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韓대행의 재판관 지명 효력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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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대행에 지명권 있다 단정못해”
9명 전원 일치로 가처분 신청 인용
위헌여부 판단까지 임명 절차 중단
민주 “당연한 결정”… 국힘은 반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2025.04.14.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2025.04.14.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한 효력이 정지됐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전례 없는 재판관 지명에 대한 위헌 여부를 헌재가 판단할 때까지 임명 절차를 진행하지 말라는 취지다.

헌재는 김정환 법무법인 도담 변호사가 한 권한대행의 지명 효력을 정지해 달라고 낸 가처분 신청을 재판관 9인 전원 일치 의견으로 16일 인용했다. 헌재는 김 변호사가 제기한 헌법소원을 선고할 때까지 인사청문요청안 제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송부 요청 등 임명 절차 일체를 진행하지 못하도록 결정했다. 김 변호사는 9일 “대통령 고유 권한인 후보자 지명권을 권한대행이 행사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과 가처분 신청을 함께 냈다.

헌재는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가 재판관을 지명해 임명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헌법과 법률이 정한 자격과 절차’에 의하여 임명된 ‘재판관’이 아닌 사람에 의해 헌법재판을 받게 돼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받게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처분이 기각됐다가 (김 변호사가 낸) 헌법소원 청구가 인용될 경우 이 사건 후보자가 재판관으로서 관여한 헌재 결정 등의 효력에 의문이 제기되는 등 극심한 혼란이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한 권한대행 측의 “장차 공직에 임명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후보자 발표’일 뿐 ‘지명’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배척했다. 헌재는 “피신청인(한 권한대행)은 이 사건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지명함으로써 임명 절차를 공식적으로 개시했고, 국회의 인사청문 실시 여부 등에 관계없이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임명할 수 있게 됐다”고 결정문에 적시했다.

법조계에선 헌재의 결정으로 한 권한대행이 18일 퇴임하는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 후임(대통령 몫)을 임명하기는 불가능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헌재가 임명 절차를 중단시킨 데다가 6·3 조기 대선에서 당선될 차기 대통령이 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면 한 권한대행의 지명 효력은 상실된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본안 사건인 헌법소원은 ‘9인 체제’가 완성될 때까지 헌재가 선고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연한 결정”이라며 지명 철회와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헌재 재판관 후임자가 지명되지 않은 경우 임기를 자동 연장하는 헌재법 개정안을 이르면 17일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헌법 위에 정치가 군림하는 상황”이라고 반발했다. 총리실은 입장문을 내고 “정부는 헌재 결정을 존중하며 본안의 선고를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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