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싹 속았수다’ 음악감독 “아이유, 배우·가수로서 이미 완성형”

1 week ago 5

ⓒ뉴시스
최근 16부작 회차를 모두 공개한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비영어 시리즈 글로벌 1위, 42개국 톱10 등의 기록을 쓰며 순항하고 있다.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에서 태어난 애순이와 관식이의 모험 가득한 일생을 사계절로 풀어낸 작품이다. 1960년 제주부터 2025년 서울까지 그 시대를 살아낸 애순과 관식의 찬란한 삶을 그렸다.

배우 아이유가 애순을, 박보검이 관식을 연기했다.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된 애순과 관식은 각각 문소리와 박해준이 맡았다. tvN 드라마 ‘미생’(2014) ‘나의 아저씨’(2018) 등을 만든 김원석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이 드라마는 섬세한 연출 뿐 아니라 ‘봄’ ‘밤 산책’ ‘내사랑 내곁에’ 등 감미로운 OST로도 시청자의 호평을 받았다. 넷플릭스가 8일 박성일 음악감독과의 일문일답을 공개했다.

-65년의 시간을 가로지르고, 파노라마 같은 삶과 감정을 담은 만큼 음악을 작업하는 데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이 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크게 세 가지 시대적 배경으로 나눌 수 있다. 전반부에는 1960년대를 표현하는 아주 예스러운 음악들이 필요했고, 중반부에는 1980~90년대의 향수 어린 음악들이, 후반부에는 현재 시점의 음악까지 필요했다. 그래서 난 흔히 그간 제가 택해왔던 장르적 접근보다는 감정에 집중하는 방식을 택했다. 매번 다른 낯선 음악으로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면 음악의 낯섦이 시청자의 감정 흐름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또 인물이 많은 건 그만큼 그 인물을 표현하는 음악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연히 부담스러운 건 맞지만 대본에 이미 인물의 감정이 어떤지, 우리 이야기에서 어떤 역할로 표현되어야 하는지 잘 알 수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수월하게 만들어 낼 수 있었다.”

-‘폭싹 속았수다’의 전반적인 음악 콘셉트 또는 주안점에 대해 김원석 감독과 상의한 부분이 있을지?“감독님과의 첫 회의에서는 서양음악에 국악기를 활용된 개성 있는 음악이 필요하다는 정도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앞서 표현한 것처럼 장르적 접근보다는 감정에 오롯이 집중해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었다. 전반부에 만든 음악을 중후반부까지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국악기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되 본격적인 국악 조성이나 리듬까지는 차용하지 않았다. ‘애순의 테마’의 경우, 국악 피리로 플루트를 역할을 대신했고 ‘청춘가’의 경우, 1960~70년대 서양에서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던 디스코 리듬에 거문고를 얹는 형식으로 제한적으로 사용했다. 결과적으로는 서양음악에 더해진 국악기가 한국적인 정서를 만들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해냈다고 생각했다.”

-선곡을 진행할 때 프로듀서, 미술감독, 편집 기사와는 어떻게 선곡 작업했나?

“선곡은 감독님께서 대본 개발 단계부터 촬영 때까지 이미 많은 고민이 있으셨던 걸로 알고 있다. 그 과정에서 다른 키스탭분들의 의견도 많이 청취하셨다고 들었다. 난 감독님과 ‘시그널’을 함께 작업할 때 60년대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오히려 선곡에 사용된 대부분의 곡들은 그 당시 감독님과 제가 생각하는 한국의 잘 만들어진 고전음악 중에 다 선곡을 했다고 말해도 무방하다. 음악은 사람들에게 그 시대의 기억을 바로 소환할 수 있는 엄청난 위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작품에서는 선곡으로 시대상을 표현해야 해서인지 특히 전반부 에피소드에 선곡이 많았는데 그렇기 때문에 꼭 필요한 선곡이 아니라면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난 전반부의 선곡을 꼭 필요한 씬이 아니면 줄이려고 노력했고 실제로 몇 씬은 예정되어 있는 선곡이 삭제되고 새로 작곡한 오리지널 음악으로 교체되기도 했다.”

-신중현 작곡, 작사인 김정미의 ‘봄’은 오프닝 곡으로 메인 테마처럼 사용되는데, 어떤 이유로 이 곡을 선정했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프닝 시퀀스에 사용된 김정미의 ‘봄’도 감독님의 선택이었다. ‘봄’이 수록된 김정미의 앨범은 대중들에겐 유명하진 않아도 너무나 잘 만들어진 수작이다. 나 역시 그 앨범은 수없이 들어서 잘 알고 있는 곡이기도 했다. 가사의 내용과 음악의 정서가 우리 작품과 너무 잘 맞았고 시청자들에게도 잘 전달되었다고 생각한다.”

-양희은·남인수·산울림·김추자·장덕·심수봉·김연자 등 한 시대의 대표곡들이 섬세하게 배치돼 있다. 어떤 곡이 가장 기억에 남나?

“굳이 한 곡을 고르자면 마지막까지 가장 고민을 했던 신은 12부의 춘옥(나문희)의 죽음 신이다. 여러 곡의 후보가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정미조 선생님의 2016년 작 ‘귀로’를 선택했다. 하지만 원곡을 그대로 사용하기에는 선생님의 가창이 훨씬 더 담담한 기분으로 담겼으면 좋겠다고 들어서 정미조 선생님께 연락을 드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재녹음을 부탁드렸고 기꺼이 키를 낮춰서 우리 작품에 맞게 담담한 정서를 담아 다시 불러주셨다. 원래의 마스터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원작자에게 요청해서 드라마의 한 씬을 위해 노래 녹음을 다시 하는 일이야말로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다. 이 기회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하다. 선생님의 열정 덕분에 이 신을 잘 완성할 수 있었다.”

-비틀즈의 ‘에스터데이(Yesterday)’를 드라마 삽입곡으로 사용하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나?

“해외의 경우 저작권 규정이 매우 엄격하고 까다롭다. 그중 가장 저작권 이슈가 복잡한 아티스트가 바로 비틀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승인을 위해서는 어떤 신에, 왜, 얼마간의 길이로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 승인 신청 전에 보고해야 하고, 또 최종 승인 허가를 받으려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 이유들 때문에 한국 드라마에서 비틀즈의 원곡을 사용한 건 저희 작품이 처음인 것으로 전해 들었다. 전 세계인들의 뇌리에 남아 있는 멜로디와 가사, 그 이유 만으로도 선곡의 충분한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아이유와 ‘나의 아저씨’에 이어 두 번째 작업이었던 ‘밤 산책’ 작업은 어땠는지?

“그녀는 배우로서 뿐만 아니라 이미 완성형 뮤지션입니다. 특별한 디렉션이 필요하지 않다. 난 단지 디어(d.ear)님이 작곡한 곡에 가창을 제안했을 뿐이다. 개인적인 소회를 밝히자면 금명이가 애순에게 불러주는 딸의 마음처럼 느껴졌다.”

-‘미생’ ‘나의 아저씨’ ‘아스달 연대기’ 등 많은 작품을 함께 한 김원석 감독과의 ‘폭싹 속았수다’는 음악적으로는 어떻게 달랐는지, 김 감독과의 작업 소감은?

“난 김원석 감독님과 인연이 깊다. ‘성균관 스캔들’에서 OST 노래를 담당했었고, 이후 음악감독으로 첫 입문작이 ‘몬스타’였다. 이후 ‘미생’ ‘시그널’ ‘나의 아저씨’ ‘아스달 연대기’에 이어 이번 작품이 일곱 번째 작품이다. 이전부터 오랜 시간 활동을 해왔지만 영상 음악가로서의 작품주의적 해석이나 접근 방식만큼은 감독님의 영향을 매우 많이 받았다. 그런 의미에서 ‘폭싹 속았수다’는 나에게는 큰 도전이었다. 방송이 되면서 후반 작업을 만들어가는 기존 드라마 제작 시스템과는 달리 최종 편집본을 보고 음악을 작곡할 수 있었고 매 신에 맞추어 새로 연주하고 믹싱도 하는 등의 다른 시도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상대적으로 있었다. 이런 제작 환경의 변화가 나 뿐만 아니라 감독님에게도 후반 작업에서의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단 한 신도 허투루 넘어가지 않는 완성도를 가진 ‘폭싹 속았수다’에 참여하게 돼 매우 기쁘다.”

-‘폭싹 속았수다’가 다른 작품의 음악 작업과 달랐던 점 그리고 작업하면서 어땠는지?

“‘폭싹 속았수다’는 음악적 노력 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면에서도 새로운 도전을 시도했다. 보통 거치는 음악 편집, 완성된 최종 음악을 편집본에 맞게 음악을 삽입하는 과정, 단계를 끝내고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로 서라운드 음악 믹싱을 처음부터 다시 진행했다. 바닷가 마을 앰비언스(ambience)가 앞쪽으로 흐를 땐 음악이 자연스레 뒤쪽으로 움직이면서 흐른다거나 태풍에 동명을 잃은 관식이 울부짖을 때, 카메라가 하늘에서 바닥을 향해 비출 때는 음악도 같이 천장에서 쏟아져 내리는 등의 기술적 시도했다. 돌비 애트모스는 흔히 영화관에서 사용하는 5.1 서라운드 믹싱보다 더 진보한 서라운드 믹싱 기법이다. 그간 음향에서만 돌비 애트모스 기반으로 작업하는 게 통상적인데 영상 음악 작업에 있어 호기심 스튜디오는 앞으로 점점 발전될 디바이스를 통해 많은 시청자들이 더 나은 서라운드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시청자들에게 ‘폭싹 속았수다’가 어떤 작품으로 남으면 좋을지?

“매회 편집본을 보면서 음악을 구상해야 하는데 편집본을 보면 자꾸 눈물이 났다. 아마 내 마음속 깊이 공감하는 바가 컸던 이유였을 것이다. 감정이 소란 할수록 더 잘 해내고 싶어서, 눈에 잘 띄지 않는 세세한 부분까지도 저희 음악 스태프들과 함께 많은 노력을 했다. 저의 작은 소망은 이 작품의 시청자들이 매 회차 엔딩크레딧까지 넘기지 않고 여운을 함께 느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관식이 못 가진 라이방도, 지프차도 이미 다 가진 난 남은 생을 조금 더 관식처럼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길 희망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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