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는 최근 군 복무 기간을 4개월에서 11개월로 늘리고, 여성을 징집 대상에 포함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의 위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병합 야욕에 대응해 국방력을 강화하려는 조치다. 3일 남녀 모두 징집 대상이 된 첫 기수가 입대했다. 그 1600명 중 한 명이 왕위 계승 2순위인 이사벨라 공주(19)였다. 헐렁한 청바지를 입고 커다란 가방을 메고 병영에 나타난 이사벨라 공주는 “기대된다”고 했다. ▷군주제를 유지하는 유럽 국가 대다수에선 왕이 상징적인 군 통수권을 갖는다. 그래서 왕위 계승 1순위는 반드시 군 경험을 쌓는 전통이 있다. 이사벨라 공주의 오빠로 왕위를 물려받게 될 크리스티안 왕세자도 징집병으로 군 복무를 마쳤다. 이사벨라 공주는 왕위 계승 2순위인데 입대하는 데다 월급 9034크로네(약 198만 원)도 받지 않기로 했다. 공주의 군 입대로 ‘왜 여성도 징집하느냐’는 일부의 불만도 잦아들었다고 한다. ▷왕위를 물려받을 유럽의 Z세대 공주들이 군복을 입은 모습은 낯설지 않다. 스페인 레오노르 공주는 3년간의 육해공 3군 사관학교 전 과정을 이수했다. 동료 생도들과 똑같이 조종과 공수 훈련을 받았다. 벨기에 최초 여왕이 확실한 엘리자베트 공주는 2020년 브뤼셀 왕립군사학교에 입교해 2년간 훈련을 받았다. 노르웨이 잉리 알렉산드라 공주는 아예 현역병으로 입대했다. 그는 “사람은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해낼 수 있다”며 복무 기간을 연장해 15개월간 포수로 복무했다. 네덜란드 카타리나아말리아 공주도 올해 기초 군사 훈련을 수료했고, 그의 어머니인 막시마 왕비까지 나서 “안보를 당연하게 여길 수 없다”며 육군 예비군 훈련을 받았다. ▷공주들의 ‘롤모델’인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참전 용사였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육군 여성 보조 부대(WATS)에서 정비병으로 복무했다. “전쟁에 나가겠다”며 아버지 조지 6세를 1년간 설득해 자원 입대했다고 한다. 군복을 입은 그가 트럭 바퀴를 교체하거나 보닛을 열고 수리하는 모습 등이 흑백 사진으로 남아 있다. 엘리자베스 2세가 70년 넘게 재임하면서 영국 국민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았던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유럽 군주제 국가들에선 세금만 쓰고 추문만 잦은 왕실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던 차였다. 공주들의 군 복무가 왕실의 존폐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생존 전략일 뿐이라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그렇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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