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 업고 뛴 수기안토…어촌 사는 우리 이웃[파도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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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경북 지역에서 일어난 대형 산불 와중 “할매”를 외치며 주민 대피를 도운 인도네시아인 수기안토(31)씨. 고령화를 겪고 있는 어촌에서는 이미 수기안토씨와 같은 외국인이 더 이상 낯선 존재가 아니다. 우리 사회의 ‘이웃’이 된 외국인 선원들은 한국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인도네시아 국적의 수기안토(31)씨. 수기안토씨는 지난달 25일 강풍을 타고 급속히 확산된 산불이 마을로 덮친 상황에서 주민 수 십 여명을 업고 마을 방파제로 구조했다. (사진=뉴스1)

해양수산부와 법무부 등에 따르면, 현재 연근해 어업 영역에서 20t 미만 어선에 승선하는 이들은 비전문취업(E-9) 비자로 입국한다. 비전문취업자의 경우 양식업에도 종사할 수 있다. 20t 이상 어선에 승선할 경우에는 외국인선원(E-10) 비자로 한국에 입국한다.

이외에도 법무부는 어촌의 성어기, 농촌의 농번기 등 일손이 부족한 시기에 한해 1년에 최대 8개월까지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외국인 계절근로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자체들은 필요에 따라 배정심사협의회에 참여해 지자체별 근로 규모를 확정한다.

우리 앞바다에서 조업하는 연안 어선들의 90% 이상은 20t 미만의 소형 어선으로, 대부분 어업에 종사하는 외국인들은 E-9 비자를 통해 한국에 온다. 비자 종류는 개인정보로 확인할 수 없지만, 경북 영덕의 대게잡이 어선에서 일하는 수기안토씨도 E-9를 통해 한국에 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법무부는 수기안토씨의 공로를 인정해 장기거주(F-2) 비자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미 한국에서 외국인 노동자는 쉽게 만나볼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은 156만 1000명이다. 이중 E-9 비자로 한국에 온 외국인은 30만 3000명에 달해 전체의 약 5분의 1을 차지했다. E-9 비자를 소지한 외국인 중 14.4%는 농림어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장 노동자’ 외에도 농촌, 어촌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이 적지 않은 셈이다.

특히 어촌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외국인 일손의 필요성이 더욱 크다. 통계청의 ‘2023년 농림어업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어가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48%에 달했다. 어촌 인구 2명 중 1명은 65세 이상 노인인 셈으로, 어선에 타는 것은 물론 양식장을 운영하는 데에도 수기안토씨와 같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힘이 필수적인 상황이 됐다.

해수부와 수협, 지자체 등은 모두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외국인 어업 노동자들을 위한 정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어나 베트남어 등으로 된 조업 안전 매뉴얼을 만드는 것부터, 통역과 의료 지원 등도 이뤄진다. 또 동해 묵호항 등에는 ‘외국인 어업근로자 복지회관’도 들어서게 된다.

다만 아직까지도 농어촌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도 폭행과 임금 체불 등 인권 침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해경은 해양수산업에 종사하는 외국인들의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주기적으로 특별 점검을 실시하고, 인권 보호 홍보 기간 등을 운영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E-9와 E-10으로 이원화된 외국인 어업 인력 관련 제도를 일원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숙련 인력을 키우기 위한 외국인선원제(E-10)로의 통합이 필요하다고 본다. 수협중앙회는 “어선 톤수 구분 없이 외국인 선원의 선발부터 교육 등을 통합하면 안전재해나 인권 교육 등도 강화해 사후관리도 효율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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