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걸리던 TV 낙하시험 이틀로…삼성전자 DX '디지털 트윈' 시동

2 weeks ago 7

삼성전자가 가전 및 스마트폰 개발 단계의 검증 기간을 대폭 줄여주는 고성능컴퓨팅(HPC) 인프라를 본격적으로 가동한다. 인공지능 대전환(AX)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2030년 인공지능(AI) 자율공장 가동을 위한 핵심 데이터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은 디지털 트윈 기반의 개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서울 상암동 데이터센터에 HPC 서버 517대를 구축하고, 이달 정식 서비스에 들어갔다. 디지털 트윈은 가상 공간에 실물과 똑같은 쌍둥이를 만들어 발생 가능한 다양한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는 기술이다.

눈길을 끄는 점은 삼성전자가 외부 클라우드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인프라를 구축했다는 사실이다. 제품 설계 도면과 검증 데이터 등 핵심 기술 자산의 보안을 위해서다. 대규모 해석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고성능 중앙처리장치(CPU)를 내장한 신규 인프라는 기존 대비 연산 속도가 약 5.8배 빠르고, 가상 검증량은 6배 늘어났다.

압도적인 인프라 성능 덕분에 제품 개발 리드타임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실물 시제품을 제작해 15일씩 걸리던 TV 낙하 검증은 2일로, 세탁기 낙하 검증은 15일에서 5일로 단축된다. 실물 검증에 의존하던 세탁기 다이어프램 장기 검증 역시 이틀 안에 완료할 수 있다. 그동안 물리적 제약으로 수행하지 못한 스마트폰의 모든 각도 낙하 검증도 가상 공간에서 가능해졌다.

삼성전자는 올해 대규모 샘플 및 검증 시간이 소요되는 과제를 중심으로 HPC 인프라를 전 사업부로 확장할 계획이다. 모바일, 영상디스플레이, 생활가전, 네트워크 등 주력 제품군 전반이 대상이다. 회사 관계자는 “주로 자동차나 반도체 등 고비용 시제품 산업에 쓰이던 HPC 기반 가상 검증 체계를 가전 및 정보기술(IT) 완제품 전반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자체 인프라 가동이 삼성전자가 지난 3월 발표한 2030년 모든 생산 공장의 AI 자율공장 전환을 위한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AI 자율공장은 자재 입고부터 생산, 출하까지 전 공정에 디지털 트윈을 도입하고 AI 에이전트를 통해 사전 검증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개발 단계에서 축적된 데이터와 시뮬레이션 역량이 제조 공정의 디지털 트윈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면 기획부터 양산까지 전 주기를 아우르는 AX 체계가 완성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검증 기간 단축은 신제품 출시 속도와 직결돼 시장에서 뚜렷한 경쟁 우위 요소가 될 것”이라며 “가상 검증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정확도가 높아지는 만큼 개발부터 제조로 이어지는 삼성전자의 AI 대전환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