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장관이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을 논의하는 ‘우크라이나 방위연락그룹’(UDCG) 회의에 처음으로 참석하지 않았다. 또 미국은 우크라이나 지원용 일부 장비를 다른 용도로 쓰겠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강력한 보복 공격을 예고한 가운데 미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과 독일이 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본부에서 UDCG 회의를 열었지만 피터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불참했다. UDCG는 2022년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주도로 출범했으며 NATO 회원국 중심으로 꾸려졌다. 그동안 이 회의를 주재해온 미국 국방장관이 불참한 것은 UDCG 출범 이후 처음이다. 그 대신 미국 측에선 크리스토퍼 카볼리 미군 유럽사령관 겸 NATO 유럽연합군 최고사령관(SACEUR)만 참석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UDCG 회의 화상 연설에서 미국산 패트리엇 시스템의 추가 지원을 호소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미사일·드론 공습에 패트리엇, 나삼스 등 미국 방공 시스템에 의존해왔다.
이번 회의가 헤그세스 장관이 참석할 NATO 국방장관회의를 하루 앞두고 같은 곳에서 열린 점을 고려하면 의도적으로 불참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NATO와 유럽은 확대 해석을 차단했다. 마르크 뤼터 NATO 사무총장은 “회의가 대부분 유럽에서 개최되기 때문에 미국 당국자가 모든 회의에 항상 참석할 수는 없다”며 “미국은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공동의 노력을 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공급하기 위해 조달했던 드론 격추용 장비를 중동 내 미군에 재배정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드론 격추용으로 제공하려던 로켓용 특수 퓨즈 등을 중동의 미국 공군 부대로 할당했다는 것이다. 이는 미군이 지난 3월 시작한 예멘 후티 반군 공격과 관련한 물자 공급 필요, 이란과 충돌할 가능성을 감안한 무기 비축 필요 등에 따른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 의지가 줄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WSJ는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푸틴 대통령과 70여 분간 통화하고 “푸틴 대통령은 최근 (우크라이나에 의한) 공군기지 공격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매우 강력하게 말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가 최근 기습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의 장거리 폭격기 등 항공기 수십 대를 파괴한 데 대해 푸틴 대통령이 보복 공격 의지를 강하게 밝혔다는 의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공격 예고에 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는 않았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보좌관은 두 정상 간 통화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미국이 우크라이나로부터 공격 계획 관련 정보를 사전에 받지 않았다는 것만 강조했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