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업체 한국콜마의 서울 내곡동 종합기술원 1층 로비엔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는 ‘크로마콜마 스튜디오’가 있다. 보안을 위해 설계한 불투명한 벽을 지나 스튜디오에 들어서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색으로 가득 찬 형형색색의 공간이 펼쳐진다. 각종 메이크업 제품의 색상을 어떻게 구현할 지를 두고 브랜드사와 한국콜마가 머리를 맞대는 곳이다. 27일 오후 이곳에서 만난 전유나 한국콜마 연구원은 “고객사가 자유롭게 머물다 가는 곳”이라며 “해외 현지 고객의 수요 파악에 어려움을 겪는 고객사의 호응이 특히 높다”고 했다.
한국콜마에 따르면 2024년 7월 크로마콜마 스튜디오를 신설한 이후 이날까지 약 2년간 이곳을 방문한 고객사는 249곳에 달한다. 크로마(chroma·채도)라는 이름을 붙인 이곳에서 고객사는 이곳에서 베이스부터 립, 블러셔 등으로 구현할 수 있는 수백 가지 색상을 확인할 수 있다. 스튜디오에 비치된 화장품 샘플과 색상 패치(천 조각) 등을 활용해 원하는 색상이 나올 때까지 직접 조색하며 연구한다. 한국콜마 연구원이 126가지 색상이 담긴 팔레트에 기반해 최적의 색 조합을 찾도록 돕는다. 미국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T사의 블러셔가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베이스 제품 개발의 초석이 되는 피부색 팔레트 ‘글로벌 쉐이드 아틀라스’는 162가지 색을 담고 있다. 가장 밝은(페일) 색상부터 어두운(딥) 색상까지 전 세계인의 피부색을 구현할 수 있도록 다양화했다는 설명이다.
한국콜마에서 선(先)개발 후 상용화로 이어진 에르보리앙의 CC크림이 글로벌 쉐이드 아틀라스를 활용해 개발한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베이스 성분이 미세한 캡슐에 싸여 있어 도포 직후에는 회색빛을 내지만, 손으로 문지르는 순간 캡슐이 터지며 피부색에 맞게 변하는 제품이다. 다양한 인종의 인플루언서가 제품을 사용하는 장면을 담은 영상이 SNS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기존 CC크림보다 발림성이 좋은 데다 자기 피부에 딱 맞게 색상이 변해 고객 선호도가 높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스킨케어·선케어 부문 강자인 한국콜마는 크로마콜마 스튜디오를 전진기지 삼아 글로벌 색조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 나갈 방침이다. 팬톤이 매년 새롭게 지정하는 ‘올해의 컬러’에서 착안한 크림 형태의 바르는 향수, 최신 식음료(F&B) 트렌드인 말차·딸기를 응용한 블러셔, 젤리의 색·맛·향·질감을 본뜬 립 제품까지 혁신적인 메이크업 제품을 고객사에 꾸준히 제안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콜마는 지난해 전체 매출의 5.58%인 1543억원(작년 기준)을 연구·개발(R&D)에 투자했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K뷰티 인디 브랜드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기술력으로 실현해 산업 성장을 주도하겠다”고 말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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