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연내 새 주인 못 찾으면 '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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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사이트 6월 12일 오후 5시 30분

홈플러스 회생절차조사위원인 삼일회계법인은 12일 법원에 제출한 조사보고서에서 홈플러스 청산가치를 3조6816억원으로 평가했다. 계속기업가치 2조5059억원보다 1조1700억원가량 큰 금액이다. 홈플러스를 존속시켜 10년간 영업을 계속할 때 얻을 수 있는 잉여현금흐름의 현재 가치보다 기업을 해체하고 자산을 처분할 때 얻는 가치가 더 크다고 봤다. 홈플러스에 자금을 투자해 회생계획안을 마련할 인수자가 등장하지 않으면 청산 절차를 밟는다.

청산가치가 높게 나온 것은 홈플러스가 보유한 다수 대형 부동산 때문이다. 홈플러스의 자산은 6조8000억원으로 부채(2조9000원)보다 약 4조원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가치가 청산가치를 끌어올린 반면 영업실적을 바탕으로 산정한 계속기업가치는 낮게 평가됐다. 마트 업황 악화로 인한 부진한 실적 탓에 장래 영업현금흐름 가치가 낮게 산정됐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회생절차는 채권자가 회생계획을 통해 받을 변제액이 파산 절차에서 받는 금액 이상이어야 유지된다. 청산가치가 더 큰 홈플러스는 정상적인 회생절차 진행이 불가능하다. 삼일회계법인은 “투자 유치 등 외부 조달이나 인수합병(M&A)을 통한 외부 자금 일시 유입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계속기업으로서 사업계획 달성은 불가능하다”며 즉각 M&A를 추진할 것을 권고했다. 홈플러스는 조사위원의 권고를 받아들여 13일 법원에 ‘인가 전 M&A’를 신청하기로 했다.

법원이 M&A를 허용하면 관리인이 매각주관사를 선임하며 매각 절차가 시작된다. 통상적인 M&A 절차와 비슷하게 우선협상대상자와 인수계약을 체결하면 관리인은 이 내용을 반영한 회생계획안을 제출한다. 채권자는 관계인집회에서 회생계획안 가결 여부를 투표하고, 법원은 최종 승인을 결정한다. 이 같은 절차는 최소 6개월 이상 소요될 전망이다.

인수자는 일반적인 구주 거래가 아니라 홈플러스 신주를 인수하는 식으로 경영권을 확보한다. 기존 대주주인 MBK파트너스 지분은 대규모 감자를 통해 소멸된다. 과거 대한통운과 팬오션, 쌍용자동차, 이스타항공 등이 인가 전 M&A를 통해 회생에 성공했다.

최대 관건은 오프라인 유통업이 침체한 상황에서 인수자가 나타날지다. 새 정부가 2만 명에 달하는 임직원을 거리로 나앉게 하기보다는 대기업의 관심을 유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잠재 인수 후보로 네이버와 한화그룹, GS그룹 등이 거론된다. 경쟁 유통기업인 신세계그룹과 롯데그룹은 “최근 자금 사정이 녹록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같은 중국 업체도 자금력이 있는 만큼 인수 가능성이 있는 기업으로 거론된다. 인수자가 없어서 사업부를 쪼개 파는 ‘사실상 청산’과 다름없는 M&A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송은경/배태웅 기자 nor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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