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남녀 10명중 4명 “비혼출산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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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출산 관련 인식 16년새 변화
30대女 “비혼동거 동의” 50%→78%
정부 “결혼 않고 출산, 지원정책 마련”
전문가 “출산율 증가에는 도움 안돼”

“결혼 생각은 없는데 아이는 갖고 싶었어요.”

서울 중구에 사는 이모 씨(36)는 최근 냉동 난자 보조생식술을 한다는 병원에 대해 알아봤다. 냉동 난자 보조생식술은 과배란을 유도해 채취한 난자를 냉동 보관한 뒤 향후 자연 임신이 되지 않아 인공수정을 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시술이다. 이 씨는 “당장은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지만, 나중에 상황이 바뀌면 냉동 난자를 쓸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20, 30대 남녀 10명 중 4명은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비혼 출산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혼 출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줄어들면서 비혼 동거를 긍정적으로 보는 인식도 퍼지고 있다. 정부는 비혼 출산에 대해 지원에 나설 예정이지만 출산율 상승 및 사회 전반적인 문화 변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 2030 “결혼 안 해도 동거-출산 가능”

19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의뢰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펴낸 ‘혼인·출산 관련 인식 심층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보거나 ‘결혼을 하는 것이 좋다’고 보는 인식은 2030 남녀 모두에서 2008년 이후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해 기준 20대 남성에서 결혼을 반드시 하거나 하는 것이 좋다고 보는 비율은 46.9%, 20대 여성은 32.2%였다. 2008년 20대 남성 71.9%, 20대 여성 52.9%와 비교하면 많이 감소했다.

결혼 인식 변화에 맞춰 비혼 출산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다. ‘결혼하지 않고도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데 동의한다는 응답은 2008년 20대 남성 32.4%, 20대 여성 28.4%에서 지난해 20대 남성 43.1%, 20대 여성 42.4%로 상승했다. 30대도 남녀 모두에서 40% 이상의 동의율을 보였다.

비혼 동거에 대해서도 나쁘지 않게 보는 시선이 늘어났다. 2030 남녀 모두 지난해 80% 이상이 비혼 동거에 대해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2008년 30대 여성 비혼 동거 동의율은 50.1%였으나 지난해 78.3%까지 상승했다. 연구진은 “비혼 동거나 비혼 출산 동의율 자체는 아직 남성이 여성보다, 20대가 30대보다 높지만 차이는 감소하는 추세”라고 해석했다.● “출산율 상향으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

한국은 유교 문화가 강해 혼외 출산 비율이 낮았다. ‘혼인 관계를 유지한 상태에서만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인식이 당연하게 여겨져 비혼 출산을 꺼리고 죄악시하는 문화가 있다. 지난해 한국의 혼외 출산 비율은 4.7%에 불과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은 41.9%(2020년)였다.

정부는 결혼하지 않아도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비혼 출산에 대해 정책적으로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은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아이를 낳고 키우려고 한다면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을 많이 만들겠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혼외 출산이 출산율 상향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최슬기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대 교수는 “한국에서 아이를 낳는 사람들이 가지는 생각은 가능한 한 좋은 조건에서 아이를 낳겠다는 것인데 비혼 출산은 이러한 생각과는 거리가 있다”며 “(비혼 출산 장려가) 한국 사회에서 효과적인 접근법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상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비혼 커플을 지원하고 사회적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저출산 정책으로 접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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