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트 1위 KCC '독주'…노루·삼화는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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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국내 페인트업계 1위인 KCC와 2위권 업체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KCC는 자동차·선박용 도료 사업으로 다각화해 독주체제를 갖춘 반면 노루페인트와 삼화페인트는 건축용 페인트 사업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해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범현대가’ 덕에 질주하는 KCC

페인트 1위 KCC '독주'…노루·삼화는 '울상'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KCC의 올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3조3045억원, 2438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같은 기간 노루페인트 매출은 4021억원에서 3965억원으로 소폭 줄었고 영업이익은 277억원에서 188억원으로 32% 감소했다.

노루페인트와 자동차·선박용 도료 자회사를 포함한 노루홀딩스의 올 상반기 매출은 6377억원으로 1년 전보다 1.9% 늘었다. 하지만 상반기 영업이익은 3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5% 감소했다. 삼화페인트의 상반기 매출(3107억원)은 전년 대비 3.8% 감소하는 데 그쳤으나 영업이익은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KCC는 도료사업 매출의 75%를 자동차·선박·공업용 부문에서 벌어들인다. 자동차·선박용 페인트 사업에서 현대자동차그룹과 HD현대라는 든든한 고객사를 둔 덕분이다.

선박·컨테이너 도료가 주력인 KCC 중국 쿤산법인의 올 상반기 매출은 1359억원으로 2023년(1360억원) 한 해 매출에 근접했다. 실리콘사업이 올 상반기 매출 1조5708억원, 영업이익 614억원을 기록하며 건설업 불황을 이겨내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이 사업에서는 2023년만 해도 83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지난해 흑자 전환했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원자재인 메탈실리콘 가격이 안정세에 접어든 데다 전기차와 전자소재 분야에서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가 늘고 있어서다.

◇노루와 삼화는 선박용 사업에서 한계

노루페인트와 삼화페인트는 모두 해외 페인트사와 합작한 업체가 자동차 페인트 및 선박용 도료 사업을 하고 있다. 지분 50% 이하 합작법인이다 보니 실적 반영 비율이 낮아 모회사 실적 악화를 막는 데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노루페인트 모회사인 노루홀딩스는 세계 3위 페인트회사인 악조노벨과 합작한 아이피케이를 30여 년째 운영하고 있다. 지분 40%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영업이익은 110억원 정도다.

삼화페인트는 세계적인 선박 도료 기업인 일본 주고쿠마린페인트(CMP)와 츄고쿠삼화페인트라는 합작법인을 세웠다. 지난해 조선업 호황에 힘입어 츄고쿠삼화페인트는 매출 1977억원, 영업이익 224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45%, 3배 증가했다. 하지만 삼화페인트의 지분율은 16%에 그친다.

기아에 도료를 공급하는 노루오토코팅은 노루홀딩스(지분 50%)와 세계 페인트 업계 4위인 일본페인트의 합작사다. 지난해 매출은 3916억원, 영업이익은 350억원으로 각각 3.3%, 14% 증가했다. 삼화페인트는 신차용 도료 사업을 하지 않고 있다. 페인트업계 관계자는 “건설 경기에 좌우되는 범용 제품 의존도를 낮추고 전기차와 친환경 선박, 반도체, 배터리, 방위산업 등으로 얼마나 빨리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지가 페인트업계의 판도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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