자분들이 많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여성분들이 많고 연령대도 낮아지는 걸 느낀다"고 미소 지었다.

한 KBO 기록위원회 관계자 A 역시 "예전에는 남성 수강생의 숫자가 80%를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확실히 여성 수강생의 숫자가 늘어 올해는 거의 성비가 5대5로 맞았다"고 짚었다. 또 다른 기록위원회 관계자 B도 "매년 연령대가 낮아지는 느낌이다. 점점 중·장년층이 없어지고 올해의 경우 80~90%가 첫 수강생이었다"고 설명했다.

권오섭 씨가 18일 2025년 KBO 기록강습회에 참여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200명의 수강생이 18일 2025년 KBO 기록강습회에 참여해 경청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기록강습회에 참여한 이유는 다양했다. 기록강습회를 통해 언젠가 야구 현장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을 구체화한 수강생도 있었다. 권오섭(29) 씨는 "프로야구 직무를 희망하는 사람으로서 야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싶었다. 또 기록강습회를 수료하면 단순히 야구를 잘 안다는 것보단 객관적인 자료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며 "기록이라는 부분이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어 남성 수강생이 많이 올 줄 알았는데 오신 분들이 다양해서 놀랐다. 이제 야구가 젊고 여성분들도 같이 즐기는 문화로 바뀌었다는 실감이 난다"고 말했다.

강습회에 대한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기록과 규칙에 맞는 적절한 사례 영상을 통해 수강생들이 6시간이란 긴 일정에도 흥미를 잃지 않게 했다. 내용 자체는 방대하고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았지만, 수강생들의 눈빛은 초롱초롱했다. 쉬는 시간 10분을 허투루 쓰지 않고 강의실 뒤편에 대기한 기록위원들에게 질문하는 수강생들이 줄을 이었다.

손은서(25) 씨는 "야구를 보다 보니 기록 자체가 궁금해졌다. 생각보다 규칙도 많고, 안타 같은 단순해 보이는 기록도 에러나 상황에서 따라 다르게 표현될 수 있다는 게 까다로우면서도 독특한 재미로 다가온 것 같다"며 "강습회도 정말 재미있다. 생각보다 시간이 금방 가고 너무 재미있어서 친구들에게도 많이 추천했다. 1년에 두 번 정도 더 하면 좋을 것 같다. 기간도 길었으면 좋겠고 전문 과정도 따로 있으면 정말 참여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전했다.

알찬 만큼 오히려 짧은 강습회 일정과 빈도에 아쉬움을 느끼는 수강생이 많았다. 또한 지방에서도 기록 강습회를 열어줬으면 하는 바람도 컸다. KBO도 이러한 팬들의 요구를 인지하고 있다. 빠듯한 일정상 기록강습회를 여러 차례 하거나 기간을 늘리는 데는 어려움이 있지만, 기록강습회 관련 영상이나 기록 관련 콘텐츠 제작 등을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를 따라 야구장을 다닌 김가현(22) 씨는 "야구를 보다 보니 궁금한 게 많이 생겼다. 막상 와서 해보니까 더 재미있다"며 "대구에서 올라와 2박 3일간 찜질방에서 강습회를 다니고 있는데 부모님께서도 처음엔 걱정하셨다. 대구나 다른 지방에서도 해줬으면 좋겠고, 내용이 많아 더 길게 해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200명의 수강생이 18일 2025년 KBO 기록강습회에 참여해 경청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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