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연주자는 음악의 통역사입니다.”
안네 소피 무터의 뒤를 잇는 ‘독일 바이올린 여제(女帝)’ 이자벨 파우스트(53·사진)의 말이다. 그는 열다섯 살이던 1987년, 모차르트 국제 콩쿠르에서 최연소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파가니니 국제 콩쿠르에서 독일인 최초 우승(1993년)을 거머쥔 이후 국제적 권위의 음반상을 모조리 휩쓴 주인공이다. 고전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자신만의 철학으로 재해석해 온 바이올리니스트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음달 4일 서울 서초등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피아니스트 알렉산더 멜니코프와 듀오 콘서트를 여는 파우스트를 서면으로 만났다.
이번 공연에서 파우스트는 프로코피예프 ‘다섯 개의 멜로디’,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소나타 G장조, 쇤베르크 바이올린 환상곡, 부소니 바이올린 소나타 2번 등 19세기 말~20세기 작품을 집중 조명한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현대음악 리사이틀 무대를 선보이는 셈이다.
“시대마다 보석 같은 작품들이 존재하는데, 고전주의·낭만주의 시대 같은 일부에만 집중하는 건 연주자로서 매우 아쉬운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더 신선하고 강렬한 음악을 발견하고 싶고, 청중에게 흥미롭고 인상적인 곡들을 선보이고 싶은 마음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습니다. 대다수가 현대음악이지만, 본래 낭만적인 분위기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지극히 난해하거나 ‘현대적’이라고 느껴지진 않을 겁니다.”
파우스트는 이번 공연에서 ‘관계성’이 중요한 화두라고 했다. 그는 “프로코피예프 ‘다섯 개의 멜로디’가 놀랍도록 매력적이고 듣는 순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면, 위대한 걸작인 쇼스타코비치 소나타는 다소 심각하고 비극적인 악상을 그리고 있어 절묘한 대비를 이룬다”고 했다.
“반대로, 쇤베르크와 부소니는 평소 열정적인 토론을 나누고 서로를 깊이 존중했던 사이인 만큼, 음악에서도 많은 유사점과 연결고리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4개의 작품에 담긴 감정에 극도로 몰입하고 싶어요. 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음악을 쏟아낼 수 있도록요.”
파우스트와 멜니코프는 함께 작업한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집으로 세계적인 음반상인 그라모폰상을 차지했을 만큼 탁월한 실력을 인정받는 듀오다.
그는 “멜니코프는 비범한 피아니스트일 뿐 아니라 놀라울 정도로 호기심이 많은 인물”이라며 “20년 넘게 그와 호흡을 맞추면서 끊임없이 모험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멜니코프와 전 정말 비슷해요. 새로운 악보를 탐구하고, 오래된 해석이나 굳어진 답에 계속 의문을 제기하죠. 가끔은 같은 DNA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할 정도예요. 그를 만난 건 제 음악 인생의 큰 행운입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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