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 떨어지고 실내 난방 늘면서
증상 악화 호소하는 건선 환자↑
단순 피부병 아닌 전신 염증성 질환
보습 챙기고 장시간 목욕 삼가야
최근 들어 30대 회사원 박모 씨는 평소 앓던 건선이 갑자기 심해져 불편을 겪고 있다. 아침, 저녁으로 기온이 뚝 떨어지고 실내 난방 사용이 늘자 팔꿈치와 두피에 붉은 판이 번지고 각질도 더 두드러지기 시작한 것이다. 박씨는 “기온이 내려가면서 피부가 땅기는 느낌이 심해지고 조금만 긁어도 병변이 금방 퍼지는 것 같아 외출할 때마다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날씨가 차갑고 건조해지면 다양한 피부질환이 늘어난다. 특히 건선은 이러한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악화된다. 낮은 습도와 차가운 바람은 피부장벽을 약화시켜 염증 반응을 촉진하고 그 결과 건선 병변이 심화될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건선 환자는 약 15만6000여명으로 추정된다.
건선은 단순한 피부 문제를 넘어 전신 염증 질환으로 분류된다. 장기간 지속될 경우 피부 병변뿐 아니라 관절 등 다른 부위로도 침범할 수 있다. 또 비만, 고지혈증 등의 대사증후군과 심근경색을 포함한 심혈관질환 위험까지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때문에 외관상의 불편을 넘어 환자의 전반적인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다.
조성진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건선은 정상 피부와 경계가 명확하게 구분된다”며 “얼굴을 비롯해 전신 어디에나 생길 수 있으며 두피, 팔꿈치, 무릎, 엉덩이 등 자극을 자주 받는 부위에 더욱 잘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건선은 면역계의 불균형에서 비롯된다.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보조 T세포(Th1·Th17)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다량의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분비된다. 이 영향으로 각질 형성세포의 증식이 비정상적으로 빨라진다. 여기에 유전적 요인, 피부 외상(코브너 현상), 감염, 차갑고 건조한 기후, 스트레스, 특정 약물 등이 더해지면 발병하거나 기존 병변이 악화하기 쉽다. 코브너 현상이란 건선과 같은 만성 피부질환을 가진 사람이 피부에 자극이나 상처가 생겼을 때 그 부위에 새로운 병변이 생기는 현상을 말한다.
조 교수는 “건선 환자에서 나타나는 면역 이상은 면역 저하보다는 피부의 면역력이 과도하게 증강돼있는 면역 불균형에 가깝다”며 “이렇게 활성화된 T세포는 피부를 두껍게 만들고 각질을 많이 만드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면역 세포들을 정교하고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건선은 피부에 붉은 발진이 생기면서 그 위로 하얀 각질이 겹겹이 쌓이는 형태로 나타난다. 건선이 심해지면 발진은 주위의 발진들과 뭉치거나 그 자체로 커질 수 있다. 많이 퍼지는 경우에는 전신의 모든 피부가 발진으로 덮이기도 한다.
건선은 증상이 비슷해 아토피피부염과 혼동되기도 하지만 발병 시기와 병변 위치, 증상 양상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아토피피부염은 주로 소아·유아기에 시작되며 팔 안쪽이나 목 뒤처럼 피부가 접히는 부위에 잘 나타난다. 반면 건선은 20대에 갑작스럽게 발현하는 경우가 많다. 환자의 50~70%에서는 가려움증이 동반된다.
김대현 고대안암병원 피부과 교수는 “건선은 일조량이 적고 공기가 건조한 겨울철에 특히 악화되기 쉬운 질환”이라며 “피부가 건조해지면 가려움으로 긁게 되고 이로 인한 피부 외상이 새로운 병변을 만들거나 기존 병변을 악화시킨다”고 말했다. 이어 “겨울철에는 보습제를 충분히, 그리고 자주 바르고 피부 자극과 손상을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건선은 대부분 육안으로 진단할 수 있으며 필요할 경우 피부 조직검사를 통해 정확도를 높인다. 중증도 평가는 건선 중증도 지수(PASI)와 체표면적 지표(BSA)가 활용된다. 건선 중증도 지수는 병변의 홍반, 두께, 인설(각질) 정도와 병변이 몸에서 차지하는 범위를 부위별 가중치에 따라 점수화하는 방식이다. 체표면적 지표는 병변이 차지하는 전체 체표면적의 비율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건선 중증도 지수 10점 이상 또는 체표면적 지표 10% 이상이면 중증 건선으로 분류한다.
건선 치료에는 바르는 약부터 광선치료, 경구 약물까지 다양한 방식이 활용된다. 환자의 병변 정도와 기대되는 치료 효과, 부작용 가능성,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장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하게 된다. 조 교수는 “보습제를 철저하게 바르고 건조하지 않도록 적절한 실내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며 “샤워를 너무 오래 하거나 자주 하면 피부가 건조해져 건선이 악화되기 쉽기 때문에 올바른 목욕습관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증 환자의 경우 바르는 약만으로도 병변 조절이 가능하지만 증상이 악화되었거나 병변이 넓고 심한 경우에는 광선치료나 먹는 약물을 병행해야 한다. 이같은 치료에도 충분히 호전되지 않는다면 생물학적 제제를 고려할 수 있다. 생물학적 제제는 건선의 원인이 되는 면역 이상을 보다 정밀하게 조절해 우수한 치료 효과를 보여준다.
김 교수는 “건선은 장기적인 생활관리가 점점 더 중요해지는 만성 전신질환”이라며 “연말을 앞두고 식습관이 흐트러지거나 음주량이 늘면 체중 증가나 대사 이상으로 인해 건선이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도한 음주와 과식을 피하고 감기 등 감염 예방에 신경 쓰며 충분한 휴식과 스트레스 관리를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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