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곳 이겼는데 기쁘지 않다?…기대 못 미친 정청래 성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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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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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광역단체장 16곳 중 12곳을 가져가며 외형상 압승을 거뒀지만, 서울시장 탈환 실패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의 기대 이하 성적표가 맞물리며 선거를 총괄한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연임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 서울시장 탈환 또 실패…재보선도 기대 이하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정 대표에게 가장 뼈아픈 성적표는 서울시장 선거다.

민주당은 선거 막판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 등 각종 악재에 휩싸인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상대로 총력전을 펼쳤지만 결국 서울시장 탈환에 실패했다. 당초 접전 또는 우세 가능성까지 거론됐던 만큼 패배의 충격도 적지 않다는 평가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성적도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번 재보선은 14개 선거구 가운데 13곳이 민주당 의석이었던 만큼 수성 여부가 핵심 과제로 꼽혔다. 하지만 민주당은 부산 북갑을 비롯해 울산 남갑 등 지역에서 의석을 내주며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특히 경기 평택을에서는 범여권 표 분산에도 후보 단일화에 실패하며 국민의힘 후보에게 승리를 허용했다. 선거 막판 추진한 조작기소 특검법 역시 중도층 반발을 자극해 수도권 보수층 결집을 불러왔다는 비판이 당내에서 제기된다.

정치권에서는 서울시장 패배와 재보선 부진이 단순한 선거 결과를 넘어 지도부의 전략 실패 여부를 가르는 핵심 잣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전북 지켰지만 드러난 당심 균열

텃밭에서 격전지가 된 전북지사 선거에 총력을 기울인 민주당은 결국 전북 수성에 성공했지만, 이 역시 정 대표에게 마냥 반길 결과만은 아니라는 평가다.

이번 전북지사 선거는 경선 과정의 돈 봉투 의혹으로 제명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관영 후보가 이원택 민주당 후보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사실상 '김관영 대 정청래' 구도로 전개됐다.

민주당 지도부는 선거 막판 전북에 화력을 집중했고 결국 이 후보가 승리하며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 그러나 김 후보가 무소속 신분으로 40% 안팎의 득표율을 기록한 것은 민주당 텃밭인 전북에서는 이례적인 결과로 평가된다.

특히 전북은 민주당 권리당원이 전국에서 가장 많이 분포한 지역 중 하나다. 상당수 민주당 지지층이 당 공천에 반발해 무소속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민주당이 승리하긴 했지만 정 대표의 핵심 지지 기반에서 균열 조짐이 확인됐다는 점은 향후 당권 경쟁 과정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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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 끝나자마자 책임론…당권 경쟁 본격화

선거 결과가 확정되자 당내에서는 곧바로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공천 과정에서 불만을 드러냈던 일부 인사들은 개표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지도부 책임론을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지방선거 승리 직후부터 대표 책임론이 수면 위로 떠 오른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전남광주특별시장 최종 경선 과정에서 불만을 제기했던 김영록 전남지사는 전날 페이스북에서 "이번 선거에서 우리 호남은 깊은 상처를 입었다. 오만한 당 대표에 의해 우리 호남인은 철저히 외면받았다"며 "이 시각부터 당 대표에서 끌어내기 위해 내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했다.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경쟁자들의 움직임도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이번 재보선에서 인천 연수갑에 당선되며 국회에 재입성하게 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당원과 민심을 보고 판단하겠다"며 "(정청래) 체제가 바뀌지 않으면 이재명 정부 성공 담보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걱정을 당원들이 많이 하고 있다"고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외에 총리직을 수행 중인 김민석 국무총리 역시 유력한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된다. 김 총리는 최근 당내 인사들과 스킨십을 늘리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차기 지도부는 2028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게 되는 만큼 이번 전당대회는 사실상 차기 당권 구도를 결정짓는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정 대표 임기는 오는 8월까지다. 정치권에서는 정 대표가 압승이라는 결과를 앞세워 연임에 속도를 낼지, 아니면 누적된 책임론에 발목이 잡힐지가 민주당 차기 당권 경쟁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기고도 진 선거"라고 평가하며 "정 대표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지 않겠나. 선거 과정에서 정 대표가 각종 구설에도 올랐던 만큼 입지가 상대적으로 좁아졌을 것"이라고 짚었다.

김희선 한경닷컴 기자 gimme_s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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