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고용시장 냉각 원치 않아 …모든 조치 다하겠다"

3 weeks ago 4

잭슨홀 미팅 현장 르포
물가보다 고용에 주력 밝혀
금리인하 폭 언급 안했지만
빅컷 가능성 열어뒀다는 분석
9월 피벗 확신 가득찬 잭슨홀
달러 약세 등 충격 우려엔
참석자들 "이미 시장 반영"

23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경제정책 심포지엄(잭슨홀 미팅)' 기조강연에서 다음달 기준금리 인하 전망과 관련한 발언을 하고 있다.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영상 캡처

23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경제정책 심포지엄(잭슨홀 미팅)' 기조강연에서 다음달 기준금리 인하 전망과 관련한 발언을 하고 있다.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영상 캡처

23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다음달 기준금리 인하를 사실상 선언한 배경에는 인플레이션이 연준 기대에 맞게 하강하는 가운데 고용시장 냉각이 예사롭지 않다는 판단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파월 의장은 미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경제정책 심포지엄(잭슨홀 미팅)' 기조강연에서 "인플레이션이 지속 가능한 목표치 2%로 향해가고 있다는 나의 확신이 커졌다"며 물가 안정에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파월 의장은 "고용시장이 추가로 냉각되기를 추구하거나 반기지 않는다"며 "고용시장을 강하게 지지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7월 실업률이 4.3%로 껑충 뛰면서 시장에 침체 우려를 일으킨 만큼 물가보다 고용에 더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그는 이어 "고용시장이 악화되면 추가로 정책적인 대응을 할 수 있다"면서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파월 의장은 "우리의 목표는 물가 안정을 회복하는 동시에 강한 노동시장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이는 실업률의 갑작스러운 상승을 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업무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우리는 목표를 향해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덧붙였다.

파월 의장은 앞서 실업률이 상승한 원인으로 더 많은 개인이 고용시장에 참여하고 채용 속도가 줄어든 것을 꼽은 바 있다. 고용시장 악화에 따른 해고를 원인으로 보지는 않았다.

다만 그는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얼마나 내릴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삼갔다. 자칫 시장에서 바라고 있는 빅컷을 시사했다간 인플레이션 재발 우려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파월 발언에 나오자 시장은 환호했다. 뉴욕 증시 3대 주요 지수는 0.5~0.8% 상승에서 모두 1%대로 뛰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0.05%포인트 하락한 3.79%에 거래됐다. 기준금리에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는 0.09% 급락한 3.92%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전야 만찬 때부터 잭슨홀 미팅에서는 이미 'cut'과 'pivoting'이라는 단어가 들릴 정도로 금리 인하론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였다.

사진설명

참가자들은 연준의 9월 기준금리 인하가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간주하고 인하폭과 향후 경로, 시장 영향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대체적으로 빅컷보다는 베이비컷(0.25%포인트 인하)에 더 무게를 두는 분위기였다.

연준 위원 중 대표적인 중도파이자 연준 여론의 방향타로 꼽히는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22일 매일경제와 만나 "곧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면서 "다만 금리 인하는 '점진적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칫 급하게 인하했다가는 인플레이션이 재발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 역시 언론 인터뷰에서 "9월에 인하를 시작해야 한다"면서 "다만 우리는 체계적으로(methodically)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커 총재는 인하폭을 결정하려면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고용시장이 예상보다 급속히 냉각한다면 빅컷도 가능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참가자들은 연준이 다음달 기준금리를 내리기에 경제금융 상황이 충분히 무르익었고 시장도 이를 반영했기 때문에 금리 인하에 따른 달러 약세 전환 등 시장 충격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시장과 통화정책 전파' 세션 발표자인 에릭 스완슨 캘리포니아대(어바인) 교수도 매일경제와 만나 "시장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므로 외환 트레이더들은 이미 금리 인하 효과를 달러값에 반영했다"며 "이것은 연준이 실제 기준금리를 내리더라도 달러값에 충격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경제는 견조하며 침체 가능성은 낮다는 게 잭슨홀 미팅 참가자들의 대체적인 진단이었다. 스완슨 교수는 "경기 침체는 상당한 경제적 충격에 의해서 야기되는데, 현재 타격에 가까운 것은 전혀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애닐 캐시앱 시카고대 교수는 "우리가 현재 침체에 있지는 않지만 침체는 발생하고 나서야 알 수 있다"며 "올해 말 침체가 찾아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 연은 출신인 가우티 에거트슨 브라운대 교수는 '2020년대 인플레이션 급등의 교훈' 세션 발표 보고서에서 필립스 곡선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팬데믹 시기를 거치면서 기준금리 인하가 인플레이션 재발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 커졌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완화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4일까지 사흘간 열리는 잭슨홀 미팅에는 파월 의장 외에 앤드루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 이다 볼덴 바체 노르웨이은행 총재, 호베르투 캄푸스 네투 브라질은행 총재, 필립 레인 유럽중앙은행 통화정책 위원 등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가 집결했다. 이들은 자국 사례를 바탕으로 향후 통화정책 방향 전환에 대해 논의한다.

[잭슨홀(와이오밍주) 윤원섭 특파원]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