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수출한 가장 특별한 상품, 팬덤[카를로스 고리토 한국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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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카를로스 고리토 브라질 출신 방송인·사업가 며칠 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한국영화제 개막식에서 인상 깊은 장면을 봤다. 브라질 대통령의 부인 호잔젤라 룰라 다 시우바 여사가 무대에 올라 서툰 발음으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넨 것이다. 다 시우바 여사는 한국 콘텐츠를 향한 애정을 숨김없이 고백했고, 언젠가 양국이 함께 만든 작품을 스크린에서 보고 싶다는 꿈도 이야기했다. 객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지구 반대편에서 온 한국어가 그 자리에서만큼은 가장 익숙한 인사말이 돼 있었다. 바로 다음 날에는 라틴아메리카 최대 방송사의 한 임원과 마주 앉았다. 그가 들려준 이야기는 놀라웠다. 새로운 드라마와 시리즈를 기획할 때 한국을 연구하는 단계가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관심을 가지는 분야가 독특했다. 방송사의 연구 대상은 한국의 작품 그 자체가 아니었다. 바로 한국이 팬 커뮤니티를 어떻게 만들고, 유지하고, 지원하는지를 들여다본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의 눈에 오늘날 한국 콘텐츠의 성공을 좌우하는 것은 특정한 노래나 앨범, 드라마가 아니라 팬덤 그 자체였다. 수치로 보는 한류는 이미 눈부시다. 2024년 기준 전 세계 한류 팬은 119개국 2억2500만 명에 이르고, 관련 수출액은 140억 달러(약 20조 원)를 넘어섰다. 그러나 무역 통계 어디에도 잡히지 않는 수출품이 하나 있다. 바로 소속감이다. 세계는 이제 한국의 콘텐츠만 원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이 가장 잘하는 것, 즉 관객을 공동체로 바꾸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 한다. 일방적인 관계가 아닌 상호 간의 관계. 그것이 바로 한류의 비결이라고 분석한 셈이다. 브라질에서 오랫동안 한류 커뮤니티들을 지켜보며 깨달은 것이 있다.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단순한 ‘덕질’을 넘어선다. 혼자였던 사람이 친구를 만나고, 소도시의 청소년이 대륙을 넘나드는 네트워크의 일원이 된다. 실제로 여러 사회심리학 연구는 K팝 팬덤 활동이 행복감과 자존감, 사회적 유대감을 높인다고 보고한다. 자막을 만드는 번역 봉사자들은 또 어떤가. 아무런 대가 없이 밤을 새워 가수와 배우들의 인터뷰를 옮기는 이들이 없었다면 한류는 결코 지금의 자리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이들에게 번역은 노동이 아니라 애정의 표현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공동체들이 화면 밖으로 걸어 나온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면 2012년 빅뱅 콘서트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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