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한다던 우리은행 4등 밀려…행장 연임도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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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ELS 사태 피하며 ‘리딩뱅크’ 목표했지만 다시 4위로 내려와
금융사고 지속에 경영진 책임 부상…임종룡 조기퇴진 일축에 조병규에 시선

조병규 우리은행장. 2024.09.10 서울=뉴시스

조병규 우리은행장. 2024.09.10 서울=뉴시스
연초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에서 한발 비껴나면서 ‘리딩뱅크’ 목표를 내걸었던 우리은행의 순이익이 4대 시중은행 중 4위로 다시 내려왔다. 대형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고 지나치게 높은 은행 의존도가 지속되면서 행장 연임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2조6591억원을 시현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9.1% 증가한 규모로 3분기 만에 지난해 연간 실적 2조5063억원을 초과 달성했다.

순이익 대부분은 은행에서 나왔다. 우리은행은 지난해보다 10.2% 늘어난 2조5244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그룹 전체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5%에 이른다.

내부적으로는 양호한 실적이지만 타사 대비로는 개선점이 지적된다. 4대 시중은행은 올해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성장세에 힘입어 견조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신한은행 3조1028억원, 하나은행 순이익 2조7808억원, KB국민은행 2조6179억원 순이다. 홍콩 ELS 손실을 대규모로 반영했지만 모두 우리은행을 앞서고 있다.

손실을 가장 많이 반영한 국민은행은 지난해보다 순이익이 8.3% 줄어들었다. 이 기간 10.2% 늘어난 우리은행은 지난해 실적의 기저효과가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금융그룹 실적은 KB금융 4조3953억원, 신한금융 3조9856억원, 하나금융 3조2254억원 순으로 2조원대인 우리금융을 큰 폭으로 웃돌고 있다. 이들 그룹의 은행 의존도는 각각 60%, 78%, 86% 비중이다. 비은행 계열사 경쟁력을 키워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수록 전체 수익이 올라가는 구도를 보이고 있다.

은행 일변도인 우리금융은 내부통제 측면에서 대형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모습이다.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의 350억원 부당대출과 관련해서는 늑장보고로 인해 금융당국과 정치권으로부터 경영진 책임론이 불거졌다.

임종룡 회장은 지난 10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책임을 질 일이 있다면 책임을 지겠다”면서도 “지금 당장은 조직안정과 내부통제 강화 등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임 회장이 사실상 조기사퇴 압박에 선을 그으면서 경영진 책임이란 측면에서 업계 시선은 조병규 우리은행장으로 향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자회사임원추천위원회는 조만간 회의를 열고 조 행장의 연임 여부를 논의할 방침이다. 내부적으로는 연임 가능성이 나오지만, 시장에서는 경영진 책임 차원의 교체 관측이 제기된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이날 차기 지주 회장 후보들의 역량을 점검하기 위한 ‘승계 프로그램 데이(가칭)’를 열기로 했다. 회장 후보군에는 은행·카드·캐피탈·증권 등 주요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가 포함된다. 우리금융은 앞으로 후보군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매년 승계 프로그램 데이를 개최하면서 회장 선출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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