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스 포인트>
▶ 목표주가 전망 BNK 185만원 vs 한투 380만원
▶ 올해 실적 비슷한데, 2027년 전망은 정반대
▶ 7월 말 미국 빅테크의 실적발표에서 1차 결론
불과 닷새 간격으로 발표된 두 건의 증권사 리포트가 SK하이닉스는 물론 국내 증시 전체를 뒤흔들었다. 같은 기업을 분석했지만 목표주가는 무려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SK하이닉스는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자 국내 인공지능(AI) 반도체 투자심리를 대표하는 종목인 만큼 두 리포트는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먼저 시장을 흔든 것은 BNK투자증권 이민희 연구원이 지난 8일 발간한 보고서였다. BNK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에 대해 투자의견 ‘보유’를 유지하면서 목표주가를 185만원으로 제시했다.
당시 주가보다 낮은 수준의 목표주가를 제시한 데다 “AI 투자 속도 조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으면서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켰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 주가가 200만원 아래까지도 내려갈 수 있다”는 공포를 낳았다.
닷새 뒤인 13일에는 또 다른 충격이 이어졌다. 한국투자증권 채민숙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컨센서스를 약 8%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실적 추정치만 보면 부정적인 내용이었다. 실제로 보고서가 발표된 당일 SK하이닉스 주가는 180만원대 초반까지 급락했다.
투자자들이 눈여겨 볼 것은 두 보고서의 결론이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BNK투자증권과 달리 한국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380만원으로 제시하며 중장기 성장성을 높게 평가했다.
같은 기업에 대해 이처럼 상이한 평가가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투자자들이 더 관심있게 살펴보고 고민해야 할 대목은 여기 있다. 매경플러스가 두 리포트의 내용을 자세히 비교분석했다.
극과극 목표주가, 내년도 실적 전망에서 갈렸다
흥미로운 점은 올해 실적 전망만 놓고 보면 목표주가 185만원을 제시한 BNK투자증권이 오히려 더 낙관적이라는 사실이다.
BNK투자증권은 올해 SK하이닉스 순이익을 244조160억원으로 예상했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의 전망치는 204조460억원이다. BNK가 한국투자증권보다 약 20% 높은 올해 순이익을 예상한 셈이다.
두 증권사의 전망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시점은 내년 이후다. 2027년 순이익 전망치는 BNK투자증권이 156조7940억원으로 제시했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294조2960억원으로 예상했다. 한국투자증권 전망치가 BNK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
2028년 순이익 전망에서는 격차가 더욱 벌어진다. BNK는 2028년 SK하이닉스 순이익이 48조935억원으로 2027년 대비 3분의 1 이하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한투는 351조3060억원으로 2027년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봤다.
결국 두 증권사의 SK하이닉스 목표주가 차이는 올해 실적 때문이 아니라, 2027년 이후에도 지금과 같은 높은 수익성이 이어질 것인지에 대한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BNK “AI 투자 속도 둔화에 중국 메모리 추격까지 겹쳐”
BNK투자증권의 핵심 논리는 AI 투자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투자 증가 속도가 둔화될 가능성에 있다.
보고서는 현재 AI 서버용 DRAM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시장은 여전히 공급 부족이지만,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CSP)들의 인프라 투자 확대 속도는 이전만큼 가파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미국 주요 CSP들의 설비투자(CAPEX)는 올해 큰 폭으로 증가하지만 내년에는 증가율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메모리 가격과 중앙처리장치(CPU) 가격 상승 기대감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투자 증가율이 둔화되면 반도체 업종의 실적 모멘텀 역시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 BNK의 판단이다.
또 이번 AI 특수는 과거 메모리 호황과 다른 경쟁 환경을 맞을 것으로 전망했다. 과거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심의 경쟁이었다면, 앞으로는 중국 메모리 업체들의 추격과 PC·모바일 업체들의 시장 변화까지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메모리 업체 간 수익성 격차도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결국 AI 특수가 이어지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메모리 산업 특유의 다운사이클에 진입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BNK투자증권이 목표주가를 보수적으로 제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적은 올해 하반기까지 양호하겠지만, 시장은 그 이후를 먼저 반영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한투 “메모리 반도체, 이익 크기보다 지속성을 봐야”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의 실적 성장이 지속될 뿐만 아니라, 이익의 지속성도 커지면서 메모리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선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이 컨센서스를 밑돈 이유는 수요 둔화 때문이 아니라 경쟁사 대비 높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비중 때문이며, 이것이 일시적으로 평균판매단가(ASP) 상승률을 낮췄다고 해석했다.
한투는 앞으로 중요한 것은 3분기 이후 실적이라고 강조했다. 3분기부터 HBM4가 본격 양산에 들어가면서 시장 평균 수준의 ASP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이어 2027년부터는 장기공급계약 가격이 반영돼 ASP가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HBM의 가격 상승은 DRAM 전체 평균판매단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결국 기업의 수익성도 한 단계 더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앞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기준도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과거에는 반도체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의 크기가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수익의 지속 가능성이 더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LTA의 확대는 메모리 산업의 약점이었던 실적 변동성을 낮추고, HBM 생산 확대에도 불구하고 전체 메모리 공급은 부족이 지속되면서 높은 수익성이 장기간 유지될 것이라고 봤다. 이 같은 분석에 근거에 주당순자산(64만3124원)에 주가순자산비율(PBR) 6배를 곱해 목표주가 380만원을 제시했다.
결국 HBM 슈퍼사이클을 어떻게 보느냐의 차이
두 보고서를 비교해 보면 AI 시대가 계속된다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차이는 AI 산업의 성장 자체가 아니라 HBM 중심의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다.
BNK투자증권은 AI 투자가 이어지더라도 증가율은 점차 둔화되고, 결국 메모리 산업은 기존의 경기순환 사이클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따라서 2027년 이후에는 실적과 기업가치 모두 지금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HBM 시장이 기존 메모리 산업과는 다른 구조로 바뀌고 있다고 판단했다. 장기공급계약 확대와 공급 부족, HBM4 양산이 맞물리면서 높은 수익성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목표주가 185만원과 380만원의 차이는 2027년 이후에도 HBM이 지금과 같은 높은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느냐, 아니면 AI 투자 열기가 식으면서 메모리 산업이 다시 전통적인 사이클로 복귀하느냐에 대한 전망의 차이다.
SK하이닉스를 둘러싼 엇갈린 시각에 대한 1차 결론은 오는 22일(현지시간) 구글(알파벳)을 시작으로 줄줄이 이어지는 미국 빅테크의 2분기 실적 및 향후 투자계획에서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는 29일, 애플과 아마존은 30일 각각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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