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만에 부활하는 ‘재계 저승사자’ 공정위 조사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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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설 중점조사기획단 등 237명 증원
플랫폼-민생 관련 담합 등 조사
주병기 “경영세습 위한 낭비 안돼… 김범석 허위사실 입증되면 제재”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주 위원장은 ‘중점조사기획단’ 신설 계획을 밝히며 “누적된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특수 조직이자 중대 민생사건 처리 속도를 높이는 기동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주 위원장은 ‘중점조사기획단’ 신설 계획을 밝히며 “누적된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특수 조직이자 중대 민생사건 처리 속도를 높이는 기동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과거 ‘재계 저승사자’로 불렸던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국이 ‘중점조사기획단’으로 부활한다. 2005년 폐지 후 21년 만이다. 플랫폼 등 복잡한 사건이나 민생 관련 담합처럼 대규모 조사를 전담하며 큰 사건을 처리하는 특수조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재명 정부 출범 1주년 계기 간담회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의 조직·인력 확충 방안을 발표했다. 올 1분기(1∼3월) 167명 증원안을 확정한 데 이어 올 6월까지 중점조사기획단을 포함해 237명을 추가로 늘려 4분기(10∼12월) 내에 증원된 조직을 본격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 중점조사기획단, 플랫폼·대기업 정조준

신설되는 중점조사기획단은 40명 규모다. 플랫폼, 민생 밀접 독과점, 대기업 등 대규모·복합 사건을 전담한다. 주 위원장은 “플랫폼 관련 사건처럼 다양한 법 위반 행위가 결합된 중대 불공정 행위가 발생하고 있다”며 “복합적인 사건을 신속 엄정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새로운 조직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주 위원장은 “글로벌 경쟁이 가속되고 기술 혁신으로 승부해야 하는데 경영 세습을 위해 기업집단 내 인적, 물적 자원이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일이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며 “한국 경제에 누적된 구조적 문제와 난도가 높은 중대 사건을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조직이 지속적으로 감시해야 할 필요성도 여전히 크다”고 강조했다.

주 위원장이 대기업 제재를 중점조사기획단의 주요 역할로 언급한 만큼 사실상 조사국 부활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대기업이 민감해하는 총수 일가의 경영 세습 문제를 직접적으로 거론해 주목된다.

1992년 출범한 공정위 조사국은 재벌 개혁을 추진했던 김대중 정부 시기인 1998년 대기업집단의 부당 내부거래에 대해 대대적인 조사를 펼쳤다. 당시 5대 그룹이었던 현대, 삼성, 대우, LG, SK를 네 차례에 걸쳐 집중 조사했다. ‘재계 저승사자’라는 별칭이 붙으며 공정위가 ‘경제 검찰’로 주목받았다. 공정위 조사국이 2005년 폐지 전까지 17차례 조사를 통해 적발한 대기업집단 부당 내부거래 금액은 31조7000억 원에 달한다. 당시 공정위 조사국은 계좌추적권과 금융자료 요구권까지 가지며 검찰 수사에 가까운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했다.

다만 과거 정권 입맛에 맞는 조사에 집중했다는 비판이 있었던 만큼, 자칫 부작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 위원장은 “공정위는 국민 눈높이에서,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지향점 외에는 없다. 공정위가 정치 수사를 하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 고발 가능성 시사

쿠팡이 과거 동일인(총수) 지정 과정에서 총수 일가가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확인서를 제출한 것을 두고 주 위원장은 “서약서에 위반되는 사실이 발견돼 (김범석 쿠팡Inc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했다”며 “허위 사실이 입증됐을 때 고발 등 형사적 제재를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김 의장 동생 김유석 씨의 경영 참여가 확인되면서 이달 초 쿠팡 동일인을 김 의장으로 변경했다. 과거 공정위는 쿠팡 법인과 김 의장에게 친족의 경영 참여가 없다는 확인서를 받아 김 의장이 아닌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공정위가 이 제출 자료를 거짓으로 판단하면서 제재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공정위는 1억5000만 원 이하 벌금 또는 2년 이하 징역으로 형벌만 규정된 지정자료 허위 제출에 대한 과징금 도입도 추진할 방침이다.

주 위원장은 최근 ‘탱크데이’ 이벤트로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스타벅스에 대해 “민주화 과정에서 일어났던 비극적인 사태를 희화화하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신뢰와 관련돼 있다”며 “소비자 기만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소비자 피해 관련 이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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