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넷플릭스
‘악역의 대명사’로 통했던 박해준이 안방극장을 눈물로 가득 채우며 이미지 변신에 제대로 성공했다. 4주간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군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에서 오직 아내와 자녀를 위해 한평생 희생한 이 시대 아버지를 대변하는 양관식 캐릭터를 연기하면서다.
1일 만난 박해준은 ‘폭싹 속았수다’ 여운에 젖어 있는 시청자들과 마찬가지로 아직까지 양관식을 마음 속에서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었다. “다음 작품에 몰입하기 위해 촬영 끝낸 작품은 빨리 지우는 편”인 그조차도 “이번 작품은 자꾸 남는다. 드라마를 찬찬히 다시 보고 싶다”며 작품에 대한 유난히도 애틋한 심경을 전했다.
O“순애보 양관식과 싱크로율 50%”
연출자 김원석 감독은 착하고 우직한 관식 역에 박해준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내가 아는 사람 중 실제 가장 착한 사람이라서”라 말한 바 있다. 박해준은 이런 김 감독 발언을 “연출자가 절 잘 모르셔서 하는 말”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저는 감독이 하라는 대로 하는 ‘말 잘 듣는 스타일’의 배우예요. 아마 그래서 절 캐스팅하신 게 아닐까요? 절 마음대로 조종하실 수 있으니까요. 사실 감독과 저는 서로 굉장히 믿는 사이에요. 감독이 하라는 대로만 하면 절대 잘못될 일이 없죠.”
그는 우직하고 정직한 관식을 연기하며 “평소 난 어땠나” 스스로 반성하기도 했다 돌이켰다. 10살에 만난 여자를 한평생 사랑하는 순애보 관식이 “감히 내가 다가갈 수 없는 신의 영역”에 있는 인물이라면서도 “그래도 나와 50% 정도는 닮았다” 쑥스러운 듯 웃었다.
“드라마를 보며 아내가 ‘오빠도 관식이 같은 면이 많아’ 하더라고요. 나쁜 남편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가 다른 사람들에겐 좀 인색한 편인데 부인한테는 안 그러거든요. 무조건 가족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만큼은 관식과 비슷한 것 같아요.”
O“‘딸’ 같았던 아이유, 아이유 ‘님’ 됐다”
그는 관식이란 캐릭터가 큰 사랑을 받을 수 있던 이유를 관식 청년 시절을 연기한 박보검의 덕으로 돌리기도 했다.
“보검 씨는 너무 멋있는 사람인데, 제가 보검 씨의 중년을 연기한다니 미안했어요. 극에 등장하기 전 이미 보검 씨가 선하고 우직한 관식 캐릭터를 너무 완벽하고 멋지게 만들어 놨어요. 제가 보검 씨 덕을 많이 본 셈이죠.”
아들만 둘인 그는 극 중 딸 금명을 연기한 아이유와 연기하며 “딸 가진 아빠 마음”을 간접 경험했다 말해 눈길을 끌었다. “아이유가 명절에는 한우를 보내줬다”며 ‘딸 아이유’에게 효도까지 받았다 자랑했다.
“현장에서 진짜 딸처럼 장난치고 편하게 지냈는데, 아이유 씨 콘서트를 가서 정말 깜짝 놀랐어요. 현장에서 누추한 방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졸던 애가 올림픽경기장을 가득 채우고 엄청난 관객 앞에서 4시간 동안 노래를 부르는데 와, 정말 끝내주더라고요. 그때부터는 아이유 님이 좀 어려워지더라고요.”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