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車 잘나가니… 중고차 수출도 역대 최고 질주

3 weeks ago 4

사우디-우즈베크 등 신흥국서 인기
현지 바이어, 직접 국내 와 구매
“한국차 품질, 중국보다 뛰어나”
부품 공급 원활해진 것도 효과

한국 중고차 수출액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대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중고차가 잘 팔리는 것은 신차 수출이 증가한 데 따른 낙수 효과로 분석된다. 신차가 잘 팔리면서 중고차 인지도가 동반 상승했고, 부품 수급이 원활해졌으며 여기에 중국 차 대비 높은 품질 경쟁력까지 더해졌다.

10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중고차의 수출액(HS코드 기준)은 47억4332만4000달러(약 6조4000억 원)로 2014년 이후 최대치를 나타냈다. 올해 1∼8월 누적 수출액 또한 전년 동기보다 3% 증가한 32억7299만3000달러(약 4조4146억 원)였다. 월평균 수출액이 5500억 원 이상인 지금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지면 지난해 기록을 넘어 6조6000억 원 이상의 수출액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국 중고차가 인기를 끌고 있다. 그중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와 요르단, 예멘 등 중동 국가와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옛 소련 국가 연합체인 ‘독립국가연합(CIS)’ 소속 국가들이 주요 수출 무대로 꼽힌다. 이 지역 출신 바이어가 직접 한국에 수출 상사(商社)를 차리고 국내 중고차 경매장에서 차량을 구매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7일 오전 경기 안성 롯데오토옥션 경매 출품장에서 오후 경매를 앞두고 외국인 바이어 등이 중고차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안성=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7일 오전 경기 안성 롯데오토옥션 경매 출품장에서 오후 경매를 앞두고 외국인 바이어 등이 중고차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안성=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7일 오전 경기 안성 롯데렌탈의 중고차 경매장인 롯데오토옥션. 국내 연간 중고차 경매 물량의 약 16%(2023년 연간 기준)를 처리하는 이곳에선 이날 오후 경매를 앞두고 해외 바이어들이 경매 차량을 주차하는 출품장을 돌며 미리 점찍어 둔 중고차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었다. 롯데오토옥션은 전주 금요일까지 경매 물품 등록, 차량 성능 검사 및 세차 과정을 거쳐 매주 월요일 오후 경매를 실시한다.

경매장에서 만난 바라카트 씨(55)는 수출입 관세가 없는 자국 요르단을 거쳐 중동 지역 곳곳으로 중고차를 유통하고 있다. 이 일을 한 지 올해로 20년째인 그는 “한국 자동차 위상이 높아지고, 중고차 유통 시스템이 선진화됐음을 실감한다”며 “성능 좋은 차는 사우디와 같은 중동의 부유국에, ‘가성비’ 차량은 아프리카 지역으로 나눠 판매하고 있다”고 했다.

경매에는 보통 매주 500개 회원사(명)가 참여하는데 팬데믹 이후 모바일 등 온라인으로 경매에 참여하는 곳이 늘면서 경매 현장에 참석하는 인원은 100여 명이 채 안 될 만큼 적어졌다. 이 중 바라카트 씨와 같은 수출업체 직원들이 주로 경매장을 찾는다.

8월 말 기준 롯데오토옥션에 ‘수출업체’로 등록된 업체 비중은 29.6%로 2020년 14.6%보다 15%포인트 늘었다. CIS를 상대로 중고차 수출 업무를 하는 키르기스스탄 국적의 바티르 씨(31)는 “동료 서너 명과 함께 경매장에 온다. 그들 모두 중동 국가 소속으로 고려인과 CIS 국적인 사람도 많다”고 했다. 국내 경매장이 해외 중고차 유통상의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중고차 수출을 담당하는 권혁민 케이제이트레이딩 대표는 “만약 가격 경쟁력만 따졌다면 중국 중고차를 선택할 것”이라며 “하지만 품질 부분에서 한국 중고차의 경쟁력이 중국을 앞지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박영화 한국중고차수출조합 회장은 “한국 자동차의 해외 판매량이 늘면서 수리를 할 때 부품 수급이 원활해진 면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한국 중고차에) 기본으로 탑재된 옵션 사항(편의 품목)도 좋아 신차와 함께 수출 호실적을 내고 있다”고 했다.

안성=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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