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잉글랜드는 16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준결승에서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선제골을 넣고도 1-2로 역전패했다. 승리를 지키려던 토마스 투헬 잉글랜드 감독(53·독일)이 수비 전환을 지나치게 서두르는 바람에 오히려 패배를 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헬 감독은 후반 10분 측면 공격수 앤서니 고든의 선제골이 터진 뒤 수비수 3명을 연달아 투입했다. 후반 27분에는 고든을 빼고 중앙 수비수 에즈리 콘사를 투입하며 포백을 파이브백으로 전환했다. 이어 10분 뒤에는 중앙 수비수 댄 번과 측면 수비수 니코 오라일리까지 투입했다. 투헬 감독은 “우리는 크로스를 너무 많이 허용하고 있었다. 공간이 너무 많이 벌어졌고 공중 볼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파이브백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선택은 오히려 아르헨티나에 30분 넘게 공격할 기회를 내주는 악수가 됐다. 잉글랜드 대표 수비수 출신 스튜어트 피어스 토크 스포츠 해설위원은 “가장 큰 문제는 우리가 너무 내려앉으면서 리오넬 메시에게 계속 공을 잡을 시간을 줬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잉글랜드는 결국 경기 막판 7분 동안 두 골을 내주는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고든의 골 이후 후반 추가시간 역전 골을 허용하기까지 37분 동안 잉글랜드의 볼 점유율은 12%에 불과했다. 투헬 감독은 “우리는 너무 수동적으로 변했고 공을 지키지 못했다”며 패인을 인정했다.
1930년 우루과이에서 열린 첫 대회부터 이번 북중미 대회까지 월드컵을 23번 치르는 동안 외국인 감독이 우승컵을 들어 올린 사례는 단 한 번도 없다.
애초 이번 대회는 이 기록이 깨질 가능성이 가장 큰 대회로 평가받았다. 48개 참가국 가운데 26개국(54%)이 외국인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기 때문이다. 2022 카타르 월드컵 당시 32개 참가국 중 9개국(28%)이 외국인 감독을 선임했던 것과 비교하면 26%포인트가 올랐다.투헬 감독은 지난해 잉글랜드 대표팀 역사상 세 번째 외국인 사령탑이 됐다. 파리 생제르맹(PSG·프랑스), 첼시(잉글랜드), 바이에른 뮌헨(독일) 등 유럽 명문 클럽팀을 이끌었던 투헬 감독이 부임할 당시만 해도 잉글랜드를 60년 만의 월드컵 우승으로 이끌 적임자란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투헬 감독은 실제로 팀을 4강까지 올려놓았지만 96년간 이어진 ‘외국인 감독 무관’ 징크스는 끝내 깨지 못했다.투헬 감독은 준결승 사전 기자회견에서 외국인 감독 최초 우승에 대해 “나는 그런 기록을 목표로 삼지 않는다. 그저 내가 하는 일을 사랑하고, 이런 기회를 얻은 것에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그라운드에서는 결승 진출을 의식한 듯 일찌감치 수비적인 선택을 내렸고 그 결정이 역전패 빌미가 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투헬 감독은 “책임은 감독인 내게 있다”면서도 “경기가 끝나면 자기가 더 잘 안다고 말하는 (자칭) 감독이 수백만 명 나오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한종호 기자 hj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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