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양자 생태계' 다크호스로…"손바닥 크기 양자컴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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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라일리 이머전스퀀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5일 호주 시드니에 있는 연구시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미래 기술이 쏟아지는 시점에서 기존 하드웨어는 한계에 부딪혔다”며 “이 한계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양자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데이비드 라일리 이머전스퀀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5일 호주 시드니에 있는 연구시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미래 기술이 쏟아지는 시점에서 기존 하드웨어는 한계에 부딪혔다”며 “이 한계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양자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호주 시드니의 양자컴퓨팅 기업 이머전스퀀텀의 데이비드 라일리 최고경영자(CEO)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양자 기술팀을 이끌던 인물이다. MS를 떠난 후 전 세계 양자 전문 인력들을 모아 지난해 회사를 창업했다. 지난달 25일 시드니대에서 만난 그는 “거대 기업의 성숙된 기술을 뛰어넘으려면 보다 창의적이고 우연한 발견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창업 계기를 설명했다. 이 회사엔 라일리 CEO와 함께 일했던 MS 기술 인력 10명 이상이 합류했다.

호주가 글로벌 양자 생태계의 ‘미들파워’ 자리를 노리고 있다. 20년 전부터 쌓아온 양자물리학 연구 위에 이온트랩부터 실리콘, 광학 등의 상용화를 시도하는 전략이다. 미국과 중국의 양자패권 전쟁 속에서 호주는 ‘큐비트 경쟁’에 몰입하는 대신 제어와 센싱, 데이터센터 인프라 등 양자 생태계를 다각도로 구축하고 있다.

◇냉각 장치 필요없는 양자컴 개발

호주 '양자 생태계' 다크호스로…"손바닥 크기 양자컴 만든다"

호주 캔버라의 양자 기업인 퀀텀브릴리언스 본사에서 확인한 양자컴퓨터 유닛의 크기는 데스크톱 PC 정도에 불과했다. 가로 길이가 48㎝인 서버 랙에 들어가는 모듈 형태다. 장치를 보호하는 유리 케이스 높이만 2.7m에 달하는 IBM이나 대형 연구실 하나를 가득채우는 구글의 양자컴퓨터보다 훨씬 작은 크기다. 퀀텀브릴리언스의 드 비앙카 소여 박사는 “다이아몬드의 격자구조가 큐비트를 물리적으로 보호해 상온에서 작동한다는 게 특징”이라며 “거대한 냉각시스템이 필요 없어 양자컴퓨터를 도시락통 크기까지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호주는 IBM과 구글 같은 미국 빅테크와는 다른 독창적인 방식으로 양자 생태계를 전방위로 구축하고 있다. 상온 다이아몬드 하드웨어를 내세운 퀀텀브릴리언스, 실리콘 큐비트의 뉴사우스웨일스대(UNSW), 양자 제어 전문인 Q컨트롤, 다이아몬드 자기센서의 디텍트, 크라이오 패키징의 이머전스퀀텀이 한 생태계 안에 있다. 양자산업 지원기관인 퀀텀오스트레일리아의 페르난두 알베스 전략 담당은 “다양한 기술과 사업모델로 승부를 보겠다고 나선 양자 기업만 호주에 40곳이 넘는다”고 말했다.

창업과 신규 프로젝트가 이어지면서 호주를 떠났던 양자 인재들도 다시 모여들고 있다. 양자 제어기업 Q컨트롤의 마이크 비어석 CEO는 하버드대 물리학 박사 출신으로 미 국방부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등에서 일하다가 호주로 와 창업했다. Q컨트롤 관계자는 “창업 당시부터 최고의 양자 인력들은 호주에 있었다”면서 “앞으로도 본사는 호주에 둘 것”이라고 했다. 에어버스와 미국 국방부 등을 고객사로 확보한 이 회사는 미국 LA와 샌프란시스코, 독일 베를린, 영국 옥스퍼드 등 세계 각지에 지사를 뒀지만 본사는 캔버라에 있다.

◇대학·기업·지원기관 ‘한 곳’에

시드니대의 나노연구센터는 양자 하드웨어를 개발하는 기초 연구실부터 실제 상용화를 추진하는 기업, 이를 지원하는 전담기관이 걸어서 5분 거리에 붙어 있다. 건물 로비에서 교수와 기업가, 정책 전문가가 실시간으로 소통하면서 융합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구조다. 이온트랩 양자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 팅 레이 탄 교수는 “미국의 유명한 양자 연구소는 각자 자기 전문 분야를 좁고 깊게 파지만, 이 곳에선 여러 연구실이 함께 협력한다”며 “기초과학 연구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확인하고 상용화 가능성이 보이면 스핀오프한다”고 했다.

고성능 양자컴퓨터 개발에 수십억달러를 쏟아붓고 있는 미국과 중국에 맞서 호주는 당장 팔 수 있는 양자기술을 고도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과거 와이파이 등 혁신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지만 상용화 기회는 미국 등에 뺏긴 트라우마가 있어서다. Q컨트롤은 양자 제어 소프트웨어를 에어버스, IBM, 아이온큐 등에 판매하고 있다. 퀀텀브릴리언스는 미국 오크리지국립연구소(ORNL)에 양자 칩을 팔았다.

캔버라·시드니(호주)=고은이 기자

※ 이 기사는 한국여성기자협회가 주관하는 '딥테크 관련 호주 R&D 및 정책 현장취재'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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