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독의 100년 밑그림 '디지털 전환·신뢰·지속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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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독약품은 ESG경영을 특정 부서의 일로 보지 않고 기업 미션과 경영 전략에 녹이고 있다. 최근에는 의약품 개발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환자 중심의 토털 헬스케어 컴퍼니를 목표로 세우고, 환자를 위한 디지털·AI 헬스케어 솔루션 기업으로 확대하고 있다.

[한경ESG] 리딩 기업의 미래 전략 - 김동한 한독 전무

한독의 100년 밑그림 '디지털 전환·신뢰·지속가능성'

한독은 건강한 삶에 기여하겠다는 창업 정신을 이정표로 70년 넘게 시대가 요구하는 혁신을 거듭해 왔다. 1950년대 후반 선진국 수준의 의약품을 생산하며 국내 제약산업 선진화에 기여한 것을 시작으로 선도적인 선진 경영과 글로벌 시스템, 기업문화로 정착시킨 투명경영과 사람 중심의 기업문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 연구개발(R&D) 등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개척하며 정도경영을 위해 노력해 왔다. 한독 사옥 앞 돌판에 새겨진 윤동주의 ‘서시’는 부끄럼 없이 주어진 길을 걸어가고자 하는 한독의 철학을 담아냈다.

한독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특정 부서의 일이 아니라, 기업 미션과 경영 전략을 실제로 실행하기 위한 핵심 운영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오너 3세로서 한독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는 김동한 기획조정실 전무는 앞으로도 한독은 “제대로 하며 함께 성장한다”는 철학 아래, ESG를 특별한 이름으로 구분하기보다 경영 전반에 자연스럽게 녹여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으로서 저변을 넓히면서, 이해관계자에게 신뢰받는 기업이라는 믿음을 지켜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2020년 지속가능발전소 ESG 평가에서 상장사 중 최고점을 받고, 2023년부터는 한국ESG기준원 평가에서 매년 A등급을 유지하고 계십니다. 전무님께서 생각하는 한독 지속가능경영의 비결은 무엇입니까?

“한독은 ESG라는 용어와 그 기준이 생기기 전부터, 사회와 함께 성장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습니다. 한독은 창업 이래 ‘건강한 삶에 기여한다’는 정신을 가장 중요한 이정표로 삼아왔습니다. 의약품을 만드는 회사로서, 사업의 본질 자체가 사회에 기여하는 일과 맞닿아 있다고 믿어왔고, 그 생각은 지금까지도 변함없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한독의 ESG는 어떤 ‘새로운 과제’라기보다 한독이 그동안 지켜 온 존재 방식이자 경영 원칙을 정리한 언어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오랜 시간 쌓아 온 신뢰와 책임의 문화가 경영 전반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고, 그것이 ESG 평가 과정에서 확인되었다고 봅니다. 한독의 지속가능경영 의사결정 체계는 이사회–경영진–실무 조직으로 이어지며 지속가능경영이 경영 전략, 실행과 분리되지 않고 통합적으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한독의 100년 밑그림 '디지털 전환·신뢰·지속가능성'

제약 산업은 환자의 생명·건강과 직결되는 산업이라는 점에서 ESG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됩니다.

“제약 산업은 다른 어떤 산업보다도 환자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제품의 품질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ESG를 단순히 비재무 활동이나 추가적인 과제로 보지 않습니다. 제약 기업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책임이자,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최근 사회적 가치 측면에서 헬스케어 접근성 강화를 가장 중요하게 니다. 암이나 희귀질환처럼 치료 기회가 제한적인 영역에서 치료제를 도입하고, 급여화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 왔습니다. 헬스케어 패러다임이 치료뿐 아니라 관리나 진단으로 확장되고 있는 만큼, 디지털 치료제나 생활습관 코칭 같은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해 환자의 일상까지 함께 고민하는 시도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및 인공지능(AI) 혁신을 강조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하고 계신가요.

“한독은 단순히 의약품을 공급하는 회사를 넘어, 환자 중심의 토털 헬스케어 컴퍼니(Total Healthcare Company)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부가 사업이 아니라, 제약사가 가진 가치사슬을 확장하는 핵심 전략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당뇨병 분야 강자인 한독은 전문의약품 치료제에 그치지 않고 진단–치료–관리로 이어지는 환자 중심의 토털 솔루션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습니다. 연속혈당측정기 ‘바로잰Fit’을 통해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을 강화했고, 닥터다이어리와의 협업을 통해 생활습관 중재 코칭 서비스, 1차 의료기관 상담 기반의 개인 맞춤형 당뇨·비만 관리 솔루션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불면증 분야도 스틸녹스로 대표되는 전문의약품은 물론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웰트와 협력해 불면증 디지털 치료제 ‘슬립큐’를 새로운 치료옵션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슬립큐는 인지행동 치료 기반의 디지털 치료제로, 사용자의 수면 패턴을 분석하고 행동 변화를 유도해 수면의 질을 개선합니다. 앞으로도 한독은 제약사로서 축적해 온 전문성과 의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다양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과의 협업을 계속 확대할 계획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실적 부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성장 전략이 있다면.

“과거 몇 년간 진행한 투자들이 아직 성과로 완전히 나타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 결과들이 가시화되면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또한 AI 도입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조직 전체의 효율성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한독은 내부적으로 디지털과 AI를 생산과 임상, 신약개발 전반에 적용해 구조적 생산성 향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2025년에는 제약회사 최초로 의약품 생산공정 자율형 공장 구축 사업에 선정돼 플라스타 공장을 디지털 트윈과 AI 기반의 스마트 자동화 공장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이는 중장기 제조 경쟁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투자입니다. 디지털 전환을 현실화하기 위해 임직원 역량 강화에도 지속적으로 힘을 쏟고 있습니다. 결국 기술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 그 기술을 실제로 활용해 일하는 방식이 바뀌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독이 생각하는 디지털 헬스케어와 AI 혁신은 환자 가치와 기업 경쟁력을 함께 높이는 지속가능한 성장 전략입니다.”

한독은 오랜 시간 ‘인간존중 경영’을 강조해 왔습니다. 디지털 전환이라는 미션을 위해 인적자본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계십니까?

“한독은 오래전부터 ‘회사의 성장은 직원의 성장에서 시작된다’고 믿어 왔습니다. 인재를 비용이 아니라 미래 수익에 대한 선투자로 바라보는 관점이 필요합니다. 우선 사내 인력에 여성이 많은 것은 물론 관리자 중 40%가 여성 인재일 정도로 여성 인력 비중이 높습니다. 디지털 전환의 핵심 키도 결국은 사람입니다. 5~6년 전부터 사내 디지털 전환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왔고, 2023년에는 국내 기업 최초로 생성형 AI 코파일럿(Copilot)을 업무에 전사적으로 도입했습니다. 단순히 직원 교육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업 과제를 중심으로 실제 업무에 적용해 보는 방식으로 학습 체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연구개발이나 신약 혁신뿐 아니라, 의사결정의 속도와 품질을 높이고 결국 재무 성과로도 연결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녹색기업, 스마트 생태공장, 폐수 재이용 등 환경 분야에서 제약업계 최초수식어가 많습니다.

“환경은 결국 건강과 직결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제약기업으로서 사람의 건강을 이야기하면서 환경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그래서 한독은 규제가 본격화되기 훨씬 이전부터 환경을 중요한 경영 과제로 보았습니다. 한독은 1990년대부터 보건(H)·안전(S)·환경(E) 정책을 수립하고, 통합 HSE 시스템을 구축해 자원과 에너지 절감, 오염물질 저감 같은 활동을 꾸준히 이어왔습니다. 그 결과 2000년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녹색기업으로 지정됐습니다. 최근 기후변화 대응이 환경경영의 핵심 이슈로 떠오르면서 한독도 적극 대응하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고, 자원순환과 폐기물 감축 노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2025년에는 스마트 생태공장 구축 사업에 선정돼 공장 전반의 친환경성과 효율성을 한 단계 더 높였습니다.

현재는 태양광 설비 도입을 통해 공장 에너지 사용량의 약 16%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온실가스도 10% 이상 감축을 기대합니다.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폐기물 감축 같은 활동을 꾸준히 해 왔고, 2050년 넷제로라는 중장기 목표도 그런 흐름 속에서 설정했습니다. 앞으로는 국내 규제에 대응하는 수준을 넘어 국제회계기준(IFRS),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나 글로벌 지속가능성보고 기준 기구(GRI),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같은 글로벌 공시와 평가 기준을 전제로 한 환경 관리 체계를 더욱 강화해 나가며 환경 성과를 경영의 일부로 내재화하는 방향으로 접근하고자 합니다.”

글로벌 공시 기준 강화로 스코프 3(Scope 3) 관리가 필수가 되었습니다. 어떻게 준비 중이신가요.

“한독도 올해부터 스코프 3 산출과 공시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만 원료의약품을 포함한 협력사 중에는 중소기업 비중이 높다 보니, 초기 단계에서는 데이터 산출 자체가 쉽지 않은 경우도 많을 것으로 봅니다. 한독은 스코프 3을 협력사와 함께 만들어 가야 하는 과제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우선 데이터 산출을 위한 최소한의 기반을 만들고, 그다음에 개선 계획을 함께 논의하고, 일정 기간 성과를 점검한 뒤 중장기적인 파트너십을 판단하는 구조로 가져갈 생각입니다. 초기에는 비즈니스 연관성이 높은 스코프 3 항목부터 우선순위를 정하고, 협력사를 대상으로 교육이나 가이드를 제공해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되는지’를 함께 만들어 가는 것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비용을 단순히 떠안기거나, 기준을 한 번에 맞추라고 요구하는 방식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같은 방향을 보고 조금씩이라도 개선해 나가겠다는 공감대 위에서 성립하는 파트너십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약 산업은 타 산업 대비 R&D 투자 비중이 높습니다. 단기적인 실적과 장기적인 투자 사이에서 자원 배분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하고 계십니까?

“제약 산업은 R&D 투자 비중이 높고, 성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기 실적이나 평가 지표만을 기준으로 보면 미래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습니다. 한독은 수익성과 ESG를 서로 충돌하는 개념으로 보지 않고,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공통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실제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그러합니다. 사업 부서에서 재무적 타당성과 사업성을 검토하고, 동시에 ESG 관점에서의 리스크와 기회 요인을 함께 테이블 위에 올립니다. 감사위원회나 ESG 위원회는 단순히 제동을 거는 역할이 아니라, 장기 관점에서 놓칠 수 있는 위험과 지속가능성을 함께 점검하는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단기 수익성은 높지만 ESG 측면에서 우려가 있는 사업 기회가 있다면, 그 사업이 중장기적으로 한독의 신뢰와 브랜드, 규제 리스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함께 따져보고 최종적으로 “이 결정이 5년, 10년 뒤에도 한독에 도움이 되는가”라는 질문으로 판단을 정리합니다. 이런 논의 과정 자체가 한독의 경쟁력입니다. 단기 성과와 장기 투자, 사업성과 ESG를 제로섬으로 보지 않고 하나의 의사결정 프레임 안에서 함께 고민하는 문화가 자리 잡혀 있기 때문입니다. 장기적인 신약 혁신과 재무 성과, 그리고 신뢰를 동시에 만들어 가는 선택을 꾸준히 해 나가는 것, 그것이 한독이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성장입니다.”

한독은 컴플라이언스에 매우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독에게 ‘신뢰’는 선택적인 가치가 아니라, 창업 당시부터 이어져 온 회사의 근간입니다. 1954년 창립 당시 고(故) 김신권 회장께서도 한독은 무엇보다 신뢰를 근본으로 하는 회사여야 한다고 강조하셨고, 이 원칙은 지금까지도 경영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독은 컴플라이언스를 단순한 방어적 리스크 관리로 보지 않습니다. ‘한독의 약은 믿을 수 있다’는 인식을 만들어 내는 핵심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한독은 1990년대 후반, 당시로서는 부담이 큰 40억 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도입했고, 2000년에는 법적 의무 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감사위원회를 자발적으로 설치하는 등 투명성과 내부 통제를 선제적으로 강화해 왔습니다.”

리베이트 없는 회사는 제약업계에서 쉽지 않은 선언이기도 한데요.

“이런 기준을 꾸준히 지켜왔기 때문에 한독은 업계에서 리베이트 없는 제약회사, 윤리 기준이 높은 회사로 인식돼 왔다고 생각합니다. 의약품은 결국 근거와 신뢰가 가장 중요한 영역입니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제품의 품질뿐 아니라, 정보를 제공하는 회사 자체가 신뢰할 수 있는지 여부가 처방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런 신뢰는 영업 현장에서 처방 신뢰도와 브랜드 충성도로 이어니다. 리베이트 없는 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제품 경쟁력을 갖는 것도 중요합니다. 한독은 제네릭(복제의약품)이 아닌 오리지널 의약품으로 제품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또 경쟁 제품이 없거나 기존 제품의 치료 효과에 미충족 의료수요가 있는 희귀 질병과 항암 분야에서 제품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우수한 제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파트너십이 중요합니다. 한독이 윤리·컴플라이언스 측면에서 신뢰받는 회사라는 점은, 글로벌 제약사들과 협력 관계를 맺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경쟁력이 되고 있습니다.”

향후 100년 기업으로 가기 위해 구상 중인 ‘포스트 70주년’ 로드맵의 핵심은 무엇인가요.

“한독은 지난 70년 동안 늘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1950년대 후반, 국내에 선진국 수준의 의약품을 생산하며 제약 산업의 기준을 높이겠다고 나선 것부터 투명경영과 사람 중심의 기업문화, 글로벌 시스템과 오픈 이노베이션 기반 R&D까지,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옳다고 믿는 길을 꾸준히 걸어왔습니다. ‘포스트 70주년’을 바라보는 지금도 방향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한독은 앞으로도 옳은 길을 가기 위해 남들이 하지 않은 선택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디지털과 AI 기반 혁신을 통해 일하는 방식과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의약품을 넘어 환자 중심의 회사로 전환하며, 글로벌 파트너십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 구조를 만들어 갈 계획입니다. 진정성 있는 지속가능경영을 통해 한국에도 ‘제대로 하면서 성장하는 제약회사’가 있다는 것을 계속 보여주고 싶습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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