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24 신작 호러 '백룸' 리뷰
1000만달러 제작비 투입해
개봉 후 3일 만에 11배 회수
문 없는 방·끝 안 보이는 복도
'현실 뒤편 새로운 공간' 설정
공간 자체가 주는 공포 극대화
제작비 1000만달러, 한화로는 약 150억원.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미국 영화계에서 이 정도 규모의 영화는 '저예산'으로 분류된다. 블록버스터 제작비 1000억원이 흔한 곳이 할리우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작비의 10배가 넘는 1억1800만달러, 한화로는 1800억원의 박스오피스 수익을 개봉 후 단 3일 만에 거둔 영화가 있다. 레나테 레인스베 주연의 호러 영화 '백룸'이다.
케인 파슨스 감독의 신작이자 '호러 명가'로 불리는 제작사 A24의 신작 영화 '백룸'이 전 세계 스크린을 강타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개봉해 '외화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백룸'을 극장에서 살펴봤다.
우선 이 영화를 관통하려면 이 영화의 감독인 파슨스를 이해해야 한다.
2005년생으로 아직 생일도 지나지 않아 현재 만 스무 살인 그는 4년 전인 2022년 16세 때 '백룸 파운드 푸티지'란 영상을 올렸는데, 이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는 현실의 표면 뒤에 '실수'로 미끄러져 들어갈 수 있는 또 다른 공간이 있다는 설정을 담고 있었다. 영화 '백룸'은 이 영상에 서사를 덧씌운 것이다. 참고로 위 유튜브 영상의 조회 수는 8148만뷰(2일 정오 기준)를 넘어섰다.
영화 '백룸'은 할인 가구점 주인 클라크와, 그를 상담하는 심리치료사 메리의 이야기다.
'클라크 선장의 오스만 제국'이란 싸구려 가구점을 운영하는 클라크는 떠나버린 아내 때문에 자존감 부족, 자기혐오에 시달린다. 심지어 알코올 중독이기도 한 그는 메리와 상담하며 조금씩 몸과 마음의 회복을 도모하지만, 자신이 임대해 운영 중인 가구점 지하에 '통과 가능한 벽'이 있음을 알게 된다.
이성과 논리로는 설명되지 않는 공간 안으로 들어가 보니, 그곳은 기형적인 복도와 기괴한 사물들로 가득했다. 방을 지나면 또 방이 나오는 '백룸'을 조사하던 클라크는 메리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만 정체불명의 뭔가에게 쫓기다 결국 실종된다. 클라크가 사라지자 메리는 클라크의 허황된 주장을 기억하며 매장을 방문하고, 그곳에서 '백룸'의 입구를 발견한다. 미궁의 정체를 수소문하던 메리는 그곳에서 '미쳐버린' 클라크를 만난다. 도대체 이 공간은 뭐란 말인가. 클라크는 또 왜 이 지경이란 말인가.
이 영화는 '공간에서 일어난 끔찍한 사건'이 아닌 '공간 자체가 주는 공포'를 전면화한다. 노란 벽지로 이어진 백룸 공간은 벽으로 가려져 있지만 제대로 된 문이 없기에, 뒤편에서 무엇이 튀어나올지 알 수 없고, 이 때문에 자신을 보호하거나 방어할 무엇도 없다. 백룸 뒤엔 또 다른 백룸이 있기에 인물은 전체 구조를 파악할 수 없다. 폐쇄되지 않은 광활한 공간이므로 어디든 갈 수 있지만 역설적으로 감금된 상태란 점에서 공포는 증폭된다.
백룸은 '공간에 진입한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기계장치 같은 장소'란 점에서 영화 '샤이닝'의 오버룩 호텔의 계보를 잇는 면이 있다. 또 '끝이 보이지 않는 데다 방향감각을 잃게 만드는 건물'이란 점에서 영화 '큐브'를 연상케 하는 면도 있다. 영화는 그러면서도 등장인물인 클라크와 메리의 '심리적 미로'로서 공간 백룸을 장치시키는 매력을 지녔다. 메리의 유년 시절 트라우마와 클라크의 깊은 자기혐오적 감정이 백룸 공간을 활보하는 괴물과 병치된다. 괴물들은 공간에 새로 등장한 타자가 아니라 '공간이 만들어낸 형상'이란 표현이 영화에 나오는데, 이 부분이 영화의 지층을 더 입체적으로 만들어낸다.
영화 '노예 12년'으로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고 '마션'에도 출연했던 치웨텔 에지오포가 클라크 역을 맡았다. 또 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로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작년 칸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센티멘탈 밸류', 올해 칸 황금종려상을 받은 '피오르드'에서 모두 주연을 맡은 레나테 레인스베가 메리 역으로 열연했다. 영국 가디언의 수석 영화평론가 피터 브래드쇼는 신작 '백룸'에 별점 5점 만점 주며 "케인 파슨스는 불안감을 자극하는 공포는 장르의 규칙을 새롭게 쓴다"며 "기괴하게 뒤틀린 듯한 무한한 비밀의 방들에 접근하면서 기억, 현실, 그리고 공포를 탐구한다"고 평했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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