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포 멍' 보러 300만 명 몰렸다…서대문 '카페 폭포'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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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9.23 11:00 수정2025.09.23 11:00

사진=서대문구 제공

사진=서대문구 제공

지난 20일 오후 2시 서울 서대문구 홍제천 ‘카페 폭포’ 앞. 높이 26m, 폭 60m의 인공 폭포를 배경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줄지어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주변 좌석에서는 커피를 들고 ‘폭포멍(폭포를 바라보며 멍하게 쉼)’에 빠진 시민과 관광객들이 여유를 즐겼다. 프랑스에서 왔다는 마리 씨(27)는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거대한 폭포를 볼 줄 몰랐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천에 들어선 ‘카페 폭포’가 문을 연 지 2년 만에 SNS를 타고 서울의 글로벌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운영 수익을 지역 장학금으로 되돌리는 선순환 모델로도 주목받고 있다.

'폭포 멍' 보러 300만 명 몰렸다…서대문 ‘카페 폭포’의 기적

외국인 관광객 몰려 … 누적 매출 40억 원 코 앞

서대문구는 이달 기준 카페 폭포 누적 방문객이 30여 개국 외국인 등을 포함해 296만 명에 달했고, 매출도 39억원을 넘어섰다고 23일 밝혔다. SNS에서 ‘폭포멍’ 명소로 입소문이 나며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크게 늘어난 결과다.

SNS 캡처

SNS 캡처

카페 폭포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강 르네상스 2.0’에 이어 홍제천·도림천·불광천 등 지천을 시민 휴식 공간으로 꾸미겠다고 밝힌 ‘지천 르네상스’의 1호 사업이다. 2023년 4월 홍제천 공영주차장을 리모델링해 문을 열었으며, 원래 하천가에는 카페나 식당을 둘 수 없었지만 식품위생법 개정으로 규제가 사라지면서 서울에서 첫 번째 노천카페 운영이 가능해졌다.

카페 운영은 서대문구가 직접 맡았다. 홍제폭포 자체는 있었지만 널리 알려진 명소가 아니어서 민간의 사업성이 낮았기 때문이다. 구는 지역 청년을 바리스타 등으로 채용해 ‘청년 일자리 사업’으로 카페를 꾸렸다. 인근 상인들의 반발을 의식해 커피 가격도 한 잔에 4000~5000원으로 책정했다. “구청이 싼값에 장사를 한다”는 민원이 적지 않았지만, 지금은 외국인 관광객까지 몰려드는 명소로 자리를 잡았다.

카페 폭포 내부에서 직원들이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권용훈 기자

카페 폭포 내부에서 직원들이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권용훈 기자

수익은 전액 장학금으로… 지역사회 환원하는 카페

카페 폭포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선순환 구조’다. 구는 운영 수익을 전액 장학금으로 환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14명에게 2억원 규모의 ‘행복장학금’을 지급했으며, 올해는 규모를 두 배로 늘려 상반기에만 95명에게 2억100만원을 전달했다. 하반기에도 2억여 원을 추가 지급할 예정으로, 올해 전체 장학금은 4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수혜 대상은 생활 형편이 어려운 대학생과 중·고등학생들이다.

외국인 관광객과 시민들이 카페 폭포를 찾아 여유를 즐기고 있다. 서대문구 제공

외국인 관광객과 시민들이 카페 폭포를 찾아 여유를 즐기고 있다. 서대문구 제공

주민과 관광객의 피드백을 반영해 시설 개선도 이어졌다. 카페 폭포는 단순한 휴식 공간을 넘어 문화·관광 복합 공간으로 확장됐다. 인근 제설기지를 이전해 주차장을 78면으로 넓히고, 카페 건물은 2층으로 증축했다. 광장에서는 봄빛축제, 어린이날·어버이날 행사, 직거래장터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안내센터도 신설됐고, 서대문구는 뒤편에 미디어전시관·굿즈샵·키즈카페를 갖춘 복합힐링문화공간을 조성해 홍제폭포 일대를 장기 체류형 관광지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서대문구 카페 폭포 광장에서 열린 ‘폭포 시네마’에 시민들이 모여 영화를 관람하고 있다. 서대문구 제공

서대문구 카페 폭포 광장에서 열린 ‘폭포 시네마’에 시민들이 모여 영화를 관람하고 있다. 서대문구 제공

'카페 폭포 수익을 장학금으로 쓰자'는 발상은 이성헌 구청장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사업성이 낮아 민간 참여가 어려운 홍제천 일대를 구청이 직접 운영해 청년 일자리와 관광 자원으로 키워냈고, 여기서 나온 수익을 다시 지역 학생들에게 환원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 구청장은 “동네 카페가 세계인이 찾는 명소로 성장하고, 수익으로 청년과 학생을 돕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 것이 가장 큰 의미”라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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