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다 비트코인 보유 상장사로 유명한 스트래티지가 미 당국에 "비트코인(BTC)을 팔 수 있다"고 보고하며 실제 매각 가능성에 이목이 쏠린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 하락세가 가팔라지자 마이클 세일러 스트래티지 회장도 결국 압박을 느끼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현지시간) 스트래티지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8-K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 매각 가능성을 보고했다. 8-K는 미 상장사가 경영진, 재무 상황 등 투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에 중요한 변화가 발생했을 경우 변동일 기준 4영업일 이내에 SEC에 제출하는 보고서다.
시장이 주목한 건 스트래티지가 8-K 보고서에서 언급한 '재무 리스크' 관련 항목이다. 스트래티지가 해당 항목에서 비트코인 매도 가능성을 열어놨기 때문. 스트래티지는 "당사의 비트코인 전략은 비트코인에 관한 다양한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며 "당사가 현금을 창출하려면 비트코인을 매각하거나 별도의 전략을 세워야 한다. (다만) 이런 전략을 추진해도 현금흐름 창출에 실패할 수 있다"고 밝혔다.
7만弗 하회시 평단가 위협
스트래티지는 보고서에서 '재무적 의무'를 수차례 강조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할 경우 부채 상환, 배당금 지급 등 재무적 의무를 이행할 역량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번 8-K 보고서를 보면 스트래티지의 부채는 총 82억 2000만달러(약 12조 2000억원)로, 연간 이자비용만 3510만달러(520억원)에 달한다. 스트래티지가 매년 지급해야 하는 배당금도 1억 4620만달러(약 2200억원) 규모다.
스트래티지는 "자산이 대부분 비트코인에 집중돼 있어 적시에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 조달을 하지 못할 경우 비트코인을 매각해야 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원가 이하나 불리한 조건으로 매도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미 관세 여파로 비트코인 가격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점이다. 가상자산 시황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9일 기준 전일 대비 약 2.4% 내린 7만 7000달러선에 거래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대규모 상호관세 정책을 발표한 일주일 전과 비교하면 9% 가까이 하락했다.
관건은 비트코인 가격이 7만달러 아래로 하락했을 때다. 이 경우 스트래티지는 본격적인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스트래티지의 비트코인 평균 매입 단가는 6만 7458달러다. 스트래티지는 이미 올 1분기에만 비트코인 투자로 59억 1000만달러(약 8조 7000억원) 규모의 손실을 입었다. 스트래티지는 "향후에도 흑자 전환이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로 자산시장에 충격이 누적되고 있는 만큼 향후 1~2주 내 비트코인 가격이 7만달러선을 위협받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가상자산 중개업체 팔콘엑스(FalconX)의 션 맥널티 아시아·태평양(APAC) 파생상품 총괄은 블룸버그에 "가상자산 하락세가 심화할 경우 비트코인 가격이 6만 5000달러대까지 밀릴 수 있다"고 밝혔다.
비트코인 추가 매입도 중단
모태 사업인 소프트웨어(SW) 사업 실적이 지지부진하다는 점도 스트래티지의 고심을 키우는 대목이다. 스트래티지는 사업 부진 여파로 지난해에만 11억 6700만달러(약 1조 7000억원) 규모의 순손실을 입었다. 스트래티지는 "SW 사업은 앞으로도 재무적 의무를 이행할 수 있을 만큼의 현금흐름을 창출하지 못할 수 있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스트래티지가 실제 비트코인 매각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스트래티지가 이달 들어 비트코인 추가 매입을 중단했다는 점도 이같은 의견에 힘을 싣는다.
최윤영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스트래티지가 (가상자산) 시장 조정 가능성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내부적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평단가인 6만 7000달러대까지 하락할 가능성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센터장은 "(이번 8-K 보고서는) 스트래티지가 기본적으로 '비트코인 장기 보유'라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지만, 유동성 리스크가 확대될 경우 전략적으로 유연하게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단 이번 8-K 보고서를 적극적인 비트코인 매각 의지로 해석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트래티지도 보고서에서 "비트코인 (재무) 전략의 일환으로 부채 증가 및 우선주 발행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했다.
정석문 프레스토리서치 센터장은 "최근 자산시장 하락세로 대부분의 미 상장사가 SEC에 8-K 보고서를 제출했다"며 "(비트코인 매각 언급은) 향후 법률적 하자가 없도록 모든 가능성을 나열했다는 측면에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최 센터장은 "6만 7000달러대 구간은 스트래티지뿐만 아니라 다른 기관투자자들의 비트코인 매입 단가와 유사한 수준일 가능성이 있다"며 "기술적 반등이 나올 수 있는 구간인 만큼 가격 흐름을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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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형 블루밍비트 기자 gilson@bloomingbit.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