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전시’ 연 LA 아카데미영화박물관 호마 관장… 한국 감독 처음
“대담한 이야기-독창적 서사 방식… 스토리보드-노트에 겹겹이 쌓여
끊임없이 공부하는 감독 실감… 전시 보면 영화 궁금증 커질 것”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아카데미영화박물관의 에이미 호마 관장은 10일 동아일보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이 한마디를 유독 강조했다. 봉 감독이 2020년 영화 ‘기생충’(2019년)으로 제77회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며 남겼던 소감이다. 호마 관장은 “미 영화 팬들에게 한국 감독의 전시를 처음으로 선보이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 데 적절한 표현”이라고 짚었다.
박물관 측은 봉 감독의 서울 작업실을 직접 방문한 뒤 전시 설계를 시작했다고 한다. 박물관 수석 큐레이터인 미셸 푸에츠는 “방문 당시 봉 감독의 작업실은 벽 전체가 스토리보드로 가득했고, 테이블엔 촬영 당시 메모와 노트가 겹겹이 쌓여 있었다”며 “그 공간 자체가 창작의 기록이자 구조물이었다. 그걸 전시장에 고스란히 옮겨오려 했다”고 회고했다.
전시는 박물관 2층 전체를 활용해 구성됐다. 중심부에는 봉 감독이 실제 작업에서 사용했고, 영화 ‘설국열차’(2013년) 마지막 장면에도 나왔던 책상이 놓여 있다. 벽면엔 수십 장의 스토리보드가 걸렸고, 책장에는 각 영화와 관련된 소장품과 메모가 전시됐다.
전시장 벽엔 봉 감독이 창작에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인생 영화 20여 편의 포스터도 걸려 있다. ‘택시 드라이버’(1976년), ‘양들의 침묵’(1991년) 등이다. 봉 감독의 영화에 등장했던 상징적인 소품들도 함께 전시됐다. 예를 들어 ‘기생충’에서 계급적 욕망과 불운의 상징으로 쓰였던 ‘수석(壽石)’이나 ‘옥자’(2017년)에 나온 슈퍼 돼지 옥자의 머리 모형 등이다.
푸에츠 큐레이터는 “‘살인의 추억’(2003년) 대본 옆 메모, ‘플란다스의 개’(2000년) 촬영 당시 작성한 콘티를 보면, 그는 끊임없이 영화를 공부하는 감독이란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고도 했다.
이번 전시는 CJ ENM이 아카데미영화박물관과 한국 영화의 세계화를 위해 올 3월 체결한 3년 파트너십의 첫 결과물이다. CJ ENM은 올 1월 창립 30주년을 맞아 독보적인 성과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비저너리(Visionary)’ 작품으로 봉 감독의 ‘설국열차’, ‘기생충’을 선정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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