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마약 투약을 자수한 뒤 실제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온 아나운서 출신 모델 김나정(32) 측이 ‘억지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18일 조선닷컴 보도에 따르면 김나정은 입장문에서 사업차 찾은 필리핀에서 억지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입장문은 김나정의 법률대리인 김연기 변호사가 작성했다.
입장문에 따르면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본인의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를 알게 됐다. 김나정 측은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술자리를 해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A씨로부터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며 “그 과정에서 A씨는 연기를 흡입하게 하고, 이를 피하자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김나정의 휴대전화에는 이 모습을 담은 영상이 남아 있다고 했다.
김나정 측은 “A씨가 본인 휴대전화로 이 영상을 촬영할 경우 나중에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김나정의 휴대전화로 촬영한 뒤 에어드랍(휴대전화 무선 파일 공유 기능)등의 방법으로 전송받아 영상을 보관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영상으로 김나정이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는 점을 증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씨는 김나정에게 문제의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며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김나정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A씨가 다수의 범죄를 저질러 수배 중으로, 현재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김나정은 지난 12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마닐라 콘래드 호텔이다.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됐다. 공항도 무서워서 못가고 있다. 택시도 못타고 있다. 도와달라”며 구조 요청을 하는 글을 올렸다. 이후 “대사관 전화 좀 부탁드린다”, “한국 가고 싶다”, “비행기 타면 저 죽을 것 같다. 마닐라에서 나가면 죽을 것 같다. 공항도 위험하다. 제발 도와달라” 등 다급해보이는 글을 연이어 공개해 걱정을 샀다.
그러나 빠르게 삭제한 게시글에는 “어젯밤 마닐라발 비행기가 늦춰지고 늦은 저녁 공항 직원, 승객 이미그레이션 모두가 저를 촬영하고 트루먼쇼처럼 마약 운반 사태를 피하려고 제가 캐리어와 가진 백들을 모두 버렸다”면서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 저의 과대망상으로 어떤 식으로든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 못 타겠다”고 마약 투약을 자수하며 횡설수설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의혹을 샀다.
김나정 측은 이에 대해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그 과정에서 A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A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며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후 A씨는 김나정의 목숨을 위협하거나 경찰 조사 내용을 알려달라고 강요하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고 했다. 경찰은 김나정에 피해자용 스마트워치를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나정의 법률대리인 김연기 변호사(법무법인 충정)는 A씨가 협박을 실행에 옮길 수 있다는 걱정에 A씨를 드러내는 것을 매우 꺼려했다고 했다. 이 때문에 “피해 영상을 포함한 다른 증거를 수사기관에 제출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사실과 다른 진술을 일부 한 것이 있다”고 했다.
프리랜서 아나운서 출신의 김나정은 리포터, 기상캐스터 등으로 활동했다. 2019년 남성잡지 ‘미스 맥스’ 콘테스트에서 우승했다.
12일 귀국 후 받은 마약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온 김나정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