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재해석, 현대의 무대
욕망과 파멸을 노래한 ‘맥베스’
철학과 위트를 담은 ‘시지프스’
인간 본질을 탐구하는 두 작품
현실이 어지러울 때 우리는 고전을 찾는다. 고전은 삶의 본질을 알려주고 그 깨달음을 우리 삶에 적용할 수 있는 통찰을 전해준다. 고전을 바탕으로 한 뮤지컬 ‘맥베스’와 ‘시지프스’가 화제다.
서울시뮤지컬단 창작 뮤지컬 ‘맥베스’
“빛나는 왕관, 탐하지 않을 자 누구인가”를 노래하는 창작 뮤지컬 ‘맥베스’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맥베스’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셰익스피어 비극을 뮤지컬로 만들어 성공한 드문 사례로 초연한 지 1년만에 돌아왔다.
‘맥베스’는 11세기 스코틀랜드 배경으로 왕위 쟁탈전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욕망과 파멸을 다룬 작품이다. 맥베스는 열세한 전장에서 승리를 거두고 왔지만 왕위계승자로 지명을 받지 못해 실망한다. 그의 아내 맥버니(맥베스 부인)는 그의 숨겨진 욕망에 불을 붙인다. 두 사람은 왕을 암살하고 그토록 원하던 왕위에 오르지만 피로 물든 권좌를 지켜내는 것이 불안하기만 하다. 피는 피를 부르고, 배신은 배신을 불러와 스스로 파멸한다.
무대는 단순하지만 서울시뮤지컬단 배우들의 연기력과 가창력은 뛰어나다. 권력의 상징인 보라색 망토를 두른 맥베스(한일경, 허도영)와 맥버니(유미, 이연경)가 왕관을 처음 써보고는 “왕관은 왜 이리 무겁고 난리냐. 까닥 잘못하면 목 부러지겠다. 근데 왜 벗으면 또 허전해. 벗으면 다시 입고 싶어”라고 노래 부른다. 중년 배우들의 중후한 매력과 묵직한 연기력을 볼 수 있다. 또 조연이자 앙상블 14명이 이 노래에 맞춰 화음을 넣고 율동을 선보이며 무대를 꽉 채운다.
뮤지컬 ‘맥베스’는 관객이 이해하기 쉽게 원작을 각색했다. 맥베스 부인에게 ‘맥버니’라는 이름을 부여했고, 세 마녀의 예언은 극화 과정에서 맥베스의 심리 속에 존재하는 세 사람(아버지, 아들, 그리고 젊은 맥베스)로 변화시켰다. 셰익스피어 특유의 깊이 있는 서사에 역동적인 안무와 미디어아트까지 현대적인 요소를 가미했다. 티켓값이 최고 7만원으로 비싸지 않은 편이다. 12월 29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학로 창작 뮤지컬 ‘시지프스’
대학로 창작 뮤지컬 ‘시지프스’는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그리스 신화 속 ‘시지프스’와 엮어 뮤지컬적으로 풀어낸 작품으로, 희망이라곤 전혀 남아 있지 않은 무너져 버린 세상 속 버려진 네 명의 배우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방인’ 속 뫼르소가 겪은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과 절망, 자신의 죽음 직전에 느끼는 삶을 향한 강렬한 열망 등을 직관적으로 그려낸다. 이 작품은 DIMF 시상식에서 창작뮤지컬상, 아성크리에이터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3관왕을 달성했다.
배우들은 “시지프스가 자신의 돌을 받아들이고 묵묵히 산으로 올라가는 것처럼 뫼르소도 자신의 죄를 끌어안고 묵묵히 단두대로 향합니다”라며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마주 보고, 깨닫고, 사랑하고, 놓아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출구 없는 세상에 단 하나의 출구 아닐까요?”라고 노래부른다.
뮤지컬 ‘시지프스’는 철학적 무게감은 많이 덜어내고 생기발랄한 배우들의 위트를 더해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무대에는 ‘시지프스’ 신화가 연상되는 오름막길과 미디어아트로 재현한 ‘이방인’의 태양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내년 3월 2일까지 서울 예스24스테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