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국회 출석 요구를 회피하는 사례는 줄었지만 증인으로 나와 선서를 거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2024년 채 상병 사건 청문회에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은 공수처 수사 중이란 이유로 선서를 거부했다. 형사소송법에 본인이나 친족이 형사소추나 공소 제기를 당할 염려가 있는 증언은 거부할 수 있게 돼 있고, 국회 증언·감정법에도 이런 경우 선서나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이완규 전 법제처장도 계엄 직후 안가 회동 관련 증인으로 국회에 나와 “수사 중”이라면서 선서를 거부했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에서 진술 회유 의혹을 받고 있는 박상용 검사는 최근 국회 국정조사에서 증인 선서를 연이어 거부했다. 박 검사 역시 조작 기소 혐의로 서울고검의 수사를 받아 왔다. 그는 사유서에서 위법한 국정조사에 협조할 수 없어 선서는 거부하지만 위원들 질의에 성실히 증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선서는 안 하되 할 말은 하겠다는 취지다.
▷증인 선서는 하는 순간 위증죄로 처벌받을 위험이 생긴다. 한덕수 전 총리도 국회와 헌법재판소에서 선서를 한 뒤 “계엄 문건을 받은 적이 없다”고 거짓 증언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증인 선서는 법정이나 국회에서 이뤄지는데, 법원에 비해 실체 규명 수단이 부족한 국회에서의 위증이 더 센 처벌을 받는다. 법정에선 증언을 거부하더라도 선서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최근 윤석열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김건희 여사나 부인 정경심 교수 재판에 출석했던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증인 선서 후 증언을 거부했다.▷박 검사는 증인 선서는 하지 않고 국회 밖에서 적극 해명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여당이 공소 취소 명분을 쌓기 위해 만든 정치적 무대에 설 수는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하지만 현직 검사가 국회 절차를 거부한 채 언론과 유튜브를 확성기로 활용하는 게 공직자로서 적절한지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 증인 선서는 위증을 막기 위한 절차인 동시에, 증인에겐 발언의 신뢰도를 높이는 장치이기도 하다. 법적 책임은 피하면서 내 할 말은 하겠다는 태도로는 말에 무게가 실리기 어렵다.
신광영 논설위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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