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연말까지 금리 유지할듯… 이창용 “美처럼 0.5%P씩 못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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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개월만에 긴축 종료]
금통위원 대다수 “3개월 지켜보자”
李 “DSR 규제 중장기 확대돼야
갭 투자 원하면 금융비용 고려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년 2개월 만에 인하한 가운데, 연내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 중 대다수도 한동안 현재 금리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금리 인하가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투자한 사람) 등에 의한 집값 상승,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지지 않도록 경계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한은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앞으로의 (금리) 인하 속도 등은 물가, 성장, 금융 안정 등 정책 변수 간 상충 관계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신중하고 균형 있게 결정해 나갈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금통위원 대다수 역시 3개월 후에도 현재 금리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3개월간 기준금리 인하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한 뒤 향후 인하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취지다. 이 총재는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여섯 분 중에서 다섯 분은 3개월 후에도 3.25%에서 금리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견해를 나타냈다”며 “나머지 한 분은 3.2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했다.

이 총재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달 ‘빅컷’(0.5%포인트 금리 인하)을 단행한 미국의 상황과 국내 여건은 확연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인플레이션은 10% 이상 올라갔고 금리도 500bp(5%포인트, 1bp=0.01%포인트) 이상 올렸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떨어질 때 (금리를) 내리는 속도가 빠른 것은 당연하다”며 “‘우리도 50bp(0.5%포인트)씩 떨어지겠구나’, ‘돈 빌려도 문제가 없구나’ 생각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영끌족에 대한 경고도 이어졌다. 이날 이 총재는 “한동안 이자율 수준이 예전의 0.5% 수준으로 갈 가능성은 굉장히 적기 때문에, 부동산 투자를 하고 싶으면 이자율이 낮아져서 비용이 작을 거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며 “갭 투자를 하고 싶으면 자신의 금융비용을 고려하면서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이 총재는 올 8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역대 최장 기간 동결하며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통화정책은 운용하지 않겠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있다”며 과도하게 빚을 내 집을 사는 행위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이 총재는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늦추기 위해 정부 대출 규제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는 중장기적으로 좀 더 확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추가 DSR 규제를 하게 되면 분명히 실수요자 등에게 여러 불편함이 있다. 현재 가계대출 등 상황을 보고 정부가 (추가 규제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은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같은 한은의 신중론에 증권가에선 내년 1분기(1∼3월)에나 추가 금리 인하를 기대해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11월은 (금리를) 동결하고 내년 1월 인하 검토가 유력하다”고 내다봤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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