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인천항 중고차 수출단지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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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항 인근 옛 송도유원지(옥련동) 공터에 수출용 중고차가 주차돼 있다.  강준완 기자

인천항 인근 옛 송도유원지(옥련동) 공터에 수출용 중고차가 주차돼 있다. 강준완 기자

인천항에 첨단 중고차 수출단지를 조성하는 ‘스마트 오토밸리’ 구축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인천항만공사(IPA) 주도로 2019년 본격 논의되기 시작됐지만 6년째 첫 삽을 뜨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2년 전 운영사업자로 선정된 특수목적법인(SPC) 카마존이 사업권 매각을 제안하고 다닌다는 소문까지 돌면서 인천 중고차 수출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 계약기간 만료, 이달 말 또 연장되나

스마트 오토밸리는 인천 중구 남항 배후부지 39만8000㎡에 약 4875억원을 투입해 친환경·최첨단 중고차 수출단지를 조성하는 대규모 건설 사업이다. 국내 중고차 수출 물량의 80%를 처리하는 인천항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그동안 수출업체들은 옛 송도유원지 공터에서 수출용 차량을 주차해 놓고 장마당식 중고차 매매를 해왔다. 거래 방식의 후진성과 주택가 불법 주정차 문제로 민원이 끊이지 않자 IPA가 2019년 스마트 오토밸리 조성을 발표했다.

2023년 5월 두 번째 공모를 통해 신영, 중흥토건, 오토허브셀카, 신동아건설, 리버티랜드 등 5개 회사가 설립한 카마존과 사업추진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카마존은 지난 6월까지 약속한 자기자본 440억원의 추가 조달에 실패하면서 7~8월 한 달씩 계약 연장을 거듭하고 있다.

IPA는 카마존에 이달 안에 자기자본 확보, 착공 신고, 미납 임대료 납부 등을 완료하지 않으면 9월 1일 자로 계약을 해지한다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열흘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카마존의 금융기관 투자유치는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자본 유치가 안 된 상태에서 착공계 제출도 순서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마존 관계자는 “이달 안에 준비된 투자자의 투자의향서 등을 가지고 IPA와 협의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회의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 사업권 매각설 vs “헛소문” 공방

인천 지역 중고차 수출업계에서는 카마존이 스마트 오토밸리 운영사업권 매각을 시도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 자금 조달이 막히자 중고차 수출 관련 기업들에 ‘사업권 매각 제안자료’를 배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중고차 수출업자는 “카마존이 IPA와 사업계약을 맺은 1년 뒤부터 사업권 매각을 제안하고 다녔다”며 “스마트 오토밸리 조성에 진심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로 업계에는 카마존 컨소시엄 업체인 리버티랜드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업권 매각 제안자료가 유포되고 있지만 카마존 측에서 작성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카마존 관계자는 “증자나 투자유치에 따른 주주 변동은 IPA와 협의를 거쳐 가능하지만 운영사업권 매각은 있을 수 없다”며 “이 사업을 탐내는 측이 만든 헛소문”이라고 반박했다.

업계에서는 미·중 무역 분쟁으로 관세 부담이 없는 중고차 수출이 주목받는 상황에서 스마트 오토밸리 지연이 국가 경쟁력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중고차 수출업계 관계자는 “미국 관세 영향을 받지 않는 중고차 수출 시장 활성화를 위해 스마트 오토밸리 구축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천=강준완 기자 jeff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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