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클록, ABS, 높은 마운드… 프로야구 ‘마의 3시간’ 벽 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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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평균 경기시간 ‘2시간 59분’
2010년 집계 후 첫 3시간 미만… 작년보다 11분, 2014년보다 25분↓
올 정식도입 ‘피치클록’이 일등공신… MLB도 2023년 적용후 24분 단축
ABS 도입후 볼 판정시비 확 줄고… 投高속 연일 탈삼진쇼도 한몫

18일 현재 올 시즌 프로야구 평균 경기 시간은 2시간 59분(정규 이닝 기준)으로 2010년 이후 가장 짧다. 경기 시간 단축의 가장 큰 원동력은 올해 정식 도입된 피치클룩이다. 타자 뒤편으로 시간을 알리는 전광판이 보인다. 뉴시스

18일 현재 올 시즌 프로야구 평균 경기 시간은 2시간 59분(정규 이닝 기준)으로 2010년 이후 가장 짧다. 경기 시간 단축의 가장 큰 원동력은 올해 정식 도입된 피치클룩이다. 타자 뒤편으로 시간을 알리는 전광판이 보인다. 뉴시스
‘야구는 길고 지루한 스포츠’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실제로 야구 경기 시간은 다른 구기 종목에 비해 현격히 긴 편이다. ‘스피드업’은 야구의 오랜 과제였다.

한국프로야구에서 ‘스피드업’이 본격적으로 화두에 오른 건 2014년부터다. 그해 평균 경기 시간은 역대 최장인 3시간 24분(정규 이닝 기준)이었다. 이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듬해부터 투수가 포수에게 공을 받은 후 타자가 타석에서 이탈하면 제재금 20만 원을 부과했다. 이후에도 경기 시간을 줄이기 위한 각종 노력이 이어졌다.

‘마의 3시간’을 깨기 위한 한국 야구계의 오랜 숙원이 어쩌면 올해 현실이 될 것으로 보인다. 18일 현재 정규시즌 720경기 중 절반가량인 355경기를 치른 가운데 평균 경기 시간은 2시간 59분(정규 이닝 기준)을 기록 중이다. 2010년 집계 후 처음 평균 3시간 벽을 허물었다. 지난해 3시간 10분을 앞지른 것은 물론이고 2014년과 비교하면 25분이나 경기 시간이 단축됐다. 2009년까지는 연장을 포함한 평균 경기 시간을 따졌는데 이렇게 계산해도 올해는 3시간 2분으로 1998년(2시간 59분) 이후 27년 만에 가장 경기 속도가 빠르다.

가장 큰 원동력은 피치클록이다. 지난해 시범운영을 거쳐 올해 정식 도입된 피치클록은 주어진 시간 규정을 위반할 경우 볼카운트 페널티를 주는 규정이다. 투수는 주자가 없을 때 20초 안에 다음 공을 던지지 않으면 자동으로 볼 하나가 추가된다. 주자가 있을 때는 25초다. 타자 역시 8초가 남을 때까지 양발을 타석에 두고 타격 준비를 마치지 않으면 자동 스트라이크가 부과된다.

야구 통계 전문 사이트 ‘베이스볼 레퍼런스’에 따르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역시 2023년 피치클록을 도입하면서 평균 경기 시간(정규 이닝 기준)이 크게 줄었다. 2022년 3시간 3분이었던 경기 시간은 그해 2시간 39분으로 단축됐다.

선수들도 순조롭게 피치클록에 적응하고 있다. 18일까지 피치클록 위반은 총 122차례 나왔는데 3월 경기당 0.59회에서 이달 들어 0.21회로 줄었다.

높아진 마운드도 경기 시간 단축에 기여했다. 올 시즌 리그 전체 평균자책점은 4.19로 지난 시즌(4.91)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한화 폰세, SSG 앤더슨 등 새로 영입된 외국인 에이스들이 연일 탈삼진 쇼를 벌이면서 경기 흐름도 빨라지고 있다. 올 시즌 경기당 평균 탈삼진 수는 15.5개로 역대 최다다. 폰세는 지난달 5월 17일 SSG와의 연속경기(더블헤더) 1차전에서 9이닝 기준 한 경기 최다 탈삼진 신기록(18개)을 세웠는데 이 경기는 2시간 49분 만에 끝났다. 지난해부터 도입된 볼·스트라이크 자동 판정 시스템(ABS) 덕분에 경기 지연의 원인이 되곤 했던 판정 항의도 크게 줄어들었다. 올해는 특히 스트라이크존이 1cm(키 180cm 타자 기준) 정도 낮아지면서 투수들이 유리해졌다는 분석도 있다.

구단별로는 KT가 2시간 54분, 한화가 2시간 55분으로 경기 시간이 짧다. KT는 팀 평균자책점 3위(3.59), 한화는 1위(3.41)다. 평균 경기 시간이 가장 긴 롯데(3시간 6분)는 팀 평균자책점도 4.81로 9위에 처져 있다.

강우 콜드게임을 제외하면 올 시즌 가장 짧았던 경기는 3월 2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두산 경기다. 두산 콜어빈과 삼성 후라도가 선발 맞대결을 펼친 이 경기는 불과 2시간 4분 만에 두산의 2-0 승리로 끝났다. 후라도는 8이닝 4피안타 1볼넷 11탈삼진 2실점으로 완투패했다. 역대 프로야구 최단 경기 시간은 1985년 9월 21일 청보와 롯데의 경기에서 나온 1시간 33분이다. 당시 선발 투수인 롯데 임호균과 청보 장명부는 모두 완투를 했고, 경기에선 롯데가 3-0으로 승리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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