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살 여고생 모친 “믿었던 경찰, 살인마 편이었다”

4 hours ago 3

장윤기에 살해된 이채원양 어머니
“경찰 사건 축소하고 조직적 은폐
파렴치한 제식구 감싸기에 온몸 떨려
진상 규명해 관련자 모두 엄벌해야”

故(고) 이채원 어머니가 광주경찰청 1층 로비에서 부실·은폐 수사 규탄 및 유착 경찰관 구속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인사말하고 있다. 2026.7.8/뉴스1

故(고) 이채원 어머니가 광주경찰청 1층 로비에서 부실·은폐 수사 규탄 및 유착 경찰관 구속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인사말하고 있다. 2026.7.8/뉴스1
여고생 이채원 양을 살해한 장윤기 사건을 둘러싼 경찰의 증거인멸 의혹과 관련해 유가족이 철저한 진상규명과 관련자 엄벌을 촉구했다.

고(故) 이채원 양의 어머니는 8일 오전 광주경찰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람을 살리는 응급구조사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우리 채원이가 어느 날 너무나도 참혹하게 목숨을 잃었다”며 “채원이가 떠난 뒤 저희에게 하루하루는 숨 쉬는 것조차 채원이에게 미안하고 고통”이라고 울먹였다.

이어 “가해자에게 반드시 사형이 내려질 수 있도록 법이 바뀌는 길을 간절히 바라며 피눈물을 흘려 딸의 이름과 얼굴까지 세상에 공개했다”며 “다시는 우리 채원이와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길 바라는 마음 하나 뿐이었다”고 덧붙였다.

이 양의 어머니는 “그런데 국민을 보호해줘야 할 경찰이 뒤에서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가해자가 경찰 가족이라는 이유로 사건을 축소하고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있었다”며 “누구보다 엄정하게 수사하고 우리 채원이의 억울함을 풀어줄 것이라고 믿었던 경찰이 우리 편이 아니라 살인마의 편이었다”고 분노했다.

이어 “증거를 확보해야 하는 기본적인 사항도 지키지 않는 자들이 감히 경찰을 사칭하느냐”며 “과연 경찰이라는 직분을 수행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경찰의 책무를 통째로 망각한 직무유기이자 기만”이라고 비판했다.

또 “자식을 잃은 슬픔만으로도 가슴이 찢어지는데 왜 제 딸이 죽어야 했는지 그 진실마저 가해자의 아버지가 경찰이라는 이유로 증거가 인멸되고 왜곡됐다”며 “만약 채원이가 본인들의 딸이었다면 이렇게 수사했겠나. 우리 채원이도 누군가의 소중한 딸이었다”고 호소했다.

이 양의 어머니는 “민중의 지팡이라는 경찰이 이토록 파렴치하게 제 식구를 감싸고 진실을 은폐했다면 이제 대한민국 어느 국민이 경찰을 믿고 살 수 있겠느냐”며 “공권력이 한패가 돼 진실을 난도질하려 했던 현실을 생각하면 지금도 온몸이 떨린다”고 했다.그러면서 “수사와 재판을 통해 모든 사실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지고 관련자 모두에게 엄중한 책임이 내려지길 바란다”며 “가해자와 사건의 진실을 가리려 한 모든 사람들이 법의 엄중한 심판을 받는 그날까지 저희 가족은 끝까지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형법상 친족 특례 규정 개정도 촉구했다. 그는 “가해자의 아버지는 단순한 가족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법질서를 지켜야 할 현직 경찰 공무원이었다”며 “경찰 공무원이라는 신분으로 사건의 진실을 훼손하고 증거인멸에 관여했다면 그 책임은 누구보다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경찰에게까지 친족 특례가 적용돼 책임을 피할 수 있다면 국민은 법 앞의 정의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며 “채원이 사건을 계기로 친족 특례 제도를 반드시 전면 재검토하고,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사건의 진실을 가리는 일이 있었다면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장윤기는 지난 어린이날 광주 광산구 한 고등학교 앞에서 귀가하던 이 양을 차량으로 납치하려다 흉기로 살해하고, 이를 제지하던 남학생을 다치게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장윤기는 첫 재판에서 공소사실은 대체로 인정했지만 성범죄 목적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이후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장윤기를 검거한 뒤 차량 수색 과정에서 발견된 결박용으로 의심되는 케이블 타이 다발을 실물로 압수하지 않고 차량을 장윤기의 아버지에게 반환한 사실이 드러나 증거인멸 의혹이 제기됐다.

광주지검은 전날 장윤기의 아버지 자택을 압수수색해 포장이 뜯기지 않은 상태의 케이블 타이를 확보했다. 검찰은 해당 케이블 타이를 피해자를 결박하기 위한 도구일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중요 정황 증거로 보고 확보 경위와 경찰 유착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경찰도 차량 수색 당시 촬영된 채증 영상을 뒤늦게 인멸한 혐의 등으로 당시 광산경찰서 수사팀장이던 박모 경감을 긴급체포했다.

박 경감은 “삭제를 지시한 것은 아니다”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이날 광주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송치훈 기자 sch5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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