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카페에 스며든 AI 음악이 불편한 이유[콜린 마샬 한국 블로그]

1 day ago 12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콜린 마샬 미국 출신·칼럼니스트·‘한국 요약 금지’ 저자 나는 프리랜서로 일하며 거의 매일 글을 쓰러 카페에 간다. 물론 글을 쓰기에 좋은 곳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얼마 전에는 평소 잘 가지 않던 동네의 작은 커피숍에서 일하다가 이상한 경험을 했다. 다른 카페들과 마찬가지로 그곳에서도 하루 종일 음악이 흘러나왔다. 한국 카페의 음악은 미국 카페보다 두 배쯤 더 시끄럽지만, 한국에 산 지 10년이 넘은 나는 이미 오래전에 익숙해졌다. 그런데 그날 나를 괴롭힌 것은 음량이 아니었던 것 같다.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음악 자체가 점점 불쾌하게 느껴졌다는 데 있었다.처음에는 그저 단조로운 서양 음악이라고 생각해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한두 시간이 지나자 노래들이 서로 매우 비슷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엄밀히 말하면 가수들의 목소리가 똑같지는 않았지만 거의 차이가 없었다. 영어 가사가 나오는 K팝 노래들과 달리 문법에 어긋나는 부분은 없었지만, 의미는 매우 모호했다. 단어 몇 개만 바꾼 듯한 비슷한 문장도 계속 들려왔다. 이런 음악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궁금해져 주변에서 들리는 노래의 제목과 가수를 알려주는 ‘샤잠(Shazam)’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을 열었다. 하지만 아무리 시도해도 검색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그제야 내가 무엇을 듣고 있었는지 깨달았다.카페에서 흘러나오던 음악은 인공지능(AI)으로 생성된 것이었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카페를 나왔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여기저기에서 비슷한 류의 노래들을 계속 듣게 됐다. 서울의 다른 카페들뿐 아니라 제주도의 기념품 가게와 아내 생일에 방문한 뷔페 식당에서도 그러한 노래들이 흘러나왔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런 AI 음악이 한국인들에게는 그다지 괴롭게 느껴지지 않는 듯하다는 점이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는 소설 ‘방랑자들’에서 “영어 원어민들은 비원어민과 달리 세계 어디서나 흘러나오는 바보 같은 노래들을 도저히 무시할 수 없다는 사실이 신기하다”고 썼다. 내가 AI 음악을 듣자마자 짜증이 나는 것도 내가 영어 원어민이기 때문일까?비단 영어 원어민이어서만은 아니고 오늘날 미국인과 한국인이 첨단기술을 대하는 태도에는 큰 차이가 있는 듯하다. 내가 느끼기에 한국인은 미국인보다 첨단기술이 가져올 미래를 한층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것 같다. 단순화해 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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