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NEW·수필름
이혜영(62)과 김성철(33)이 개봉 전부터 유수 영화제에 초청돼 뜨거운 극찬을 받고 있는 영화 ‘파과’를 무대로 나이를 초월한 전무후무한 액션 맞대결을 펼쳤다.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파과’에서 두 사람은 60대 레전드 여성 킬러 조각과 조각을 찾는 미스터리한 젊은 킬러 투우 역을 맡았다. 서로에게 칼끝을 겨누며 지독하게 맞붙은 것은 물론, 연민과 애착을 보이는 오묘한 애증의 관계를 섬세하게 스크린에 그려낸 두 사람은 영화에 쏟아지는 호평을 서로의 공으로 돌리며 미소 지었다.
O“이혜영 선생님, 실제로는 소녀 같아”
조금의 고민 없이 이번 영화를 택했다는 김성철은 “60대 여성 킬러와 30대 남성 킬러가 만난다는 설정” 자체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했다. 특히 이혜영이 조각 역을 맡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수학의 정석을 만난 듯 완벽하다고 생각했다”라며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 대선배와 함께 연기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크게 없었다”라고 했다.
“이혜영 선생님과 세대 차이도 느끼지 못했어요. 물론 인간 김성철과 선생님 사이에는 세대의 갭이 존재하지만, 작품 속에서 만날 때만큼은 그런 차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선생님께 과거 영화 현장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것도 너무 좋았어요. 과거 세대의 예술인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영화 ‘미드나이트 인 파리’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죠.”
이혜영과 어려움 없이 지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를 “격의 없이 대해주는 선배의 애정 어린
태도”로 꼽기도 했다.
“작품 속에서 워낙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셔서 실제로도 굉장히 ‘칼’ 같은 분일 줄 알았어요. 그런데 실제로는 정말 소녀 같으시더라고요. 만날 때마다 늘 ‘아름다운 우리 성철이’라고 불러주셨죠. 늘 멋진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혜영 선생님이 바로 그 멋진 어른이에요. 선생님이 제 롤모델이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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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결핍 가진 캐릭터에 끌려”
다만 액션에 익숙하지 않은 대선배와 거친 몸싸움을 벌여야 하는 촬영 과정은 쉽지 않았다고 돌이켰다.
“아무래도 조심스러웠죠. 제가 워낙 몸 쓰는 걸 좋아하는 데다가 반응 속도가 남들보다도 빠른 편이거든요. 저는 힘을 빼고 한다고 했는데 선생님이 ‘성철아, 힘 좀 빼’라고 말을 많이 하셨어요. 선생님과 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죠.”
사이비 종교의 교주, 사적 복수에 나서는 비틀린 목사를 각각 연기한 ‘지옥’과 ‘노 웨이 아웃: 더 룰렛’에 이어 속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킬러로 변신한 ‘파과’까지 독특하고 강렬한 캐릭터를 잇달아 선보인 그는 ‘결핍이 있는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옥’을 촬영한 후, 이런 기운이 남아있을 때 비슷한 강렬한 캐릭터를 더 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이런 템포의 캐릭터를 다시 만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결핍이 큰 인물은 연기할 때 더 재미있어요. 제가 워낙에 에너지가 큰 사람이라, 에너지를 방출하는 캐릭터가 좋아요. 다만 ‘파과’ 이후에는 사랑스럽고 귀여운 역할도 만나고 싶어요.”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