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조 형! 희정 누나! 노래학원 어디 다녔어요?”… ‘국민 감성 보컬’-‘재즈 여왕’ 보채는 ‘공연의 神’[유재영의 전국깐부자랑]

11 hours ago 4

[26] ‘인생 깐부’ 가수 조항조 윤희정 김장훈이 부르는 ‘나와 같다면’

깐부. ‘같은 편’, 나아가 ‘어떤 경우라도 모든 것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이’라는 의미의 은어(속어)죠. 제아무리 모두 갖춘 인생이라도 건전하게 교감하는 평생의 벗이 없다면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좋은 인간관계는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깐부들 사이에 피어나는 ‘같이의 가치’를 소개합니다.

한국 가요계를 대표하는 가수 조항조(맨 위)와 윤희정(가운데) 김장훈은 특별한 우정을 나누며 어디에서도 ‘인생 깐부’라고 자랑하는 사이다. KBS·TV조선 유튜브 캡처

한국 가요계를 대표하는 가수 조항조(맨 위)와 윤희정(가운데) 김장훈은 특별한 우정을 나누며 어디에서도 ‘인생 깐부’라고 자랑하는 사이다. KBS·TV조선 유튜브 캡처

노래 좋아하는 분이라면 다 아는 세 가수가 있다. 동안(童顔) 소리 듣는 70대 동갑내기 남녀와 그들보다 10세 정도 어린 후배다.

선배 둘은 기막히게 소리와 감정을 조율하며 감동을 선사하는 ‘빅스타’다. 후배도 만만치 않다. 노래 말고도 재주가 많다. 평범함을 지양하고 기존 관례를 뒤엎는 공연 기획은 최고로 쳐준다. 개성 강해 기분대로 사는 것 같지만 돈 벌어 기부도 많이 했다. 적잖이 손해 보고 부침도 있었지만 사회 ‘사각지대’ 사람들 도울 생각하며 열심히 산다.

이 셋이 너무 친하단다. 물음표가 생기는 조합인데 ‘불후(不朽)의 친구’란다. 썩지 않고 영원토록 변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지난해 말 한 TV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한 세 사람. 윤희정이 둘을 섭외했다. 윤희정 김장훈 제공

지난해 말 한 TV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한 세 사람. 윤희정이 둘을 섭외했다. 윤희정 김장훈 제공

서로 친구하자는 의기투합 같은 건 없었다. 서로의 노래를 듣고 ‘전기’가 왔다. 울림과 감동이 남달랐다. 보컬을 넘어선 보컬이었다. 박자와 테크닉 따지는 건 서로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내가 갖지 못한 게 보였다. 존경스럽다, 더 보고 싶다. 그래서 ‘어떤 모습이든 당신을 계속 보여 주세요’라고 서로 ‘읍소’한다. 서로의 존재 자체가 동기 부여다. 희망이다. 비전이다. 이런 감동 회로를 돌리면서 서로 만난다.한국 가요사에 족적을 남기고 있는 ‘트로트 황제’ 조항조, ‘재즈 여왕’ 윤희정, ‘공연의 신’ 김장훈이다. ‘친구란 당신의 과거를 이해해 주고, 미래를 믿어 주며, 있는 그대로 받아 주는 사람.

이 문장이 세 사람의 관계를 대변한다. 만나면 서로의 과거, 현재, 미래에 공감하며 이야기꽃을 피우다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다른 얘기가 끼어들 틈이 없다. 서로에게 집중한다. 지난달 14일 만난 셋은 여전했다. 서로 비판은커녕 핀잔주는 일도 없다. 누가 더 잘 되고, 못 되고 그런 얘기 안 한다. 긍정적인 조언과 격한 공감만 있다. 친구 되어 준 서로가 고마워 이 ‘질서’를 깨지 않는다.

● Free: 공식도 장르도 없는 사이

“형하고 누나는 도대체 노래학원 어디 다니세요? 노래를 그렇게 잘 부를 수 있어요?”
김장훈의 칭찬 세례에 둘이 어지럽다. 입담 출중한 김장훈의 센스가 터진다. 외모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지만 그도 환갑이 넘었다. 어느 정도 격식을 차릴 만도 한데 꾸미거나 가식 없이 편하다. ‘거침없는 김장훈’을 둘은 ‘있는 그대로’ 받아 준다.

노래하는 스타일 다르고, 인생 사는 색깔도 완전히 다르지만 셋은 서로 개성을 존중하며 우정을 키워 간다. 지금 각자 위치가 다르다 해도 셋이 걸어가는 방향은 같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노래하는 스타일 다르고, 인생 사는 색깔도 완전히 다르지만 셋은 서로 개성을 존중하며 우정을 키워 간다. 지금 각자 위치가 다르다 해도 셋이 걸어가는 방향은 같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분위기가 편하다. 서로가 서로의 존재감을 잘 살려 주는 것 같다. 김장훈이 정말 ‘김장훈스럽게’ 보인다.“지난해 말에 제가 항조 씨, 장훈이 하고 방송을 같이 했어요. 장훈이가 제 무대를 보고 ‘빨리 나이를 더 먹고 싶다’고 느꼈대요. 자기 SNS에도 그런 감정을 썼다고 해요. 윤희정이 윤희정다운 것을 입체적으로 봐 주고 존재감을 부각시켜 주면서 닮겠다고 하는 건 존경해 준다는 거잖아요. 정말 자유로운 사이가 아니면 못하죠.”(윤희정)
“희정 누나는 ‘재즈보컬’이 아니라 그냥 ‘윤희정’이었어요. 노래 듣는데 눈물이 펑펑 나더라고요. 누나, 이런 말은 여자친구한테도 안 해 봤어요. 하하.”(김장훈)

조항조는 듣는 이로 하여금 노랫말이 ‘내 이야기 같다’고 느끼게 한다. 그래서 꼭 애창하도록 만드는 ‘마음 정화’ 가수의 대명사다. 그의 곡 ‘남자라는 이유로’는 노래 좀 한다는 남자라면 노래방에서 안 불러 본 적이 없을 게다. ‘사나이 눈물’도 마찬가지. ‘고맙소’는 첫 소절 ‘이 나이 먹도록~’에서 감정이 올라오고, 눈 주변이 욱신거린다. ‘못난 나를 만나서 긴 세월 고생만 시킨 사람~’에선 격정의 눈물을 삼키게 된다.

‘조항조표 발라드’의 진수를 보여 주는 ‘고맙소’를 부르는 조항조. KBS 유튜브 캡처

‘조항조표 발라드’의 진수를 보여 주는 ‘고맙소’를 부르는 조항조. KBS 유튜브 캡처

‘트로트의 아이콘’ 소리를 듣지만 사실 조항조는 밴드 보컬 출신이다. 팝이나 발라드 등 여러 장르를 다 했다. 조항조 앞에서 노래 구분은 ‘무늬만 장르’일 뿐이다. 감정에 따라 여러 ‘조항조’를 보여 준다. 스펙트럼을 계속 발굴해 넓게 펼치는 ‘팔색조’다.

그래서일까. 사람 보는 것도 비슷하다. 특별한 존재감을 잘 봐 준다. 그 뒤에 가려진 잠재적 존재감도 알아본다. 그 시선으로 윤희정과 김장훈을 봤다. 둘의 ‘있는 그대로’에 박수를 보내고 감동을 받는다.

“존재감을 계속 찾고 기억하려고 했어요. 윤희정과 동생 김장훈을 10년 못 보다 다시 만난다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 같아요. 항상.”(조항조)

필연일까 묻고 싶다. 조항조는 윤희정이 1972년 ‘새노야 세노야’를 부르는 걸 보고 ‘이 사람이다’ 싶었다고 한다.

“필연이라고 봐요. 한참 뒤에 만나니 항조 씨가 나를 오랫동안 좋아했다는 거예요. 알고 보니 동갑이고 노래 성향도 비슷하고 각자 밴드도 있어요. 공통점이 많았어요. 얼마 전 제가 그랬어요. ‘우리는 양자물리학적으로 만난 것 같다’고. 장훈이 포함해서 우리는 생각과 신념이 인연이라는 현실을 만들었다고 봐요. 파동이 맞는 사람들끼리 에너지 장을 형성해서 그 안으로 들어온 거죠.”(윤희정)

조항조가 한눈에 반했다는 윤희정의 데뷔 시절 앨범 자켓.

조항조가 한눈에 반했다는 윤희정의 데뷔 시절 앨범 자켓.

김장훈도 윤희정은 알고 지냈지만 조항조 형이 자기 인생 궤도에 들어올 줄 몰랐다.

“케이블 TV를 켜면 가장 먼저 나오는 채널이 있어요. 트로트 가수들이 주로 나오는 가요 순위 프로그램이었어요. 자다 깨서 TV를 켤 때마다 항조 형이 나와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거예요. 이상하더라고요. ‘잊혀진 계절’을 부르는 형을 본 게 처음이었어요. 보고는 그냥 멈췄어요. 노래를 너무 잘하는 거예요. 충격을 먹고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봤죠. 항조 형 노래 들어본 적 있냐고. 그러니까 항조 형이 락밴드 보컬을 했다는 거예요. 형님 노래를 다 찾아 들었어요. 트로트 가수라는데 이 노래 저 노래 들어 보니 전천후였어요. ‘이 형 성대는 안 늙나 보다.’ 별의별 생각으로 부러워하다 나중에 TV 토크 프로그램에서 처음 만났죠. 인연입니다.”

김장훈에게 둘은 ‘거울’이다.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장훈이는 은둔형이야. 매일 사무실 아니면 집에만 있거든. 누구를 만나질 않아.”(조항조)
“전화도 잘 안 받잖아.”(윤희정)
“바깥과 단절하듯 사는데 MZ세대와 소통도 잘해요. 제대로 자유로운 영혼 같아. 이런 경험을 노래에도 잘 담아요.”(조항조)
“제가 고등학교 2학년 때 학교에서 잘리고는 집 나와서 일찍 어른들 삶을 경험했잖아요. 그러다 보니 (어른의 삶이라는 게) 재미가 없어요. 그래서 사람 만나 술 마시고, 밥 먹고, 골프 치고 안 하는 거예요.”(김장훈)
“나도 비슷해. 나와 비슷한 사람하고 만나면 재미가 없거든. 그런데 장훈이는 또 달라. 희한해.”(조항조)
“이런 둘이 좋아. 나도 친한 사람 수천인데 다 필요 없어요.”(윤희정)
“형, 누나가 왜 저에게 특별한지 아세요? 두 분과 있으면 ‘내’가 보여요. 우리 만나서 쉴 새 없이 노래 얘기하다 보면 밝게 노는 내가 보이더라고요. 떠드는 재미는 예전에 알았잖아. 어차피 인생 혼자 가는 거라지만, 두 분하고 있으면 같이 가는 게 아주 좋겠다 싶어요.”(김장훈)

● Remember: 사소한 변화를 기억하는 사이

김장훈의 작은 변화를 깐부들이 알아챘다. 김장훈은 최근 담배를 끊었다. 두 달 되어 간다.
윤희정을 닮겠다면서 “연습과 관리를 잘해서 나이 들어도 더 폭발적이고 울림 있는 노래를 하고 싶다”고 했다.
“큰 결심했네.”(윤희정)
“담배는 ‘쉼표’였어요. 건강검진을 하면 폐가 담배 전혀 안 피우는 사람 폐 같다고 해요. 그래도 목소리를 생각하면 끊으라고 하더라고요. 형, 누나는 담배 피웠어도 지금 목소리가 나왔을 거예요. 사람이 아니죠. 두 분이 노래 부르는 거 보고 담배를 끊어 버렸어요.”(김장훈)
“장훈아, 나는 2002년부터 담배 끊었거든. 노래 잘하려고 끊은 건 아니야. 고음 내는 것과는 관계없어. 목에 이물감이 항상 있는데 그걸 계속 안고 노래할 수는 없더라고. 담배 못 끊으면 큰일 하기 어렵겠다는 불안감이 있었어.”(조항조)

김장훈은 과거 고음을 길게 낼 때 느낀 통쾌함을 다시 경험해 보고 싶다.

“담배를 피우면 호흡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지. 고음을 다시 내려면 운동을 해야 돼. 나이가 들수록 성대 근력이 떨어져. 담배를 끊으면 호흡이 좋아지고 배에서 소리를 올리는 힘이 생기는데 근력이 더해지면 좋지.”(조항조)
“운동하면 발차기도 좋아지겠는데….”(윤희정)
“누나, 발차기가 제 트레이드 마크잖아요. 점프가 점점 낮아지면 팬들이 서글퍼지겠죠. 앞으로 10kg은 더 뺄 거예요. 아예 이동준(태권도 국가대표 출신 배우) 형님한테 돌려차기를 배워 볼까요. 하하.”(김장훈)

고음이 나오도록 목소리 관리를 하겠다는 건 노래를 잘하고 싶다는 의미다. 윤희정은 늦은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전진임을 알려 주고 싶다.

“장훈아, 많은 사람이 내게 재즈를 선택한 걸 후회하지 않느냐고 물어. 그때마다 조금 더 일찍 알지 못한 걸 후회한다고 얘기하거든. 네 존재감이 느껴지는 노래? 늦지 않았어.”

윤희정은 김장훈이 작은 변화를 줘서 감동의 노래를 했던 기억을 꺼냈다. 조항조도 안다. 그 때 받은 쇼크를.

● Idea: 영감을 주는 사이

―어떤 노래를 했는데…?

“패티김 누나의 ‘이별’을 하는데 속으로 ‘와’ 탄성을 질렀어요. 울컥하는 감정을 절제해 가며 부르는데, 장훈이한테 그런 면이 있는지 몰랐어요. 장훈이가 20, 30대에 부른 노래를 제 연배 가운데 듣기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도 있거든요. 그런데 ‘이별’을 듣고서는 깜짝 놀랐어요.”(조항조)
“음악은 두 가지로 나뉘어요. 듣기 싫은 것과 듣기 좋은 것. 김장훈이 감정을 의식하지 않은 감정으로 듣기 좋은 걸 넘어 황홀한 노래를 해 버린 거죠.”(윤희정)


조항조와 처음으로 만난 방송 프로그램에서 김장훈은 자신을 정신병에서 벗어나게 해 준 패티김의 ‘이별’을 열창했다(위). 조항조가 눈을 감고 깊은 감동을 받은 듯 김장훈의 노래를 듣고 있다.  MBN 유튜브 캡처

조항조와 처음으로 만난 방송 프로그램에서 김장훈은 자신을 정신병에서 벗어나게 해 준 패티김의 ‘이별’을 열창했다(위). 조항조가 눈을 감고 깊은 감동을 받은 듯 김장훈의 노래를 듣고 있다. MBN 유튜브 캡처

김장훈에게 음악은 생각과 생활의 반영이다. 조금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처해야 노래가 잘 나왔다. 알려진 가수인데 노숙도 해 보고, 의도적으로 인생 낭떠러지로 몰아 보기도 했다. 여유가 있음에도 벼랑 끝 삶을 살아 봤다. 불행에서 행복으로 가려는 욕망을 노래에 소모하는 데 익숙했다.

그런데 ‘이별’이라는 노래는 다르게 다가왔다. 근원적인 고독감, 당시의 상실감 그대로를 노래에 실었다.

“2003년이었죠. 한국에서 공연 사기를 당한 뒤 활동 다 때려치웠어요. 단돈 3000달러 들고 미국에 갔는데 공황장애가 오네요. 의사가 ‘스테이지시크(stage sick·무대 향수병)’래요. 무대가 그리워서 아픈 거니까 사람 만나고 노래하라는 거예요. ‘에라 모르겠다’ 산타모니카 해변에 캔커피 들고 앉아 있는데 무작정 ‘이별’이 나와요. ‘왜 여기까지 와서 이러고 있나’ 하다가 좋아하는 부산 생각도 해 보고… 그런 감정을 따라가면서 부른 노래였죠.”

본연의 김장훈이든 망가진 김장훈이든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소진하니 특별하고 좋았단다. 두 선배는 그런 그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더해 준다. 영감이 보인다. 조항조는 “그냥 김장훈 그대로를 보여 줘”하고, 윤희정은 “그러면 길이 보여”라고 조언해 준다.

“같은 김장훈 목소리인데 노래 스타일이 바뀔 수 있는 거야. 여러 김장훈이 공존할 수 있다는 거야. 팝도 되고, 락도 할 수 있어. 스타일마다 ‘김장훈표’ 아닌 다른 이름을 붙여도 돼. 윤희정을 재즈 뮤지션으로 알고 있는데 모든 노래를 다 하잖아.”(조항조)
“재즈 스승님이 언젠가 ‘네 맘대로 재즈를 해 보라’고 하시더라고. ‘동백아가씨’든, ‘돌아와요 부산항에’든 맘대로 하라고. 그래서 2015년부터 이 노래, 저 노래 다 했지. 사람들이 무척 좋아하더라고.”(윤희정)
“그래. ‘윤희정의 동백아가씨’도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어. 윤희정은 어떤 노래를 하든 윤희정 색깔이 다 묻어나. 그래서 존경해. 우리가 누구냐. 대중가수잖아. 배우가 사극만 출연하면 대중 배우라고 할 수 없잖아? 조항조가 원래 락 보컬이라고 해서 락만 한 것도 아니지. ‘트로트 아이콘’이라고 해서 트로트만 하는 것도 아니고. 단 한 명이 원한다면, 그 한 명이 좋아하는 노래를 해야 해. 우리? 대중가수야.”(조항조)

―영감 제대로 받았겠다.

“항조 형, 희정 누나는 합리적인 분입니다. 제 짜증까지도 감사하게 되네요. 김장훈이 댄스곡을 할 수도 있겠어요. 김장훈을 요즘 젊은 친구들이 어떻게 부르는지 아세요? ‘망가진 김장훈’이라며 ‘숲튽훈(김장훈의 한자 이름 ‘金’과 ‘長’을 비슷한 모양 한글 ‘숲’과 ‘튽’으로 바꾼 것)’으로 불러요. 이왕이면 ‘마이클잭(숲)’ 스타일로 댄스곡을 해 봐야 겠네요. 하하.”(김장훈)

● Enjoy: 웃겨 죽는 사이

아무 말 안 해도 행복이 느껴지면 진정한 친구다. 그런데 셋은 말 끊길 틈 없이 행복하다.

“장훈이와의 통화는 몇 시간이 기본이야. 내 아내가 혀를 내둘러. 할 말이 그리 많냐고.”(조항조)
“연습 10시간 해도 안 쉬는 목소리가 형하고 통화하면 망가져요. 하하하. 언젠가부터 사람들 만나서 정치 얘기 나오면 바로 일어서서 나오는데, 우리는 참 특별한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 만나면 ‘어디 곰탕 먹어 봤냐’ ‘어디 가 봤냐’ 이런 대화하는데, 우리는 노래 얘기하다가 성대가 어쩌고 횡경막이 저쩌고 이런 얘기로 대여섯 시간 놀잖아요. 음악은 논쟁이 없죠. 완벽하게 개인 취향이고 주관이 작용하죠. 음악에 관한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요. 어떤 음악 얘기든 안 섞을 이유가 없어요. 그러면서 또 섞이는 ‘우리’가 너무 좋습니다.”(김장훈)
“서로 이해관계 없지. 공식도 안 따져 더 좋은 것 같아.”(조항조)
“우리끼리는 ‘하지 마’ ‘그거 안 돼’ 이런 게 없잖아. 살면서 이렇게 서로를 배려하며 대해 주는 사람 만나는 건 축복이야. 우리는 각자 뭔가 할 때 ‘내가 하고 싶었는데 네가 해서 더 좋다’고 해 주잖아. 다르지만 존중해 주고 그 위에 감동과 신뢰를 두껍게 쌓아가는 거야.”(윤희정)
“그런데 얼굴 상태를 보면 나이 차이가 별로 안 나 보여요. 내가 늙은 게 아니라 형, 누나가 참 젊어. 사실 누나한테는 희정 씨라고 해도 될 것 같아(다들 폭소). 제가 겸손을 가장한 거만을 싫어하는데 형하고 누나 앞에서는 ‘내가 뭘 제일 잘 한다’고 자랑질을 뻔뻔하게 하게 돼요. 감사하죠.”(김장훈)

웃는 사이 말 없어도 행복한데, 말이 너무 터져 행복하다. ‘꿀 조합’이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웃는 사이 말 없어도 행복한데, 말이 너무 터져 행복하다. ‘꿀 조합’이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 Need: 필요할 때 곁에 있어주는 사이

“누나 팬덤은 시절과 상관없는 것 같아요.”
“아무 상관없어. 올 사람은 다 오거든.”
“요즘 제 팬이 10대에서 80대까지 넓어졌어요. 대학 축제 섭외는 안 오는데 중학교 행사에서 섭외가 와요. 한때는 ‘100만 안티’가 있었지만 그들이 이제 팬이 됐어요. ‘안티, 당신들이 행복하다면 같이 놀아 줄게, 있어 줄게’라는 마음으로 대했더니 바뀌더라고요. 형, 누나가 저를 그렇게 봐 주셨잖아요. 제가 어려울 때 알아차리고 손 내밀어 주는 사람이었잖아요. 그래서 저도 의식하지 않았는데 여유가 생겼나 봐요.”

어려움이 있다고 멀어질 수는 없지. 붙어 있자. 평생 곁에 있는 존재로 남길 원한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어려움이 있다고 멀어질 수는 없지. 붙어 있자. 평생 곁에 있는 존재로 남길 원한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진정한 친구는 말하지 않아도 곁에 있어 준다. 두 선배는 곁에 있어 주는 것을 넘어 김장훈과의 공통분모를 점점 넓히려 한다. 동생에게 붙을 이유를 찾는다.

“동생에게 배울 점이 많은 것 같아.”(윤희정)
“내가 갖고 있지 않은 게 너무 많아.”(조항조)
“이런 게 낭만이 아닌가 싶어요. 우리 낭만이 커질 테니 지켜야겠죠. 무대에서 발차기, 이제 제대로 해야겠어요. 이 낭만 지키려면 안 늙어야죠. 앞으로 늙는다는 걸 부정합니다. 하하.”(김장훈)

계속 세상에 ‘필요한’ 가수로 남아 줘야 서로의 간극을 더 좁힐 수 있지 않을까. 공감한다. 노래로는 장난하지 말자는 데 동의한다. 셋이 지금까지 그렇게 노래를 불러 왔다. 초심을 다시 다잡는다.

“예전에 조동진 형님이 노래라는 거대한 명제 앞에서 우리는 한없이 겸허해져야 한다고 하셨어요. 처음엔 의미를 몰랐는데 나중에 이해가 되더라고요.”(김장훈)
“이미자 선생님이 ‘남자라는 이유로’를 좋아하셨대. 나를 자신의 후계자라고도 지목해 주셨고. 노래로 장난을 안 치는 가수라는 이유에서였지.”(조항조)
“열정은 영어로 패션(passion)이고, 연민은 컴패션(compassion)이야. 열정은 시간이 지나면 식을 수도 있지만 연민은 식지 않거든. 미워하고 싶어도 미워할 수 없는, 하지만 다가가면 그만큼 더 멀어지는, 아득한 그리움 같은 마음이 연민이야. 재즈는 열정이 아닌 연민이야. 세상을 노래하는 일도 마찬가지야.”(윤희정)
“겸허하게 노래하다 보면 또 좋은 일이 찾아오겠죠. 사실 제일 쓸데없는 게 연예인 걱정하고 손흥민 왼발 걱정이랍니다. 하하.”(김장훈)

미국 시인 윌트 휘트먼(1819~1892)은 진정한 친구를 알 수 있는 조건 6가지를 제시했다. 이른바 ‘F. R. I. E. N. D.’ 다. ‘나’ 스스로 먼저 좋은 친구가 되고,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인정해주자. 그것이 핵심이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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