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노린 디지털성범죄… 6년새 26배로 피해 급증

1 week ago 7

19세이하 피해자 111명→2874명
지원센터 집계… 실제는 더 많을듯


10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가 최근 6년 새 26배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중 10대의 증가세가 가장 가파르다. 성 가치관이 채 확립되지 않은 10대를 디지털 성범죄에서 보호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성가족부가 10일 내놓은 ‘2024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보고서’에 따르면 10대 피해자(19세 이하)는 2018년 111명에서 지난해 2874명으로 25.9배로 늘었다. 전 연령대 가운데 증가 폭이 가장 크다. 같은 기간 20대와 30대 피해자는 각각 20.9배, 12.2배로 증가했다.

여가부 산하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에서 상담, 피해물 삭제 등을 지원한 피해자를 기준으로 집계한 통계라 실제 피해자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수사기관에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따로 집계하고 있지 않아 이 통계가 피해자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유일한 통계로 평가된다.

지난해 전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수는 1만305명으로, 전년(8983명) 대비 14.7% 증가했다. 이 중 여성이 72.1%였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수가 1만 명을 넘은 건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8년 이후 처음이다. 연령대별로는 20대(50.9%)가 가장 많았고 이어 10대(27.9%), 30대(12.9%) 등의 순이었다.

김미순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센터장은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에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서 피해가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특히 “딥페이크 등 성적 불쾌감을 유발하는 합성 이미지나 영상과 관련된 피해가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센터장은 “기술이 계속 발전하면서 앞으로 디지털 성범죄 피해가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부모에 혼날까봐 신고 못해”… 10대 ‘딥페이크 피해’ 순식간 확산

전체 피해자 92%가 1020세대
“알리고 싶지 않아요”… 수사 지연
“일종의 놀이 취급, 삽시간에 퍼져”
10대 성 관념 정립 안돼 후유증 심각… “적극적 피해 지원 대책 필요” 지적


“최근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이용해 친구나 교사 사진을 합성하는 게 10대 사이에서 일종의 ‘놀이 문화’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10대가 딥페이크(허위 영상물) 제작 업체에 의뢰해 이미지를 만들고 유포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어요.” 박성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삭제지원팀장은 10대 피해자가 급증한 원인 중 하나로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합성·편집 피해 확산을 꼽았다. 디지털 성범죄는 피해물이 불특정 다수에게 순식간에 퍼질 수 있기 때문에 피해자를 빨리 보호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10대 피해자는 정서적 후유증이 심각할 수 있어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하지만 10대 피해자는 신고를 꺼리는 성향이 있다. 보다 적극적인 피해자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 10대 파고든 딥페이크 피해

디지털 성범죄 피해 유형은 불법 촬영, 합성·편집, 유포 등으로 나뉜다. 지난해 센터에 접수된 디지털 성범죄 피해 유형 가운데 합성·편집 피해가 가장 큰 증가세를 보였다. 합성·편집 피해는 딥페이크 등 성적 불쾌감을 일으킬 수 있는 사진이나 영상을 합성하거나 편집하는 행위를 뜻한다.

지난해 합성·편집 유형 피해는 1384건으로 전년(423건) 대비 3.3배로 늘었다. 같은 기간 불법 촬영 피해는 1.4배로 늘어 그 뒤를 이었다. 합성·편집 유형 피해는 10대 46.3%, 20대 46.4%였다. 전체 피해자 10명 중 9명 이상이 10, 20대였다.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합성·편집 피해도 늘고 있다. 5, 6년 전에는 사진에 음란한 내용의 자막을 입히는 단순한 수준이었다면, 최근에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성적인 사진을 제작해 유포하는 방식이 등장했다.

디지털 성범죄는 강간, 강제추행 등 물리적 성범죄와 달리 피해자가 유포 등 피해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메신저 등에서 언제 어떻게 퍼지는지 피해자가 파악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온라인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원치 않는 모습이 퍼지는 것은 그 자체로 큰 공포와 수치심, 불안을 유발한다. 특히 10대는 성 관념이 충분히 확립되지 않아 정신적 피해가 크고 후유증이 오래 남는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2019년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가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비율이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15∼19세는 피해 후유증으로 ‘심리적 불안과 모멸감’을 가장 많이 꼽았다. 20대와 30대는 각각 ‘가해자에 대한 분노’와 ‘개인 정보 유출로 인한 불안’을 가장 많은 후유증으로 들었다.

● “부모한테 혼날까 봐 신고 망설여”

10대 피해자에게 빠른 수사와 신속한 보호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피해자 지원 기관에 따르면 10대 피해자 대부분은 “부모에게 혼날까 봐 무서워서 신고하지 못하겠다”며 신고 자체를 꺼린다. 현행 경찰 수사 규칙에 따르면 미성년자 피해자의 경우 수사가 시작되면 보호자에게 그 사실을 통보하게 돼 있다. 부모가 아는 걸 수치스러워해 망설이다가 더 큰 피해를 당하는 것이다.

여성가족부 디지털 성범죄 지역 특화 상담소의 한 상담사는 “10대 피해자가 상담사에게 ‘부모님이 알면 큰일 나니 선생님이 제 보호자라고 거짓말하면 안 되겠냐’고 부탁하는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현장에서는 피해자가 신고를 망설일 때 피해자를 설득하거나 마음이 바뀔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피해자가 부모에게 수사 상황이 통지되는 것을 원하지 않으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기관 등 제3자에게 통지하고 적절한 법률적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여가부 관계자는 “범죄 수사 규칙 개정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친권자의 알 권리와 10대 피해자의 신고 활성화 사이에서 균형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경찰청과 함께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 성폭력 디지털성범죄 가정폭력 교제폭력 스토킹 등으로 전문가 도움이 필요하면 여성긴급전화 1366에 전화하세요. 365일 24시간 상담 및 긴급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