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투자했으면 폭싹 망했수다"…주가 반토막 종목 봤더니 [윤현주의 主食이 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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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4.12 07:00 수정2025.04.12 07:00

원자력발전소 계측기 강자
우진 1년 만에 주가 반토막

지난해 실적은 사상 최대
“SMR 핵심 계측기 개발 박차
올 중간 배당·배당 확대 긍정적”

유안타證 “원전산업 성장 수혜”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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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순항 중인데 1년도 안 돼 주가가 반토막 났다.

아이유와 박보검 주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가 생각날 정도로 이 주식을 들고 있는 개인 투자자들은 ‘폭삭 망했수다’라는 표현이 당연할 정도다. 이 회사는 코스피 시가총액(1347억원) 825위 우진이다.

SMR(소형모듈원자로)용 내장형 제어봉 구동장치 데모 장치. 우진 제공

SMR(소형모듈원자로)용 내장형 제어봉 구동장치 데모 장치. 우진 제공

우진은 산업용 정밀 계측기 전문 기업으로 1980년 5월 13일 설립돼 올해로 창립 45주년을 맞는 중견기업이다. 초창기 포항제철(현 포스코)에서 수입에 의존해 사용해왔던 쇳물의 온도를 측정하는 센서를 국산화해 사업 기반을 마련했다. 1990년대 국산화에 성공한 원자력발전소용 계측기는 한국 원자력발전소의 핵심 부품으로 자리 잡았다. 2010년 7월 26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고 발전, 자동차,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산업이 사용하는 계측센서 및 계측제어 시스템 등을 고객사에 공급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용 계측기 강자 … 4년 만에 매출 57%·영업익 973% 증가

최근 5년간 실적은 우상향이다. 2020년 매출 892억원, 영업이익 15억원에서 지난해 매출 1407억원, 영업이익 161억원으로 각각 57.74%, 973.33% 증가했다. 이는 원자력발전소의 가동률이 2018년 65%에서 지난해 84%까지 높아진 영향이다. 원전산업 훈풍으로 원자력발전소 부품 및 기자재 교체 수요가 증가했다. 철강 자동화장치 사업의 경우 중대재해처벌법 등의 시행에 따라 수작업으로 하던 조업을 자동화 장치로 변경하는 것에 대한 수요가 꾸준하고, 설비 진단 시스템은 사전 파악을 통해 안전 확보가 중요해져 사업 전망도 맑음이다.

우진은 원자력발전소용 계측기와 온도센서에 대한 생산 및 교정 설비를 갖추고 있어 직접 원자재 구매 후 생산 현장에서 제작을 통해 납품하는 것을 기본 구조로 한다. 원전을 포함한 다양한 발전소와 철강업체를 포함한 다양한 산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자동화장치, 설비진단시스템은 제품 설계 및 설치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해당 사업부는 외주를 통해 제품을 제작해 공급한다. 특히 원자력발전소용 계측기, 온도센서, 자동화장치, 설비진단시스템 등의 모든 사업은 고객 발주에 맞춰 주문생산이 이뤄진다. 규격화된 일부 원자력발전소용 계측기와 반도체용 온도센서를 제외한 제품의 형태는 고객 요구에 따라 설계가 이뤄지고 제작되는 관계로 대량생산을 통해 납품하는 제품은 거의 없다고 한다.

온도센서 교정실 내부. 우진 제공

온도센서 교정실 내부. 우진 제공

“SMR 관련 기술 개발 한창 … 원전 부품 교체 수요도 기대”

12일 회사 관계자는 “현재 원자력 계측기 사업을 중심으로 플랜트·온도센서 사업을 포함한 다양한 먹거리를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부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38년까지 대형 원자력발전소 2기와 소형모듈원자로(SMR) 1기를 추가 건설할 계획인데, 이 경우 원자력 발전 비중이 35.2%까지 확대된다. 그는 “국내 전력 수요는 연평균 1.8%씩 증가할 것으로 보이고,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산업 성장으로 전력이 필수적인 산업군은 원자력 발전 의존도가 더 높아질 것이다”며 “SMR과 같은 혁신 기술 속 계측기 분야에서 선도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SMR 관련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그는 “SMR은 기존 대형 원자로 대비 안전성과 경제성이 뛰어나고, 탄소중립 시대 핵심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며 “정부는 2035년까지 SMR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우린 SMR 핵심 계측기 개발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 중이다”고 강조했다.

원자력발전소용 계측기 제조 현장. 우진 제공

원자력발전소용 계측기 제조 현장. 우진 제공

또 “대형 원자력발전소 핵심 계측기(노내핵계측기, 제어봉 위치 전송기 등)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확보 중이다”며 “새울 3·4호기 준공 및 신한울 3·4호기의 건설 재개, 대형 원전 추가 건설 2기 등과 함께 부품 공급 및 교체 수요도 기대된다”고 했다.

플랜트 사업의 경우 철강용 자동화 설비와 설비 진단 시스템 제조를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주요 고객사는 포스코다. 그는 “철강산업의 공정 위험 관리 고도화와 자동화 설비 수요 증가에 따라 안정적인 매출 증가가 기대된다”고 부연했다.

제어봉 위치전송기(RSPT) 데모 장치. 우진 제공

제어봉 위치전송기(RSPT) 데모 장치. 우진 제공

온도센서에선 품질 경쟁력을 확보한지 오래다.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항공 등 다양한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사측은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고온·고압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작동 가능한 온도센서 기술을 무기로 갖고 있다. 데이터센터 및 전기차 산업 성장에 따라 수요가 더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체코와 신규 원전 건설이 논의되고 있는 국가들에 원자력발전소용 계측기를 납품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UAE 바라카 원전에 핵심 계측기를 공급한 이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SMR 기술 개발, 플랜트 사업 확장, 온도센서 경쟁력 강화, 원전 부품 해외 진출이 주요 경쟁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원자력발전소용 계측기. 우진 제공

원자력발전소용 계측기. 우진 제공

총 주식 수는 2032만3614주로 이재원 이사회 의장(지분 15.82%) 외 특수관계인 10인이 지분 31.4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자사주 3.11%, 외국인 4.74%로 유통 물량은 사실상 60%대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 239억원, 유형자산 1218억원으로 시가총액을 넘어선다.

1년도 안 돼 주가 반토막 … “올 중간 배당·배당 확대 긍정 논의”

5년간 실적 질주에도 주가는 힘이 없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가는 6630원으로 약 11개월 전(2024년 5월 27일 고가 1만1200원)보다 40.80% 하락했다. 주가 부양책을 묻자 “2023년 첫 중간배당을 실시했고, 결산 배당금을 1주당 200원으로 높였다”며 “올해도 중간배당과 배당 확대에 대해 긍정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중간배당 포함 지난해 1주당 총 250원의 배당을 해 시가배당률은 3.92%로 웬만한 시중은행 1년 예·적금보다 낫다. 또 “1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을 지난달 말 완료했고, 매년 단계적인 자사주 매입도 긍정적으로 검토해 중장기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부연했다.

우진 주가 월봉 그래프 캡처.

우진 주가 월봉 그래프 캡처.

투자 긍정 요인으로는 원자력발전 확대에 따른 성장 가능성과 SMR 기술 개발, 안정적인 실적 성장, 주주환원책 확대 및 재무 안정성이 꼽힌다. 국내외 친원전 정책으로 신규 원전 건설 재개로 주력 제품인 노내핵계측기와 제어봉 위치 전송기 등 수요 증가로 연결될 수 있다. 해외 원전인 UAE 바라카 원전에 계측기를 공급한 경험이 있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체코를 포함해 해외 신규 원전 프로젝트 참여 가능성이 높아 해외 진출 확대가 기대된다. 정부가 2035년까지 SMR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만큼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다만 정부 정책에 따라 원자력 사업 속도가 좌우될 수 있다는 것도 명확한 약점이다.

산업용 온도센서. 우진 제공

산업용 온도센서. 우진 제공

백종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원전 역할 확대에 따른 수혜를 기대했다. 백 연구원은 “4대 계측기 교체 주기는 원전 가동률이 증가할수록 단축된다”며 “국내 원전 가동률은 2018년 66.5%에서 지난해 82%로 회복됐고, 동기간 원자력부문 매출은 211억원에서 423억원으로 100.1%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영업이익은 9000만원에서 117억4000만원으로 1만2439.9% 상승했는데, 지난해 기준 원자력 부문 영업이익 비중은 72.9%를 차지했다”고 했다. 국내 에너지발전량 중 원전 비중이 2023년 30.7%에서 2038년 35.2%로 지속 확대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우진 회사 대표 제품들. 우진 제공

우진 회사 대표 제품들. 우진 제공

특히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50년까지 SMR 누적 설비 용량이 40~190GW 전망된다”며 “전세계 19개국에서 80여개 SMR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우진은 세계 최초 표준인가를 획득한 한국형 SMR, 스마트 원전 개발 참여 레퍼런스를 보유했다”며 “현재 i-SMR 프로젝트 내 ICI Assembly, RSPT, 냉각재 유량측정기 등 연구개발 과제 수행 중이다”고 했다. 향후 i-SMR 수출 시 해외에서 독점 공급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목표주가는 따로 제시하지 않았다.

“1억 투자했으면 폭싹 망했수다”…주가 반토막 종목 봤더니[윤현주의 主食이 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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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주 기자 hyunj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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