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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체에서 일하다 1995년 퇴직한 근로자 A씨는 25년이 지난 2020년 83세 나이에 산재를 신청해 2년 뒤 승인받았다.소음성 난청에 대해 산업재해 승인과 보상이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소음성 난청은 노인성 난청과 구별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소음 발생 사업장을 떠난지 수십년이 지나도 산재 신청이 가능한 헛점을 이용한 근로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6일 발표한 '소음성 난청 산재 인정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소음성 난청 산재 승인 건수는 2018년 1399건에서 2024년 6073건으로 4배 넘게 늘었다. 특히 70대 이상 비중은 2019년 30.5%(606건)에서 2024년 49.0%(3169건)로 상승했고, 90대 승인 건수도 같은 기간 1건에서 18건으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소음성 난청 장해급여 지급액은 지난해 2482억원으로 2018년(490억원)에 비해 5배 가까이 폭증했다. 경총은 현재 연평균 증가율이 계속될 경우 보상액은 2034년엔 1조129억원(2만2938건)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2차 베이비부머 세대 954만명이 향후 11년동안 퇴직을 앞두면서 보상 규모는 가파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경총은 연령 보정기준이 없고 산재 청구권 발생일을 무한대로 늘린 현행 인정기준의 허점을 지적하며 산재보험법 시행령 개정을 촉구했다. 미국, 캐나다, 싱가포르 등은 고령 근로자의 경우 노인성 난청에 의한 청력손실을 고려해 난청 산재 기준을 보정하는 '연령보정 기준'을 두고 있고, 프랑스, 영국 등은 마지막 소음 노출일 기준으로 산재 신청기간을 제한하고 있다. 한국은 2020년 보정 기준을 삭제했고, 2016년엔 산재청구권 발생 시점을 '업무 중단일'에서 '진단일'로 변경해 사업장을 떠난지 수십년이 돼도 산재를 신청할 수 있다.
고용부는 연령보정 기준 신설과 신청 가능기간을 제한하는 산재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을 내놨지만 노동계 등의 반대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현행 소음성 난청 인정기준의 미비점이 보완되지 않는 한 고령 퇴직자들의 무분별한 산재 신청과 과다보상 문제가 더욱 심화할 것"이라며 "연령 보정 기준을 신설하고 '마지막 소음 노출일'을 기준으로 장해급여 청구 가능 기한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보형/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