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의 작심 발언이 화제다. “대한민국엔 희망이 없으니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직설적인 표현은 충격적으로 다가오지만, 우리 사회에 대한 일각의 인식을 반영하는 목소리기도 하다.
이과 출신인 필자 주변의 뛰어난 친구들 대부분은 이미 한국을 떠났다. 과학·공학 분야에 남은 친구들은 미국 실리콘밸리로, 경영·금융으로 전향한 이들은 홍콩과 싱가포르를 오가며 일하고 있다. 국내에 남은 건 의대를 간 친구들이었지만, 그들조차 “한국에 미래가 없다”고 말한다면 우리는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까.
해외에서 일하는 세 친구의 삶을 들여다봤다. K는 캐나다 시청에서 산림 공무원으로 일한다. 명문대 졸업 후 은행에 입사했지만 흥미와 보람을 느끼지 못해 10년 만에 사직서를 냈고, 이후 캐나다 대학원에서 산림학을 공부해 새로운 커리어를 열었다. “여긴 나이를 따지지 않아 좋아.” 수평적인 문화, 만족스러운 ‘워라밸’, 안정적인 연금이 그가 지금 삶에 만족하는 이유다. 정년까지 일한 후 한국으로 돌아올 계획이지만, 그때도 캐나다와 한국 양국에서 연금을 받을 수 있다.
Y는 미국의 정보기술(IT) 대기업에서 인공지능(AI) 과학자로 일한다. 명문대 공대 졸업, 아이비리그 유학,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테크리더까지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하지만 그는 “영어는 여전히 불편하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한국 복귀는 쉽지 않다고 했다.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환경, 연봉을 맞춰줄 기업도 부족하다는 이유다. 아이들도 이미 미국 교육에 익숙하고, 한국의 과도한 경쟁에 뛰어들게 하고 싶지 않다. 커리어가 끝난 뒤엔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지만, 그 전까지는 1년에 한 번 한국을 찾으며 그리움을 달랜다.
S는 외국계 은행의 커머디티 트레이더로, 부서 이전으로 싱가포르에 거주하게 됐다. 전문성과 성과에 따른 평가, ‘워킹맘’으로서 삶의 질, 저렴한 보모 비용까지 고려하면 한국보다 나은 조건이 많다. 그는 “생산자로서 역할을 마치면 소비자로서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은 소비자가 왕이니까.”
세 사람 모두 공통적으로 “일은 해외에서, 은퇴는 한국에서”를 말한다. 일과 삶의 균형, 자녀 교육, 조직 문화 등 여러 면에서 한국은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지 못했다. 뛰어난 인재들이 더 나은 삶을 찾아 떠나는 현실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되돌아봐야 할 과제다. 지금보다 더 많은 인재가 국내에 머무르며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하지 않을까.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가 대한민국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일하고 싶은 나라’ ‘자녀를 키우고 싶은 나라’로 느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