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더 많은 가족이 잘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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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더 많은 가족이 잘살도록

길가에 봄 내음이 가득하다. 친구, 연인, 가족과 함께 즐거운 표정들…. 팝콘처럼 터진 벚꽃이 상춘객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잠시 산책이라도 하며 봄기운을 만끽하고 싶지만, 차창을 열어 한층 포근해진 바람을 느끼는 데 만족할 뿐이다.

젊은 시절엔 꽃놀이 같은 평범한 일상은 늘 뒷전이었다. 사업을 키운다는 명분 아래 가족,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은 미루기 일쑤였다. 일하는 게 가장 즐거운 취미였고 회사의 성장이 곧 내 정체성이었다. 일이 잘될수록 챙겨야 할 새로운 가족이 늘어났고 여유를 부릴 틈은 없었다. 꼭 한 지붕 아래 살아야만 가족은 아니다. 오랜 시간 땀 흘려온 임직원도 내겐 또 다른 의미의 ‘가족’이었다.

사업이 커지고 맡은 직책이 늘어날수록 어깨 위의 짐도 자연스레 무거워진다. 그 짐에는 수많은 사람의 생계와 미래가 달려 있다. 이전엔 ‘내 회사’의 이익을 좇았다면, 이제는 지역 상공업계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의 장으로서 ‘우리 기업들’을 아우르는 역할을 해내야 한다. 사업을 시작한 지 40년이 훌쩍 넘었지만, 날마다 부딪히는 현실은 여전히 새로운 일투성이라 새삼스레 깨닫게 되는 것들이다.

회원사 간 교류를 강화하는 협의회와 기업 애로를 듣는 위원회도 활발히 운영 중이지만 올해부터는 시간을 쪼개 직접 회원사를 찾아다니려 애쓰고 있다. 지난주에만 여덟 곳의 회원사를 방문해 각 기업의 세세한 사정을 듣고 기업하며 겪는 어려움을 함께 나눴다. 이런 시간을 통해 각 기업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그만큼 실질적인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인천은 면적이 크고 사업체 분포 범위가 방대해 하나의 거점만으로 전체 기업을 아우르기 어렵다. 남동산업단지에 있는 인천상의 사무처에서 서구 검단이나 계양구에 가려면 자가용으로 한 시간은 족히 걸릴 정도다. 그래서 최근 부평 사무소를 통해 회원사 지원과 관리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이런 노력을 기울이는 건 기업이 성장해야 지역 사회가 함께 발전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아들 녀석이 유치원에 다닐 때쯤이려나? 해외 출장길에 나서는 나를 배웅하며 “또 오세요”라고 인사한 적이 있다. 아내와 눈을 맞추고 박장대소했지만 길을 나서며 뒷맛이 씁쓸했다. 이제는 그런 아들이 가정을 꾸렸을 만큼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때를 생각하면 마음 한쪽이 아려온다.

지나가 버리면 어떤 노력으로도 만회할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 있다. 그런 귀한 시간이 지금도 흘러가고 있는 건 아닐까. 내가 선 이 자리에 후회가 남지 않도록 수많은 ‘가족’을 위해 오늘의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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