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이시바와 회담…"작은 차이 넘어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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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린 캐나다 캐내내스키스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하고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대통령이 취임한 뒤 14일 만에 이뤄진 한·일 정상회담이다. 두 나라 정상은 양국을 오가는 셔틀외교 재개 의지도 재확인했다.

< 李대통령, 취임 14일 만에 ‘韓日 정상회담’ >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에서 첫 한·일 정상회담을 열었다. 양국 정상은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김범준 기자

< 李대통령, 취임 14일 만에 ‘韓日 정상회담’ >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에서 첫 한·일 정상회담을 열었다. 양국 정상은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김범준 기자

이 대통령은 이날 이시바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일본과는 마치 앞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집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며 “작은 차이들, 의견 차이들이 있지만 그런 차이를 넘어서서 여러 면에서 서로 협력하고 서로에게 도움 되는 관계로 발전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 통상 환경이나 국제 관계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가까운 관계에 있고, 또 보완적 관계에 있는 한국과 일본이 많은 부분에서 협력하면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시바 총리는 “국제 정세가 대단히 엄중해지고 있다”며 “한·일 양국 간 협력과 공조가 이 지역, 그리고 세계에 더 많은 도움이 되는 관계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초청국 자격으로 G7 정상회의에 참석해 일본을 포함해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 캐나다, 유럽연합(EU), 영국, 브라질, 멕시코, 인도 등 9개국 정상과 회담했다.

이시바에 '태극기 앞 상석' 내준 李대통령 "더 긴밀히 협력하자"
"뗄 수 없는 관계"…한·일 정상회담서 '셔틀외교' 복원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17일(현지시간) 첫 한·일 정상회담에서 양국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고율 관세 부과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더해 최근 이스라엘·이란 간 갈등이 군사적 전면전으로 확대되면서 인접국인 한국과 일본의 협력 필요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 들어 한·일 관계가 어떻게 될지 관심이 많았는데,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협력 관계를 향해 나아간다는 명확한 시그널이 주어졌다”고 말했다. 외교가 안팎에서도 “일본 외교가에서 제기돼 온 이 대통령의 ‘반일’ 우려를 상당 부분 불식시키는 데 공을 들인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가 나왔다.

◇ 이시바에 상석 양보한 李

이날 한·일 정상회담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린 캐나다 휴양도시 캐내내스키스에서 진행됐다. 이 대통령이 먼저 회담장에 들어가 이시바 총리를 기다렸고 1분여 후 이시바 총리가 들어왔다. 이 대통령은 상석인 오른쪽 자리를 비워두고 왼쪽에 서서 이시바 총리를 기다렸다.

< 각국 정상들과 나란히 > 이재명 대통령(뒷줄 왼쪽 다섯 번째)이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각국 정상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틀간 9개국(유럽연합 포함) 정상과 릴레이로 양자회담을 했다.  김범준 기자

< 각국 정상들과 나란히 > 이재명 대통령(뒷줄 왼쪽 다섯 번째)이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각국 정상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틀간 9개국(유럽연합 포함) 정상과 릴레이로 양자회담을 했다. 김범준 기자

한국이 이번 회담의 호스트임에도 이 대통령이 오른쪽이 아니라 왼쪽에 선 데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시바 총리를 배려한 차원”이라고 했다. 양국은 번갈아 가며 호스트를 맡는다. 약 30분간의 회담 분위기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이 대통령은 “통상 환경과 국제 관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가까운 관계이고, 보완적 관계인 한국과 일본이 많은 부분에서 협력하면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이시바 총리도 양국 간 공조 필요성에 공감했다. 대통령실은 “두 정상은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서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며 “비슷한 입장인 양국이 긴밀히 협력을 모색해 나가자고 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협력 강화를 위해 셔틀외교를 재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한 당국자 간 실무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일 간 셔틀외교는 윤석열 정부와 기시다 후미오 총리 때인 2023년 12년 만에 전격 재개돼 2년간 12차례 정상회담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두 정상이 상대국을 오가는 일이 빈번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 모두 미국을 포함한 한·미·일 3국 협력 체계를 공고히 하자는 의견도 냈다.

◇ “李, 현실론적 대일 관계 고민한 듯”

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과거사 문제는 협력 및 교류와 별개”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는 국익 중심 실용외교 노선의 대표적 사례로 알려졌다. 강제징용 같은 과거사는 과거사대로 논의하되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추구하겠다는 취지였다. 일본 언론들도 이 같은 이 대통령의 입장에 기대를 나타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의 문제를 놓고 강경 발언을 쏟아낸 터라 일본 외교가에서는 이 대통령의 외교 노선에 대해 의구심이 있었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역대 정부도 대일 관계 신뢰를 얻기까지 1~2년이 걸렸다”며 “광복절, 사도광산 추도식 등 예정된 행사 때 이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낼지 일본은 계속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정상회담에서도 과거사 문제가 일부 언급됐지만 주요 의제가 되지는 못했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책임교수는 “이재명 정부의 대일 정책이 원칙론적 접근으로 가지 않겠냐는 우려와 달리 국익 중심 실용 외교라는 현실론적 접근으로 출발했다”며 “변화보다는 연속성에 방점을 둔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윤석열 정부의 강제징용 제3자 변제 해법에 대해 “국가 관계에는 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하다”고 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과거사 문제를 덮어두자는 게 아니다”며 “과거가 미래 협력을 저해하지 않도록 관리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 전문가는 “국익 중심 실용 외교는 수단일 뿐 목표가 될 수 없다”며 “이재명 정부 외교 노선의 비전을 국제 사회가 인지할 수 있게 다시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캐내내스키스=한재영 기자/김형규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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