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도 꺾였다…‘소비 절벽’에 분기 매출 12년 만에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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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 시내의 한 편의점에서 고객이 제품을 고르고 있다. 2025.5.8 뉴스1

8일 서울 시내의 한 편의점에서 고객이 제품을 고르고 있다. 2025.5.8 뉴스1
편의점 업계 매출이 12년만에 꺾였다. 1분기(1~3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것이다. 편의점의 분기 매출이 역성장한 것은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3년 이후 처음이다. 편의점 수가 포화 상태에 이른데다 심각한 내수 침체까지 겹친 탓으로 분석된다. 유통업계에서 그나마 버티고 있던 편의점까지 침체에 빠지면서 최악의 ‘소비 절벽’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편의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4% 감소했다. 1, 3월은 대다수 상품군에서 매출이 성장했지만, 2월 식품과 비식품을 포함한 모든 상품군의 매출이 하락하면서 1분기 전체 매출이 줄어들었다. 편의점 매출이 매 분기 5∼10% 가량의 높은 성장률을 보여왔던 점을 감안하면 심각한 부진이다.

GS리테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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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도 악화하고 있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의 편의점 사업부 1분기 영업이익은 172억 원으로 전년 대비 34.6% 감소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역시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22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7% 하락했다.편의점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론 불경기로 인한 내수 침체가 꼽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해 12월 88.4로 떨어진 이후 올해 4월까지 100을 밑돌고 있다. 이 지수가 100 이하면 소비에 비관적이라는 응답이 더 많다는 뜻이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은 즉흥적으로 생각이 난 물건을 구매하는 곳이라 다른 유통업체보다 소비심리에 더 예민하다”며 “편의점 매출 하락은 ‘즉흥 소비’마저 감소할 정도로 불경기가 심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지속적인 출점으로 인한 과열 경쟁도 문제다.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100m 이내 동종 편의점 출점 규제 등을 고려할 때 국내 편의점 수 한계는 5만 개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편의점 3사(GS25·CU·세븐일레븐)의 매장 수는 총 4만8722개이며 6000개 수준을 유지하는 이마트24를 합하면 이미 5만 개를 넘긴 상황이다.

BGF리테일 제공

BGF리테일 제공
편의점 업계는 규모가 작은 편의점 출점을 지양하는 대신 큰 편의점을 돌파구로 삼고 있다. CU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출점 점포 중 25평(약 83㎡) 이상의 중대형 점포 비중은 22.5%로 2020년(17.6%) 대비 4.9%포인트 늘었다. GS25도 같은 기간 평균 73.6㎡이던 신규 출점 매장의 평균 크기를 83.2㎡까지 늘렸다.매장을 좋은 입지로 옮기기도 한다. GS25는 오래된 점포를 중심으로 입지가 더 좋은 곳으로 옮기는 ‘스크랩 앤 빌드(Scrap and Build)’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CU도 앞으로 질적 성장에 방점을 두고 신규 점포 출점 시 입지, 매장 규모 등을 보다 중점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밝혔다.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불경기로 가처분소득이 줄어든 소비자들에게 편의점이 선택지가 되지 못한 것”이라며 “가격 경쟁력 있는 상품이든, 특화 매장이든 ‘가고 싶은 매장’을 만드는 게 편의점 업체들의 우선 순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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