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대회 상임대회장 소강석 목사
“구약성경 번역 주도한 레이놀즈 등
알려지지 않은 선교사들 헌신 기려”
올해는 1885년 4월 헨리 아펜젤러 선교사(1858∼1902·미국 북감리회)와 호러스 그랜트 언더우드 선교사(1859∼1916·미국 북장로회)가 인천항에 도착한 지 꼭 140주년 되는 해다. 한국 개신교는 공식적으로 이때부터 한국 선교가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11일 경기 용인 새에덴교회에서 만난 소강석 한국기독교 140주년 기념대회 상임대회장(새에덴교회 담임목사)은 “초기 한국 교회는 교육, 의료, 한글 확산과 인권 신장에 큰 역할을 했다”며 “한국 기독교 140주년을 맞아 한국을 위해 헌신한 수많은 선교사의 정신과 활동을 조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 목사는 아펜젤러, 언더우드 외에도 수많은 선교사와 그 가족들이 한국을 위해 봉사하고 심지어 목숨까지 잃었는데 널리 알려지지 않은 점을 안타까워했다. 그중 한 명이 전북 군산 지역에서 활동했던 윌리엄 정킨 선교사(1865∼1908)다.1899년 궁멀교회(현 구암교회)를 세운 정킨 선교사는 멜볼딘 여학교, 영명학교(현 군산제일중고교), 군산 예수병원 등을 잇달아 설립하며 군산을 넘어 전북 지역 선교의 뿌리를 내리게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세 아들을 이곳에서 풍토병으로 잃는 아픔을 겪었고, 그 자신도 폐렴으로 숨졌다.
프랭클린 윌리엄스 선교사(1883∼1962)는 유관순 열사를 배출하며 일제강점기 충남 지역의 독립운동과 근대화의 산실이었던 공주 영명학교(1909년 설립)를 세웠다. 유관순 열사는 1914년 열두 살의 나이에 이 학교에 입학해 2년여간 수학한 뒤 앨리스 샤프 선교사(1871∼1972) 주선으로 서울 이화학당에 입학했다.
소 목사는 “정킨 선교사는 물론이고 최초의 한글 구약 성경 번역 작업을 주도한 윌리엄 데이비스 레이놀즈 선교사(1867∼1951), 평양을 중심으로 서북지방 선교에 힘쓴 새뮤얼 모펏 선교사(1864∼1939) 등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이 땅의 근대화를 위해 노력한 선교사들을 학술 심포지엄, 다큐멘터리 제작, 기념 음악회 등을 통해 집중 조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열리는 기념 음악회 ‘칸타타, 빛의 연대기’는 140년 동안 이 땅에서 헌신한 선교사들의 활동과 그 후손들이 만들어온 긴 여정을 합창과 오케스트라로 표현한다.그는 또 “한국 기독교 140주년이 기독교와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독교의 본질과 가치의 정수는 사랑에 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한국 교회가 너무 우리만의 이너 서클, 카르텔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사회적 공감과 정서와 괴리된 한국 교회의 모습은 사랑과 용서, 희생의 길을 걸어가야 할 기독교 본연의 모습은 아니지 않나 싶지요.”
소 목사는 최근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는 데 교회가 앞장서야 한다고 했다. 그는 “남북으로 나뉜 현실만도 비극인데, 보수-진보, 우파-좌파로 갈라져 극단적인 분열과 충돌을 계속하면 나라가 어떻게 되겠느냐”며 “교회의 본령은 사랑과 용서, 화해의 정신으로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희망의 미래를 여는 것이지 광장에서 사회 분열과 대립의 중심에 서는 것이 아니다”라고 당부했다.
용인=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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