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배우 송강호가 영화 ‘1승’으로 오랜만에 산뜻한 스포츠 코미디로 관객들과 만나는 소감과 실제 배구 팬으로서 배구 소재 영화를 촬영하며 새롭게 되새긴 배구의 매력을 전했다.
배우 송강호. |
배우 송강호는 영화 ‘1승’(감독 신연식)의 개봉을 앞두고 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1승’은 이겨본 적 없는 감독과 이길 생각 없는 구단주, 이기는 법 모르는 선수들까지 승리의 가능성이 1도 없는 프로 여자배구단이 1승을 위해 도전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국내에서 배구를 소재로 다룬 영화는 ‘1승’이 처음이다.
영화 ‘기생충’ 이후 한동안 무겁고 진지한 정극으로 관객, 시청자들을 만났던 송강호는 ‘1승’에서 오랜만에 그의 또다른 강점인 생활 코미디 연기로 돌아와 반가움을 자아낸다. 송강호는 극 중 경기 전패, 파산, 파면, 이혼까지 손 대면 망하고 인생에 실패뿐이었던 배구 감독 ‘김우진’ 역을 맡아 짠내와 뭉클함을 오가는 다채로운 열연을 펼친다. 김우진이 괴짜 재벌 구단주 강정원(박정민 분)의 제안으로 꼴찌 여자 배구팀 핑크스톰의 감독을 맡게 되며 벌어지는 ‘1승’을 위한 피땀눈물의 고군분투가 관전포인트다.
영화 촬영 전부터 배구 팬이었음을 밝힌 송강호는 오랜 기다림 끝에 영화가 개봉하는 소감을 묻자 “우리 영화뿐 아니라 코로나19란 변수 때문에 많은 작품들의 개봉이 쉽지 않았다 보니 반갑다”며 “우리뿐 아니라 다른 우리 한국 영화들도 공들이고 노력하신 작품들인 만큼 개봉 소식이 들리면 반갑더라”고 말문을 열었다.
또 그는 인터뷰에 앞서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이 한 말을 수정하며 배구 팬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해 눈길을 끌었다. 앞서 송강호는 ‘1승’의 언론시사회 당시 여자 배구의 “아기자기한 매력이 좋다”는 표현을 한 바 있다. 그는 이에 대해 “며칠 전 ‘1승’ 인터뷰에서 제가 잘못된 단어 선택을 해서 많은 배구 팬들이 좀 언짢으시고 불편하게 받아들이신 듯하다”며 “배구라는 스포츠가 워낙 스펙트럼이 넓은 스포츠이다 보니 (남녀 부문을 떠나) 강력한 에너지와 파워풀한 플레이는 당연히 깔려 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재미와 함께 디테일한 기술, 강력한 팀워크, 세밀한 작전 플레이 그런 것들을 보다 보니 그 재미가 무궁무진하다는 뜻으로 (해당 단어를) 말씀드린 건데 제가 잘못된 단어 선택을 한 것 같다. 배구팬 여러분들이 불편하셨다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정중히 사과했다.
그러면서 “저는 남자 여자 배구 안 가리고 다 본다. ‘1승’이 여자 배구단의 이야기이다 보니 촬영 전후로는 여자 배구 경기를 집중적으로 본 건 있다. 촬영 당시였던 4년 전엔 장충체육관에서 GS칼텍스와 현대의 경기도 직접 봤다. 박정민 씨랑 신연식 감독과 다 같이 가서 경기를 본 기억도 난다”라며 “특히 중계방송 볼 땐 작전 타임일 때 각 팀 감독님들이 어떤 지시, 작전 내리는지도 유심히 본다. 그것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무엇보다 리듬감이 되게 좋은 스포츠다. 강력한 에너지와 힘으로 밀어붙일 때도 있지만 허를 찌르는 포인트가 나올 수도 있고, 상대편 작전에 맞받아쳐 즉석에서 경기 기술이 변주되는 것들을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된다”고 배구의 매력을 전했다.
첫 배구 영화로 ‘1승’을 만들어나간 과정은 쉽지 않았으나 보람찼다고. 송강호는 “배구는 야구나 축구 등과 달린 영화로 처음 다뤄지는 소재라 더 어렵게 느껴졌다. 전작이 없으니까. 또 배구공의 속도가 진짜 장난이 아니다”라면서도, “그래서 되게 어려운 촬영이고 작품인데 사람 마음이라는 게 쉬우면 이뤘을 때의 성취감도 덜하다. 어렵지만 어려운 만큼 성취감과 쾌감이 굉장했다. 힘들었지만 즐겁게 작업한 기억”이라고 떠올렸다.
실제 자신이 배구 중계 방송을 챙겨 보며 눈여겨봤던 감독들의 지시 사인, 어록을 참고해 실제 대사에 녹여낸 장면도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송강호는 “지금은 해설위원인데 작년까지 GS칼텍스에 계셨던 차상현 감독님이 우리 영화에서 선수들 지도도 해주시고 많이 도와주셨다. 차 감독님의 경기를 보며 차용한 대목이 있는데, 김우진이 방수지 선수(장윤주 분)에게 한 대사다. 방 선수가 앞에 실수를 해서 점수를 먹히는데 그 뒤 플레이를 하면서도 그 실수가 계속 머리에 남아 집중을 못하는 장면이 있다”라며 “과거 차 감독님이 한 경기에서 모 선수에게 ‘네가 자꾸 그 생각을 하니 실수를 계속하는 거야, 잊어버려’ 소리치시더라. 그 대목을 실제 대사에 차용했다. 놀라운 대목인게 감독이 선수의 플레이만 보는 게 아닌 선수가 가진 생각, 심리까지 다 파악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를 시사회 끝나고 뒤풀이 때 차 감독님께 했더니 차 감독님은 ‘내가 그랬었나’ 기억을 못 하시더라. 워낙 수많은 게임을 해오셔서 그런 것 같다”고 떠올렸다.
한편 ‘1승’은 오는 4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