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과 달리 ‘완전체’ 무대
히트곡 부르자 2만5000명 떼창
환갑 넘은 나이에도 열정 가득
1일 오후 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 미국 하드록 밴드 ‘건스 앤 로지스(Guns N’ Roses)’의 히트곡 ‘웰컴 투 더 정글’이 울려퍼지자 2만5000여 명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보컬 액슬 로즈는 전성기 시절 카랑카랑한 목소리는 사라졌지만, 그 대신 원숙미가 가득한 샤우팅을 뿜어냈다. 2009년 이후 16년 만에 열린 내한 공연의 열기는 비온 뒤 쌀쌀한 날씨도 잊게 할 정도로 뜨거웠다.
1985년 결성된 건스 앤 로지스는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강렬한 전성기를 누렸다. 세계적으로 앨범이 1억 장 이상 팔렸고, 2011년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도 헌액됐다. 1990년대 후반 기타리스트 슬래시와 베이시스트 더프 매케이건이 팀을 탈퇴했다가 2016년 재결합했다. 이번 공연은 로즈가 다른 멤버를 이끌고 왔던 2009년과 달리 오리지널 원년 멤버 3명이 처음으로 ‘완전체’ 무대를 선보이는 무대였다.
이날 콘서트에선 어디로 튈지 모르는, 혈기 왕성했던 ‘악동’들은 이제 더는 없었다. 그 대신 환갑을 넘은 나이에 맞게 노련한 무대 매너가 돋보였다. 히트곡 ‘미스터 브라운스톤(Mr. Brownstone)’과 ‘차이니스 데모크라시(Chinese Democracy)’, ‘리브 앤드 렛 다이(Live and Let Die)’ 등을 쉬지 않고 부르며 나이를 잊게 하는 열정도 가득했다. “여러분이 그리웠다. 우리를 불러주셔서 감사하다” 정도의 간단한 인사 말곤 별다른 멘트도 없었다.로즈 특유의 금속성 쇳소리는 확실히 무뎌져 있었다. 반면 스탠딩 마이크를 든 과감한 움직임과 깊은 내공이 스며든 부드러운 고음이 나름대로 멋들어진 매력을 뿜어냈다. 하지만 20세기 사랑받던 ‘속주 기타리스트’ 중에서도 대표격으로 꼽혔던 슬래시는 여전했다. ‘더블 토킹 자이브(Double Talkin’ Jive) ’등에서 손가락이 보이지 않는 기교를 펼치며 폭주했다.
하이라이트는 보컬과 떼창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스위트 차일드 오 마인(Sweet Child O’ Mine)’. 기타 리프가 고조될수록 함성은 더 크게 메아리쳤다. “역대 가장 긴 버전으로 들려주겠다”며 연주한 메가 히트곡 ‘노벰버 레인(November Rain)’도 여운이 짙었다. 직접 피아노를 치며 노래한 로즈는 40년의 관록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줬다.
건스 앤 로지스는 ‘파라다이스 시티(Paradise City)’를 끝으로 앙코르도 없이 ‘쿨’ 하게 무대를 떠났다. 하지만 멤버들와 관객들의 얼굴엔 만족감이 넘쳐났다. “슬픔과 함께 ‘파라다이스 시티’를 들려주며 떠납니다. 끝내 주게 좋은 밤 되세요!”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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